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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프리즘] 대학들이 정도를 가야한다 /조경근

대학가 취업학원화…정부만의 잘못 아냐

국립대 기초 힘쓰고, 사립도 제자리 찾길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09-10-11 20:28:16
  •  |   본지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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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을 두고 학문의 전당, 시대의 양심이라고 일컫던 일은 이제 정말 옛날 얘기다. 요즘의 대학은 딱 한마디로 말하자면 취업을 위한 곳이 되어버렸다. 그렇지 않은 교수, 그렇지 않은 학생도 많지만 대학 선택 학생 관심 대학 행정의 우선 사항은 취업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취업률 수치를 인위적으로 높이는 대학, 내용 변화 없이 학과의 이름만 그럴싸하게 바꾸는 대학들이 등장했다. 대학만은 정도를 지켜야하는데, 이윤 추구가 합리성의 기준인 자본주의 경쟁의 부정적 논리가 대학가에도 이미 깊숙이 들어와 있는 것이다.

경제에서 자유방임이 큰 문제점을 안고 있는 것처럼, 대학을 시장논리에만 맡기는 것 또한 크고 작은 문제를 일으킨다. 정부의 일방적 간섭은 옳지 않지만 바람직한 방향 제시와 조정은 필요한 것이다. 그 첫째가 국립대학의 제 역할 찾기다. 대학 재정 대부분을 국고에서 지원받고 있는 국립대학들은 기초학문의 연구와 교육이 특화되어야 한다. 기초 학문 육성은 장기적 성과를 바라보는 지루한 작업이고 돈도 많이 들어간다. 그러나 기초 학문은 나라를 살리는 근간이다. 기술 발전을 비롯한 모든 응용이 여기서 출발하기 때문이다. 우리 한국도 노벨상을 받았다. 그러나 평화상 외의 다른 부문에서 아직 단 하나의 노벨상도 받지 못한 것은 결국 기초 학문의 수준 차이라고 전문가들은 설명한다. 미국 프린스턴대학에는 인기와 돈이 되는 법과대학원과 의과대학원이 없다. 그럼에도 프린스턴이 하버드나 예일을 제치고 종종 대학 순위 1위를 차지하는 것은 기초학문의 연구와 교육에서 탁월하기 때문이다.

큰 규모 국립대들이 사립대에게 양보할 수 있는 실무 분야의 학과들까지도 경쟁적으로 설치하려는 것은 재고가 필요하다. 정부 지원을 등에 업은 강자가 대학 교육의 절대 부분을 담당하고 있으면서도 운영에 어려움이 있을 수밖에 없는 약자를 배려하지 않는 것은 국가적 차원에서도 낭비다. 윈윈하면서 함께 교육 번영을 모색할 수 있는 길, 따라서 국익을 위할 수 있는 길의 하나가 국립과 사립이 교육과 연구의 원칙적인 분업체계를 형성하는 것이다. 이를테면 의대가 아닌 간호학, 물리치료학 등의 실무적 보건의료 분야를 향후 지방 사립대학의 우선 영역으로 과감하게 양보하는 것은 국·사립의 역할 분담 및 지방분권화 차원에서도 고려해볼 수 있는 한 방안이다.

사립대학들은 정직하게 교육하는 기관이 되어야 한다. 요즘 중앙 언론 몇 개가 자체적으로 대학평가를 하고 있다. 그런데 평가 잣대들이 정량의 형식적인 것들이 위주이고 정교하지 못하다 보니 대학평가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할 뿐만 아니라, 사립대학의 발전과 변화를 바람직한 방향으로 인도하지 못하고 있다. 예컨대 국제화 지표 중 하나가 관계를 맺고 있는 외국 대학의 숫자를 점수화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형식적인 관계들은 줄이면서 교환 학점, 복수학위 등을 알차게 실시해서 진정으로 학생들을 위하려는 대학은 점수에서 크게 손해를 본다. 외국인 학생 수도 마찬가지다. 외국인 입학생 수를 한정시키면서 질적으로 우수한 외국 인재를 영입하려는 대학은 점수가 낮고, 중간에 취업을 하든 행방불명이 되든 브로커 등을 통해 외국인 학생을 많이 입학시킨 대학이 높은 점수를 받는다. 이게 옳은 일인가.

그리고 국·사립을 가리지 않고 대학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것은 제대로 가르치는 것이다. 대학은 학생이 입학했을 때보다 월등한 능력과 성숙한 인격을 가지고 졸업하도록 교육에 스스로 책임을 져야 한다. 학과를 새 명칭으로 포장하고 수치를 눈가림식으로 조정해서 학생과 평가기관을 현혹시키는 것이 아니라, 대학이 설립된 원래의 목적이 성취되도록 본연적 임무에 충실해야 한다. 정부와 각종 평가 기관들은 쉬워서 편리한 잣대가 아니라 만들기 어려워도 옥석을 제대로 가릴 수 있는 기준들을 시간과 노력을 들여서 만들어야 한다.

요즘, 정부가 난립한 국공립대학들의 통합 그리고 불량 사립대학들의 정비에 적극 나서고 있다. 잘하는 일이다. 더불어 정부는 국가의 장래이자 양심인 대학들이 정도를 가도록 바른 길잡이가 되는 일도 병행해야 한다. 언론도 역할의 업그레이드가 필요하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대학들이 먼저 스스로 바른 길을 걷는 것이다.

경성대 교수·기획조정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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