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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프리즘] 지구촌시대 한국의 외교 지평 /서주석

외국인 홀대하는데 동포들 대접받을까

外人정책 변화는 외교 확대의 전제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09-11-01 20:41:57
  •  |   본지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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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리지 않는 국제문제를 보면 입장과 관점의 중요성을 다시 생각하게 된다. 사람 사이에도 사소한 견해 차이로 문제가 풀리지 않을 때가 적지 않은데, 걸린게 많은 국가 간에는 더욱 그럴 수밖에 없다. 아마도 영토 문제가 가장 전형적인 경우일 것이고, 해묵은 여러 국제문제들이 이런 맥락에서 볼 수 있다.

몇 달째 방문학자로 미국에서 지내면서 가장 인상깊은 것은 여러 인종들이 나름대로 평화롭게 살아가는 모습이었다. 유럽계 백인이 다수이기는 하지만, 흑인이나 히스패닉도 늘어나고 있고 강한 교육열을 바탕으로 중국, 인도 출신과 더불어 우리 한인들의 사회적 위상도 점차 높아지고 있다. 다수 민족이 하나의 사회에서 공존하려면 적응과 조화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백인우월주의가 지배하던 미국에서도 다른 인종이 많아지면서 점차 다양한 민족적 정서와 가치관이 통용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의 취임은 이를 웅변하는 상징적 사건이다.

얼마 전 국내에서 불법체류 외국인의 추방에 대한 보도가 논란을 빚은 바 있다. 지난날 양이(洋夷)라고 해서 외국인을 백안시한 때도 있었지만, 한국이 외국인 100만 명 시대를 맞이한 지 벌써 몇 해가 되었다. 외국인의 국내 유입만 증가한 것이 아니다. '단일민족'이라는 통념이 무색하게 이미 우리 주변에는 수많은 다문화 가정이 있으며 그 숫자는 점점 늘고 있다. 이제 우리 사회도 하나의 민족적 정서와 기준만 요구해서는 안 되는 시기에 서서히 진입하고 있다.

외국에 사는 수백만 명의 한인 교포들과 한국에 사는 외국인들의 입장은 글자 그대로 역지사지(易地思之)다. 우리가 외국인을 홀대하는데, 우리 동포가 외국에서 정당한 대접을 받기를 기대하기는 힘들다. 외국인을 대하는 우리의 마음은 곧 우리 동포를 대하는 외국인의 마음에 투영된다. 급속한 국력 신장으로 세계 어디에서나 한국의 위상이 높아졌지만, 우리가 어디서나 진실로 인정받고 대접받으려면 외국인정책부터 다시 손질해야 한다. 국제 기준에 부합되는 인권 보호 개념의 정립과 더불어 이민정책에 대한 사회적 합의도 필요하다.

외국인정책 변화는 우리 외교의 지평을 확대하고 이를 공고히 하는 데에도 기여할 수 있다. 이미 우리 정부는 아프리카 등 저개발국에 대한 원조를 크게 증대하고 있으며, 이를 국제적 이미지 제고와 지지 여론 확보는 물론 에너지 등 실리 외교의 기반으로 활용하고 있다.

사실 저개발국에게는 한국의 경제성장 자체가 신화이다. 많은 국가가 경제력 증대를 위해 '한국 모델'을 따라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 알제리 등 여러 나라는 국가경제 발전은 물론 도시 개발에서도 한국의 경험을 전수받기 위해 협력 중이다. 그러나, 우리의 국내정책 변화가 뒤따르지 않는다면 신화는 그저 '신들의 이야기'로 전락할 수 있다.

과거 일본의 경우는 우리에게 반면교사(反面敎師)다. 1950~60년대 급속한 경제성장을 경험한 일본은 국제적 위상 제고를 위해 1980년대 이후 대규모 해외 원조와 유학생 유치 정책을 추진했다. 문제는 외국인에 대한 사회적 태도와 외국인정책 변화가 수반되지 않은 물량공세였다. 일본 국비로 도일 유학한 많은 외국인 유학생들은 일본 사회에 실망했고 본국으로 돌아간 뒤 오히려 반일 입장으로 돌아섰다고 알려져 있다. 2005년 일본 정부가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 진출을 시도하다가 실패한 것도 따지고 보면 이런 분위기와 무관하지 않다. 이 때에는 과거의 침략주의를 반성하지 않고 사사건건 주변국을 무시하는 그들의 태도가 결정적인 걸림돌이었다.

부언컨대 외교정책론에서 국내정책과 대외정책이 긴밀하게 연계되어 있다는 것은 상식적 가설이다. 앞에서 적었듯 많은 국제문제들이 국가간의 입장 차이, 더 세밀하게는 각국 국민들의 인식 차이로 해결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지구촌 시대에 접어든 오늘날, 안타까운 현실이다. 심지어 북한 핵문제에까지도 관계국의 관점 차이가 깊이 반영되어 있다. 정부의 '그랜드바겐' 대책에도 이런 점이 고려되어야 한다. 과거의 페리 프로세스나 9·19 공동성명에서도 채택된 포괄적·단계적 접근법을 돌이켜 보아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학 방문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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