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시사프리즘] '묻지마 투표'를 부추기는 투표용지 /강재호

8장의 투표용지엔 선거 문제점 응축

이름보다 앞선 기호…대표적 독소조항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09-11-08 21:02:52
  •  |   본지 26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10·28 국회의원 재보선의 의미는 이튿날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묻혀버렸다. 비록 입법과정에 대리투표 등의 위법행위가 인정되는 법률안이지만 그 가결선포는 무효하지 않다는 다소 낯선 논리로 구성된 이 결정을 비웃는 패러디의 발호에 자위하면서 우리는 1년6개월 만에 왜 재보선을 했는지는 벌써 까맣게 잊어버렸다. 그런데 대의민주주의 사회에서 투표용지 한 표의 기표는 투표소 밖의 천 마디 패러디보다 훨씬 중차대하다.

내년 6월 2일은 동시 지방선거일이다. 약 4000만 명에 이르는 유권자들이 전국 246개 지방자치단체에서 일제히 그 대표자들을 선거한다. 동시선거란 이처럼 유권자들이 전국 방방곡곡에서 함께 선거할 뿐만 아니라 시·도지사, 지역구 시·도의원, 비례대표 시·도의원, 시·군 구청장, 지역구 시·군·구의원, 비례대표 시·군·구의원, 시·도교육감, 시·도 교육의원이라는 여덟 명의 대표자들을 한꺼번에 뽑는다는 의미이다. 그래서 유권자들은 내년에 투표소에서 투표용지를 여덟 장이나 건네받을 것이다. 이처럼 투표용지에는 우리 공직선거의 여러 문제점들이 응축되어 있다.

2007년 12월 대통령선거와 함께 실시된 경남, 울산, 제주, 충북의 시·도교육감선거에서는 대통령선거의 당선자와 같은 기호를 받은 후보자가 모두 당선되었다. 이는 우연일 수도 있지만 지방선거 투표용지의 기호제도에 관해 불공정성을 지적하는 목소리에 주목할 필요가 있음을 새삼 들려주는 것이었다.

투표용지에는 기호, 소속 정당명, 성명을 차례로 표시하되 기호는 1, 2, 3 등으로 하고 정당의 당원이 아닌 후보자의 소속 정당명란은 '무소속'으로 표시한다. 그리고 투표용지에는 후보자등록 마감일 현재 국회에 의석이 있는 정당의 추천을 받은 후보자, 의석이 없는 정당의 추천을 받은 후보자, 무소속 후보자의 순위로 게재하되 의석이 있는 정당은 다수 의석순, 의석이 없는 정당은 정당명의 가나다순, 그리고 무소속 후보자들은 성명의 가나다순으로 게재한다. 다만 정당이 후보자를 추천할 수 없는 시·도교육감선거의 투표용지는 후보자 성명의 가나다순으로 게재하나 시·도 교육의원선거의 투표용지는 그 후보자들을 어떻게 게재할지 아직 미정이다.

투표용지의 문제점은 첫째, 이것이 기호 본위로 인쇄되어 있다는 것이다. 선거에 관해 그동안 귓전이 따갑도록 들어온 말이 '인물' 본위인데 정작 투표용지를 접하면 인물보다는 정당이, 정당보다는 기호가 먼저 눈에 들어온다. 말 없는 투표용지는 이처럼 기호와 정당 본위로 만들어져 있는 것이다. 지방선거의 투표용지에 정당명이 처음 나타난 것은 31년 만에 부활한 1991년의 시·도의원 선거에서였다. 1952년부터 1960년까지 정당은 지방선거에 후보자를 자유로이 추천하였지만 투표용지에는 정당명이 없었다. 그 방식이 좋겠다.

둘째, 이 기호(투표용지 게재순위)를 최근 실시한 국회의원 선거의 결과에 따르게 함은 국회의 주요 정당들에 의한 지방선거 투표용지의 게리맨더링으로서 지방선거를 국정선거의 결과에 예속시키는 것이다. 현재 국회에 제출된 15건의 '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 개정안과 86건의 '공직선거법' 개정안의 일부가 주장하는 대로, 1960년까지의 지방선거에서처럼 기호는 선거구별로 따로따로 등록 후보자들의 추첨으로 정하는 것이 가장 공정하다.

셋째, 국회에 5인 이상의 지역구 국회의원 등을 가진 정당이 추천한 후보자에게는 교육감 및 교육의원의 선거를 제외한 나머지 지방선거에서 통일기호가 부여된다. 그래서 지금대로라면 내년에 16인을 뽑는 시·도지사 선거, 733인(비례대표 78인 포함)을 가리는 시·도의원 선거, 230인을 고르는 시·군·구청장 선거, 그리고 2888인(비례대표 375인 포함)을 뽑는 시·군·구의원 선거의 수억 장에 달하는 투표용지가 한나라당 후보 1, 민주당 후보 2로 인쇄되어 투표소를 찾는 유권자들에게 6장씩 교부된다.

1998년 지방선거에 등장한 이 통일기호는 대중매체와 어우러져 전국 수천 개의 선거구마다 서로 다른 선거이슈를 잠재우고, 지역주의 풍토와 상승 작용하여 '묻지 마 투표'를 부추겨 온 선거법의 대표적인 독소조항이다. 이를 내년에 다시 보는 일은 부디 없도록 하자.

부산대 행정학과 교수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부산시, ‘부산항선’ 이달 예타 신청…원도심~북항 잇는 24.21㎞ 트램
  2. 2“이래서 당첨 힘들었나”… 최근 5년간 민간아파트 부정 청약 1669건
  3. 3부산 동래·금정구 하늘에 뜬 ‘쌍무지개’…희망과 행운의 메시지
  4. 4HD현대중공업 올해 임단협 잠정합의안 부결노사 갈등 커질 듯
  5. 5[단독]서지영 “기보, 본사는 부산에 두고 부산 기업은 심각한 홀대"
  6. 6[속보]돌아온 ‘부캉이’, 식지 않는 인기…누적 방문객 80만 넘어
  7. 7금융권 광범위 AI 공격 “해킹 시도 더 많을 수도”
  8. 82026 진주남강유등축제 화려한 개막…18일까지 ‘빛의 향연’
  9. 9“의도한 거라면 안 좋다” 축구 금메달 시상식서 제때 오르지 못한 태극기
  10. 10"친구가 총기 들고 탈영"…허위 신고한 20대 벌금 500만 원
  1. 1[단독]서지영 “기보, 본사는 부산에 두고 부산 기업은 심각한 홀대"
  2. 2'좌아하게'? 다시 논란 부른 이 대통령 SNS 정치
  3. 3오세훈, 영화 암살자(들) ‘탄흔 티켓’에 “문화 품격 훼손”
  4. 4[속보]민주당, 국힘 집회에 “극우 유튜버들 박수 세례에 중독된 장동혁”
  5. 5與 “조희대, 국감 출석 불응 의사…불출석은 국회법 위반”
  6. 6李대통령, 금융기관 개인정보 유출에 “철저 조사 지시”
  7. 7'광대극' 조소 이어 미사일로 응답한 北. 좁아진 청와대 입지
  8. 8영화 '암살자(들)' 논란 속 장동혁, 고(故) 육영수 생가 방문
  9. 9국힘, 싱가포르영화제 ‘암살자(들)’ 상영 철회 서한…與 “영틀막”
  10. 10김민석 “차기 총선 주 싸움터는 한강 아니라 낙동강”
  1. 1“이래서 당첨 힘들었나”… 최근 5년간 민간아파트 부정 청약 1669건
  2. 2[속보]돌아온 ‘부캉이’, 식지 않는 인기…누적 방문객 80만 넘어
  3. 3금융권 광범위 AI 공격 “해킹 시도 더 많을 수도”
  4. 4"산업용 차등요금제, 기업의 지역이전 효과 극히 불투명"
  5. 5"차명계좌 적발, 작년 이후 총 3471건…NH농협 가장 많아"
  6. 6알래스카 LNG 프로젝트 둘러싼 한·미 불협화음 언제까지 이어지나
  7. 7정부의 농축산물 할인 지원 예산 급증… 재정 부담 가중될 듯
  8. 8카카오 월4900원 멤버십 출시…네이버 쿠팡과 3파전
  9. 9이억원 “AI 해킹 가능성…금융권 최고수준 경각심 가져야”
  10. 10미래대응기금, 국감 쟁점 부상…국회 "재원 지속가능 의문"
  1. 1부산시, ‘부산항선’ 이달 예타 신청…원도심~북항 잇는 24.21㎞ 트램
  2. 2부산시, ‘부산항선’ 이달 예타 신청…원도심~북항 잇는 24.21㎞ 트램
  3. 3부산 동래·금정구 하늘에 뜬 ‘쌍무지개’…희망과 행운의 메시지
  4. 4HD현대중공업 올해 임단협 잠정합의안 부결노사 갈등 커질 듯
  5. 52026 진주남강유등축제 화려한 개막…18일까지 ‘빛의 향연’
  6. 6"친구가 총기 들고 탈영"…허위 신고한 20대 벌금 500만 원
  7. 7[속보] “법 위반한 적 없어” 김상욱 울산시장 첫 경찰 출석
  8. 8AI 성착취물 텔레그램방 ‘그놈’…잡고 보니 경찰관
  9. 9“술값 내라” 여러 차례 여자친구 때릴 듯 위협한 20대 집유
  10. 10울산바위 배경으로 사진 찍다 추락한 70대 등산객 숨져
  1. 1“의도한 거라면 안 좋다” 축구 금메달 시상식서 제때 오르지 못한 태극기
  2. 2AG 4연패 위업 축구 대표팀, 병역 관련 언행 논란
  3. 3‘단체전 대역전극’ 펜싱 2관왕 오상욱, 한국선수단 MVP
  4. 4스포츠클라이밍 서채현, 한국 선수단 폐회식 기수
  5. 5[속보] '짜릿한 역전극' 14세 최지운, AG 요트 소년부 금메달
  6. 6이우석, 양궁 리커브 남자 개인전 金…단체전까지 2관왕
  7. 7태권도 송다빈, 여자 67㎏초과급 금메달…겨루기 첫 金 수확
  8. 8서채현, 아시안게임 스포츠클라이밍 여자 리드 금메달
  9. 9한국, AG 남자 축구 4회 연속 금메달…결승 한일전 1-0 승리
  10. 10송교창·최준용 빠진 KCC…‘루이스 킹’ 희망될까
우리은행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학교 통폐합 지역 맞춤형으로 접근”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해운기업 유치, 해사법원 신설 “해양수도 부산 경쟁력 키울 것”
강동진의 도시이야기 [전체보기]
바흐를 찾아간 나, 한국을 꿈꾸는 그녀
세계유산위원회, 부산의 시간을 세계와 나누다
경제프리즘 [전체보기]
소비 아닌 문화 생산 주체 오페라하우스
한국 갯벌의 2단계 확대 등재 의미
과학에세이 [전체보기]
‘인공지능 정렬’ 골든타임 놓치지 말라
자동화의 세상에서 지능화의 세계로
국제칼럼 [전체보기]
배지의 실력행사
개헌 말하려면 헌법 준수부터
기고 [전체보기]
전문대학을 소개합니다
상어가 떠난 뒤, 북항에 남겨야 할 것
기자수첩 [전체보기]
금고 이사장 전횡, 지금도 진행중
엘리트 자평해온 市 공무원…생중계 회의서 능력 입증을
김준희의 클래식 인사이트 [전체보기]
여름의 끝자락, 브람스
여름날의 애상, 왈츠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다대포에서 만난 퇴계 이황
세종시대 음악이 전해진 이유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솔직할 수 있는 용기, 당신에게도 닿기를
히말라야의 경고
도청도설 [전체보기]
상표권 알박기
민원인(들)
독자 투고 [전체보기]
새로운 시작 ‘황혼 이혼’
무료 화장실 깨끗하게 쓰자
메디칼럼 [전체보기]
B형 간염 ‘바이러스 수치’에 ‘급여’ 맞춰야
‘공동선(Common Good)’으로서 간병 복지
목지수의 도시브랜드 산책 [전체보기]
랜드마크 시스템의 시대
북항 돔구장에서 야구 보며 사우나를
박지욱의 뇌력이 매력 [전체보기]
건망증, 이렇게 잡자
운동으로 해마를 키우자
박진희의 컬처 픽 [전체보기]
부산 문화정책, 지금 필요한 선택
지독한 집념이 세운 로컬 자산, 대한도기
사설 [전체보기]
가덕도신공항 공사비, 법 개정 앞서 정부가 힘 실어야
AI 해킹에 노출된 금융권 보안체계 재점검 시급하다
세상읽기 [전체보기]
드골 대통령과 군복
청년기본법, 청년친화도시
안재철의 연결하는 공간 [전체보기]
지구와 도시의 연결을 묻다
해양수도 부산, ‘제3의 경계 공간’
엄길청의 문전성시 [전체보기]
말과 현실이 너무 다른 부산
반도체와 부산
이보성의 미술 현장 산책 [전체보기]
시장이 강해진 것일까, 비엔날레가 약해진 것일까
아트부산, 숫자 이후의 질문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보건의료에서 지방정부 역할과 ‘정책 의료’
행위별수가제와 인두제, 오해와 진실
이정구의 맛과 건강 [전체보기]
미식과 오래 씹기
이제명의 오션 드림 [전체보기]
광복 81년, 다음은 바다의 산업 주권
HMM 부산 이전, 해양수도의 시험대
이홍의 세상현미경 [전체보기]
국제질서의 지각변동과 한국의 성장경로
한국이 가진 자산
정쾌호의 부동산 탐구생활 [전체보기]
부산 아파트 10년, 이중 양극화와 위상 추락
미분양의 경고, 지방 맞춤 ‘출구전략’ 서둘러야
주재민의 명당을 찾아서 [전체보기]
조선 8대 명당 중 하나인 정문도 묘
금가락지가 땅에 떨어진 형국, 곡전재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추석의 식탁, 가족을 잇는 와인
오스트리아 와인,빈의 시간을 마시다
특별기고 [전체보기]
‘해양수도 부산’ 토대부터 바로 놓아야
당론 따를지 역사 따를지 양심의 선택을
하순봉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박자와 기보
국민악파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이대원의 ‘온정리 풍경’
유영국의 1957년 작 ‘사람’
CEO 칼럼 [전체보기]
무(武)
의료 전문성이 병원 밖 나가는 길 열어야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