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과학에세이] 땅에도 역사가 있다 /이상원

치명적 자연재해와 제국의 멸망…문명사와 자연사 연관성에 관심을

  • 국제신문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09-11-09 21:19:35
  •  |  본지 30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우리는 언제부터 그랬는지 모르지만 백두산을 '민족의 영산'이라고 불러왔고, 지금은 우리 땅을 통행하지 못해 중국 땅을 밟아서까지 백두산을 애써 찾아 오르고 있다. 백두산은 화산활동으로 형성된 화산체이다. 그것도 격렬한 폭발적인 분화를 거쳐 화산체 정상부가 함몰되어 생긴 칼데라에 물이 채워진, 해발 고도가 아주 높은 천지라는 칼데라 호수를 머리에 이고 있는 산이다. 한라산 역시 화산분화 결과 전형적인 방패 모양의 화산체로 솟아 있고, 그 정상에 백록담이라는 화구호가 형성되어 있다. 무슨 조화인지 국토의 남과 북에 화산활동으로 생긴 화산체가 버티고 있고, 동해 끝에 역시 화산활동으로 생긴 울릉도와 독도가 국토의 수호신인 양 거친 바다를 외롭게 지키고 섰다. 이들을 연결시켜 보면 우리 국토를 둘러싸는 불의 고리인 셈이다.

우리 땅엔 불과 관련이 있는 산들이 많다. 금강 설악 월악 속리 계룡 월출 관악 북한 도봉 팔공 금정 등의 산들은 화강암질암으로 이루어져 있으니, 이는 뜨거운 마그마가 지하 깊은 곳에서 서서히 굳어서 만들어진 암석이다. 무등 내장 선운 보현 주왕 내연 가지 운문 천황 재약 영축 신불 천성 및 부산의 여러 산들은 화산활동으로 생성된 화산암으로 이루어진 산이니 역시 불과 직접 관련이 있다. 인간사에 역사가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자연에도 자연사라는 것이 있다. 그렇다면 산에도 당연히 역사가 있을 것이니 일종의 지사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오래전부터 영산으로 알려져 있는 지리산 덕유산 태백산 오대산 등은 앞에 언급된 것과 또 다른 과정으로 만들어진 산이고, 그 산을 채우고 있는 암석들의 역사 또한 유구하기 그지없다.

설악산이나 금정산 등을 이루고 있는 화강암질암들은 중생대 쥐라기 내지 백악기, 대략 2억 년 전에서 6000만 년 전 사이에 생성된 것이고, 영남알프스 산군을 비롯한 화산활동 결과 만들어진 암석들은 그 연대가 약 1억 년 전에서 6000만 년 전이다. 게다가 한라산이나 백두산 독도 울릉도 등은 신생대 제4기의 화산체들이며 역사시대에도 분화를 했던 기록이 남아 있고, 오래 되어도 불과 200만 년 이내이니 이 땅에서 가장 젊은 땅덩어리인 셈이다. 지리 덕유 태백 소백 등은 무려 20억 년 전후의 연대를 가진 암석으로 이루어져 있고, 이들은 그 이전에 있었던 화성암이나 퇴적암들이 지하 심부에 매몰되어 높은 온도 아래 그 성질이 변해 버린 변성암이다. 반만년의 장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이 땅의 사람들은 가장 역사가 짧은 백두와 한라를 이 땅의 으뜸가는 산으로 또 민족의 영산으로 떠받들고 있으니 아이러니하다.

영남으로 좁혀보면 1억2000만 년에서 1억 년 전 전 사이엔 퇴적물들이 유입되어 매몰되는 퇴적분지였던 곳이 그 이후의 격렬한 화산활동으로 도처에 폭발적인 화산 분화가 일어났으며 곳곳에 백두산 천지보다 규모가 훨씬 큰 칼데라가 생겼고, 그 아래 지하에 뜨거운 마그마가 뚫고 들어앉아 용트림을 하였으니 그 이전에 생성되었던 퇴적암들이 대부분 그 열에 빵 굽히듯 굽혀 아주 단단한 암석으로 변하였다. 태종대 송도 엄궁 황령산 기슭의 줄무늬(층리) 있는 암석들이 바로 마그마 열에 굽혀 변성된 혼펠스란 아주 단단한 암석이다. 해운대 장산, 영도 봉래산, 구덕산, 황령산을 이루는 암석을 보면 내부에 암석 파편들이 많이 들어 있어 엄청난 폭발력을 가진 화산 분화가 있었음을 말없이 알려주고 있다. 이제 부산을 비롯한 영남의 산들을 오르면 발바닥이 뜨끈뜨끈한 기운을 느낄 수 있을지 모르겠다.

인류 역사에 많은 나라들이 흥했다가 소멸되었고, 그 원인을 주로 외침이나 그 나라 내부의 정치, 경제, 사회적인 문제로 치부해 왔다. 그러나 과학 문명이 현재와 판이하게 달랐던 그 시대에 치명적인 자연재해 역시 자연 현상과 달리 왕이나 지배자의 부덕, 또는 하늘의 뜻으로 보았을 것이니, 이젠 문명사(또는 역사)와 자연사의 관련성에도 특별한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겠다. 예컨대 발해의 멸망을 백두산의 화산 분화와 밀접한 관련이 있을 것이라는 주장도 전혀 근거 없는 소리가 아니다. 이 지역에 철기문화와 함께 우뚝 섰던 가야국이 갑자기 기울어졌던 멸망사 역시 이 땅덩어리의 역사(자연사)와 무관한 것인지 좀 다른 시각으로 되새겨 볼 여지는 없을까.

부산대 교수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특정선수만 기용, 유망주 외면…‘꼴찌 롯데’ 전락에 팬도 등 돌려
  2. 2‘장기표류' 부산 해상관광케이블카 재추진
  3. 3명지신도시 2단계 사업…2.4㎞ 인공수로 뚫고 산책길 조성
  4. 4재판 족쇄 벗고 대선? 김경수에 쏠린 눈
  5. 5롯데 자이언츠 허문회 감독 경질, 새 사령탑에 서튼
  6. 6부산 7만 소상공인 부담 던 ‘무료 콜체크인’
  7. 7부산 강서구 행복주택 사업, 지역민 거센 반발
  8. 8지역중심시대 부울경 기업을 응원하다! <7-중> 박원욱병원②
  9. 920대 AZ 금지도 모르고 주사 놔준 병원…백신관리 도마 위
  10. 10양산 명언마을 양돈단지 전원주택 탈바꿈
  1. 1재판 족쇄 벗고 대선? 김경수에 쏠린 눈
  2. 2국민의힘 대표 후보 인터뷰 <4> 김웅
  3. 3김미애, 백신 부작용 국가가 입증하는 법안 발의
  4. 4국힘 당권 ‘영남권 중진-수도권 신진’ 대결로
  5. 5문재인 대통령, 장관 후보 3명 청문보고서 재요청
  6. 6홍준표 복당 선언에…국힘 PK 초선들 찬반 팽팽
  7. 7취임 4주년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 33.9%
  8. 8국힘 당권 레이스, 불 붙은 혁신경쟁
  9. 9문재인 대통령 "흠결 무안주기식 청문회" 장관후보 3인 임명강행 의지
  10. 10부산 여야정 상생협의체 구축 합의…초당적 협치 가속화
  1. 1명지신도시 2단계 사업…2.4㎞ 인공수로 뚫고 산책길 조성
  2. 2부산 7만 소상공인 부담 던 ‘무료 콜체크인’
  3. 3지역중심시대 부울경 기업을 응원하다! <7-중> 박원욱병원②
  4. 4당감4구역·전포3구역에 주택 3766가구 공급
  5. 5떠오르는 사하 ‘대티역스마트W인공지능’ 특별분양
  6. 6해수부 석연찮은 감사 연장 비난 봇물
  7. 7저공해차 구매 실적 기장도시공단 150%, 동래구 0%
  8. 8스벅 ‘굿즈 이벤트’ 1회 주문 20잔으로 제한
  9. 9최준우 주금공 사장 “40년 청년 모기지 하반기 도입”
  10. 10“콘텐츠 외부 개방해 초연결 과학관 만들 것”
  1. 1‘장기표류' 부산 해상관광케이블카 재추진
  2. 2부산 강서구 행복주택 사업, 지역민 거센 반발
  3. 320대 AZ 금지도 모르고 주사 놔준 병원…백신관리 도마 위
  4. 4양산 명언마을 양돈단지 전원주택 탈바꿈
  5. 5로컬크리에이터를 찾아서 <9> 동래구 ‘허그라운드’
  6. 6부산 남구청장 공약 ‘안심상가’, 임기 안에 달성하려 졸속 추진
  7. 7김해, 부울경 순환선 건설 맞춰 연계 교통망 구축 나선다
  8. 8부산대 등 10개 국립대, 학생지도비 94억 허위로 타내
  9. 9부산 코로나19 확산세 주춤 영국 변이 바이러스 2건 확인
  10. 10해상타워 줄여(6개→ 3개) 환경훼손 최소화…매출 3% 지역기부 계획도
  1. 1특정선수만 기용, 유망주 외면…‘꼴찌 롯데’ 전락에 팬도 등 돌려
  2. 2롯데 자이언츠 허문회 감독 경질, 새 사령탑에 서튼
  3. 3“선수 성장 집중…공격야구 펼칠 것”
  4. 4멀티골 황준호, 11라운드 MVP
  5. 5kt 허훈, 어린이 후원금·쌀 기부
  6. 6공격 본능 깨어난 아이파크…‘닥공’으로 부활하나
  7. 7웨스트브룩 ‘182번째 트리플더블’
  8. 8롯데 새 감독 래리 서튼은 누구?
  9. 9롯데, 허문회 감독 경질...후임 래리 서튼 감독
  10. 10“최강은 나야 나”…‘고교 월드컵’ 16일 개막
우리은행
국민의힘 대표 후보 인터뷰
김웅
국민의힘 대표 후보 인터뷰
조해진
강동진 칼럼 [전체보기]
한 도시의 리더가 된다는 것
‘융합의 시대’를 진정으로 지향하려면
기고 [전체보기]
글로벌 마이스 도시 부산을 꿈꾸며 /오흥철
한국 해운, 재건을 넘어 부활로 /김형준
기명칼럼 [전체보기]
기본소득 포퓰리즘, 가짜와 짝퉁의 대결
수에즈 단상
기자수첩 [전체보기]
부산 자치경찰위원회 사무국장도 경찰 출신…취지 역행 우려 /박호걸
체계적인 ‘동백전 행정’ 쫌! /김진룡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한국피리, 서양피리를 만나다
한국음악의 떼루아를 찾아서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2+1 책임제’ 족쇄로 안 남으려면 /유정환
‘신산업 도시 부산’의 필요조건 /이석주
도청도설 [전체보기]
미얀마의 봄
미·EU 백신 갈등
독자의 소리 [전체보기]
우리에게 외교 전략이 있는가 /허만
불법 주·정차 단속 애환 /박정도
박상현의 끼니 [전체보기]
음식은 움직이는 거 아닙니다
한국식 돈가스의 탄생
사설 [전체보기]
취임 한 달 박 시장, 이제부턴 과감한 실행력 보여야
지역 소상공인 오픈마켓 지원, 성공적 정착 기대한다
이은화의 미술여행 [전체보기]
최고의 기쁜 날
퇴폐미술의 낙인
장재건 칼럼 [전체보기]
시험대 오른 박형준표 협치
재보선 민심 받들겠다더니
정책 제언 [전체보기]
코로나19는 사람을 차별했다 /박민성
목전에 다가온 메가시티 실현 /강병중
조영석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오월의 노래
봄날의 상념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와인! 콘텐츠가 필요하다
와인어게인
특별기고 [전체보기]
공공콘텐츠 없인 북항 성공 없다 /서의택
민주화·민족자존에 바친 삶, 편히 쉬소서 /허운영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나비 그림의 명인, 남계우
김정희의 ‘세한도’ 열풍
  • 해양컨퍼런스
  • 생명의강 낙동강 수필공모전
  • 유콘서트
  • 18기 국제아카데미 모집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