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데스크시각] 을숙도대교에 깔린 것 /박창희

다리 건설로 망가진 을숙도…생태관광지 아니라 역사교훈 현장으로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을숙도대교를 달려보았다. 잘 뚫렸다. 가슴 한구석이 시원했다. 어쨌든 막힌 것이 뚫렸으니까. 그러나 시원한 가슴 안쪽이 쓰렸다.

다리 중간에 차를 대고 을숙도 남단과 명지 갯벌을 바라보았다. 강과 바다가 만나 이룬 하구의 갯벌지대는 절대 자연의 풍광이다. 아득한 갯벌 너머로 해원의 노스탤지어가 피어나는 듯했다.

차를 댄 곳은, 평소 민간인 출입이 통제되는 을숙도 철새도래지(천연기념물 제 179호)다. 이곳을 육상으로 진입하려면 허가를 받아야 한다. 들어가더라도 새를 괴롭히는 행위는 금지된다. 까다로운 문화재보호법이 적용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을숙도대교가 이런 통제 절차를 우습게 만들어버렸다. 다리를 통해 차를 몰고 들어가면 철새도래지의 속살까지 훤히 보게 됐으니 말이다. 다리가 가져온 일종의 '마법'이다.

지난달 29일 열린 을숙도대교 개통식은 축포가 터지는 가운데 기대와 흥분이 교차했다. 동-서부산을 잇는 물류 동맥, 서부산의 산업지도를 바꾸는 상징 교량으로서 을숙도대교가 갖는 의미는 크다. 지역사회가 기대를 갖는 건 이해가 간다. 그러나 기대와 흥분에 앞서 놓친 것이 있다. 자연(생명)을 파괴한 데 대한 자성이다.

을숙도대교(명지대교)는 10여 년 환경 공방의 산물이다. 보존군(환경단체)의 끈질긴 저항에 개발군(부산시, 시공사 등)은 저돌적으로 밀어붙였다. 공사는 착공 4년10개월 만에 완공되었다. 개발군의 '친환경 노력'도 간과할 순 없다. 민감한 곳을 피한다며 노선을 다소 휘게 하고 방음 가드레일과 특수 바닥시공을 통해 소음을 줄였다. 그렇게하여 길이 5.2㎞, 사업비 4200억 원이 들어간 장대 교량이 개통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을숙도대교는 부끄럽다. 물류니 친환경이니 하지만, 철새도래지 파괴라는 본질은 감춰지지 않는다. 우선 10여 년 사용해온 명지대교라는 이름을 왜 바꾸었나 묻고 싶다. '동양 최고의 철새도래지' 심장부를 관통한 사실을 알리고 싶어서인가. 아니면 을숙도라는 유명세에 기대 득을 보려 했음인가. 전자라면 뻔뻔하고 후자라면 염치가 없다. 자신을 파괴하고 새를 쫓아내는 교량에 어떻게 을숙도란 이름을 판단 말인가.

통행료 문제도 걸린다. 애초 책정된 통행료가 1139원인데, 준공 시점에 1500원 선으로 높아졌다. 하루 예상 통행량이 3만5000대에 미치지 못할 경우, 부산시가 손실 보조해야 한다. 시는 통행량을 당초 7만8000여 대까지 늘려 잡았으나, 얼마 전 한 용역에서는 2만여 대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보고가 나왔다. 적자가 나면 이제 시민 세금으로 꼬빡꼬빡 입금해줘야 한다.

더 중요한 문제는 철새도래지에 상존하는 위협이다. 밤낮을 가리지 않고 끊임없이 발생할 차량의 소음, 경적, 분진, 조명, 가로등 불빛 등은 철새도래지를 영원히 위협하게 될 것이다. 당장 월동하러 온 겨울철새들의 비행 장애가 걱정이다. 큰고니 등 덩치 큰 새들은 비행 시 활주로가 필요하다. 을숙도대교의 높이가 22.8m(가로등 높이까지 더하면 33.8m)이니 큰고니의 활공비(滑空比, 높이와 도달하는 거리의 비)를 고려하면 400m 이상의 거리가 필요하다고 한다. 심리적 영향을 무시하더라도, 다리로 인한 새들의 비행 장애는 불가피해졌다.

승학산 정상에 오르면 을숙도 전체와 하구의 모래톱들이 한눈에 들어온다. 을숙도의 모습이 기가 막힌다. 하굿둑이 을숙도 허리에 콘크리트 벨트를 채웠다면, 을숙도대교는 아랫도리에 수갑을 채운 꼴이다. 정부가 4대 강 사업을 한답시고 을숙도에 제2하굿둑까지 세운다니 무슨 말을 더 할 수 있을까.

그래도 을숙도를 포기할 수는 없다. 포기하다니! 하굿둑, 분뇨처리장, 쓰레기 매립장, 장대 교량까지 차례차례 받아 안은 을숙도는 훼손된 모습 그대로 우리 얼굴이다. 30년간 을숙도는 수난 속에서 '실낙원의 비애'를 인간에게 가르쳐왔다.

올해가 중요하다. 다리 개통 후 변화를 모니터링하여 사후 약방문이라도 해야 한다. 을숙도 다크 투어리즘(dark tourism·역사교훈여행)을 제안한다. '생태관광' 운운하며 본질을 숨길 게 아니라, 오욕과 훼손의 과정을 산업문화 유산으로 드러내 교훈으로 삼자는 말이다. 이것이 을숙도의 부끄러움을 조금이나마 씻는 길이 아닐까.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이 아찔한 통학로, 20년 방치한 어른들
  2. 2방과 후 ‘늘봄학교’ 퇴직교원 활용 검토
  3. 3코로나 예방백신도 독감처럼…매년 1회 무료접종
  4. 4옛 미월드 부지 고급 생활형 숙박시설 들어설까
  5. 5[근교산&그너머] <1324> 울산 신불산 단조봉 ‘열두 쪽배기등’
  6. 6“김은숙 작가, 날 망쳐보겠다 했죠…엄마도 이젠 ‘연진아’라 불러요”
  7. 7베리베리 설레는 봄, 삼랑진행 ‘딸기 막차’ 올라타세요
  8. 8보행로·차로 구분 없고, 트럭도 ‘쌩쌩’…목숨 건 등하굣길
  9. 9부산시, 지역대 ‘라이즈사업’지원 전담팀 신설
  10. 10부산 공시가 18%↓…보유세 부담 20% 이상 줄어들 듯
  1. 1여도 야도 ‘태극기 마케팅’…한일정상회담 정쟁 도구 전락
  2. 2법정 가는 ‘대장동 배임’…檢 “성남시에 손해” 李 “이익 환수”
  3. 3공소제외 ‘428억 약정’ 추가 수사…꼬리무는 ‘사법리스크’
  4. 4중소기업 반도체 등 투자땐 최대 25% 세액공제
  5. 5북한 순항미사일 또 발사…SRBM 이후 사흘만에
  6. 6가덕신공항 개발권 ‘반경 16.8㎞’ 가닥…54개 읍·면·동 혜택
  7. 7尹 "우리 야당 부끄러웠다" 발언 논란 예고...의도는?
  8. 8이번엔 日멍게 수입 논란, 대통령실 "멍게란 단어 없었다"
  9. 9檢 이재명 위례·대장동 등 관련 불구속 기소, 李 "법원서 진실 드러날 것"
  10. 105000만원 예금보호 한도, 1억으로 올리나
  1. 1옛 미월드 부지 고급 생활형 숙박시설 들어설까
  2. 2부산 공시가 18%↓…보유세 부담 20% 이상 줄어들 듯
  3. 3애플페이 첫날 100만 가입 돌풍…삼성, 네이버 업고 맞불
  4. 4생계비 ‘100만원’ 상담 신청 폭주…예약법 바뀐다
  5. 51월 출생아 또 ‘역대 최저치’ 갈아치웠다
  6. 6주가지수- 2023년 3월 22일
  7. 7매매가 10% 인하도 안 통했다…다대소각장 또 유찰
  8. 8전기료 지역 차등제 이르면 내년 하반기 시행
  9. 9부산 첫 통합공공임대주택 공급…일광에 1134세대
  10. 10'페이' 대전 시작...애플페이 맞서 삼성페이 제휴카드·교통기능 강화
  1. 1이 아찔한 통학로, 20년 방치한 어른들
  2. 2방과 후 ‘늘봄학교’ 퇴직교원 활용 검토
  3. 3코로나 예방백신도 독감처럼…매년 1회 무료접종
  4. 4보행로·차로 구분 없고, 트럭도 ‘쌩쌩’…목숨 건 등하굣길
  5. 5부산시, 지역대 ‘라이즈사업’지원 전담팀 신설
  6. 6본회의 상정 앞둔 간호법…“처리”-“저지” 의료계 갈등격화
  7. 7오늘의 날씨- 2023년 3월 23일
  8. 8“신입생이 건방지다” 고교 2·3학년 10명, 90분간 후배 폭행(종합)
  9. 9부산교통공사 통상임금 항소심 “노동자에 총 268억 지급하라”
  10. 10김해지능기계산단 국가산단 탈락 후유증… 김해시 오는 기업 마다할 판
  1. 1통 큰 투자한 롯데, 언제쯤 빛볼까
  2. 2기승전 오타니…일본 야구 세계 제패
  3. 3‘완전체’ 클린스만호, 콜롬비아전 담금질
  4. 4BNK 썸 ‘0%의 확률’에 도전장
  5. 5“스키 국가대표로 우뚝 서 이름 남기고 싶다”
  6. 6생일날 LPGA 데뷔…유해란 ‘유쾌한 반란’ 꿈꾼다
  7. 7주전 다 내고도…롯데 시범경기 연패의 늪
  8. 8침묵하던 천재타자의 한방, 일본 결승 이끌다
  9. 9당당한 유럽파 오현규, 최전방 경쟁 불지폈다
  10. 10무한도전 김주형, 셰플러를 넘어라
우리은행
주민이 직접 설계하는 지방자치단체 구성
불신 큰 지방의회 권한 확대? 다수당 견제책 등 선결돼야
주민이 직접 설계하는 지방자치단체 구성
단체장 권한 집중 획일적 구조…행정전문관 등 대안 고민
강동진의 도시이야기 [전체보기]
황령산 봉수전망대에 보내는 간곡한 바람
더불어 살며 지켜가야 할 피란수도 부산
과학에세이 [전체보기]
자연의 법, 인간의 법
낙동강 녹조를 그대로 둘 것인가
기고 [전체보기]
교육이라는 희망 사다리를 놓자
국제여객터미널 입주사 살린 후 임대료 징수를
기자수첩 [전체보기]
동계체전, 국내 최고 겨울 스포츠대회 맞나
학교 신축 공기지연, 노조 탓만 할 수 있나요?
김갑수의 생각 [전체보기]
한국은 여기까지다
안전하게 내려오는 방법
김석환의 이미 도착한 미래 [전체보기]
3차 세계화, 우리는 괜찮을까
‘죽어도 자이언츠’를 보면서
김용석의 시사탐방 [전체보기]
“거울아, 거울아!” 그 중독의 마법
선인장 가시와 ‘나의 불안전 불감증’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세계박람회 왜 부산인가?
문화자산을 물려받는다는 것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가덕신공항과 수도권 일극 체제
‘영웅 만들기’에 나서야 할 때
도청도설 [전체보기]
예금보호 한도 확대
‘놀토’ 대신 ‘놀금’
박상현의 끼니 [전체보기]
제주 구엄리 돌염전
아재들의 건승을 빕니다!
사설 [전체보기]
‘코로나 백신 피해자 심사 왜곡’ 정부가 규명하라
이재명 대장동 재판, 증거와 법리로 진실 가려야
세상읽기 [전체보기]
우리 곁의 ‘다음소희’
챗GPT, 친구인가 적인가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복지 지출의 원칙과 난방비 지원
의사 인력 확충의 올바른 방법
이제명의 오션 드림 [전체보기]
새로운 해양시대
이해인 수녀 '기도의 창가에서' [전체보기]
신발을 신으며 배우는 겸손
매화 앞에서, 슬픔 앞에서
이홍의 세상현미경 [전체보기]
한반도에 새로운 국제질서가 등장하고 있다
위태로운 중국의 미래
인문학 칼럼 [전체보기]
잃어버린 웃음을 찾아서
환대(hospitality)의 춤
장병윤의 대안 모색 [전체보기]
원전에 미래를 맡길 수 없다
다시 블랙리스트
전호환의 두잉세상 [전체보기]
근고지영
단석산 신선사의 목탁소리
차재원의 정치평설 [전체보기]
대통령의 초심
새해엔 선거개혁 위한 결단 기대한다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봄의 낭만에 대하여
살며 사랑하며 배우며
특별기고 [전체보기]
한일관계, 기초 제대로 잡아가야
내 고향은 부산입니더!
하순봉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오케스트라
노엘합창단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의재 허백련의 한국적인 산수화
이당 김은호의 ‘매란방’
CEO 칼럼 [전체보기]
재편된 마이스 시장에서 생존 전략은
ESG경영 골칫거리 해결한 시스템
  • 다이아몬드브릿지 걷기대회
  • 제11회바다식목일
  • 코마린청소년토론대회
  • 제3회코마린 어린이그림공모전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