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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청년세대에게 '장미'를 /이명원

허리휘는 등록금에 스펙 무한경쟁까지

절망에서 구하려면 '빵'보다 '장미'를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09-11-11 20:30:08
  •  |   본지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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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진학률이 거의 90퍼센트에 육박하는 오늘의 현실을 고려하자면, 청년세대의 문제는 곧 대학생들의 미래전망의 문제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기성세대의 입장에서 우리가 미래사회의 주역인 이들 청년들에게 얼마나 진심 어린 열정을 기울이고 있는가 하는 점을 생각해 보면, 사실 의혹의 시선으로 자문해야 될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오늘의 청년세대들이 미래전망을 꿈꾸기도 전에 절망에 직면하게 되는 구조는 물가상승률을 한참이나 앞지르고 있는 고비용의 등록금이다. 중산층에 속하는 부모라고 할지라도 자녀들의 대학학자금을 순조롭게 보충해주는 일은 결코 만만한 일이 아니다. 굳이 수도권의 대학에 진학하지 않는다고 해도, 주로 지역의 대도시에 있는 대학에 자녀들을 유학 보내는 학부모의 입장에서는 매 학기 대학등록금은 물론이고, 하숙비와 생활비를 마련하느라 그야말로 허리가 휠 정도의 경제적 부담을 감수하고 있는 것이다.

학생들의 입장에서도 학업에 전념해야 될 시간의 많은 부분을 각종 심야의 아르바이트에 소진하는 경우가 많고, 그렇게 해도 등록금과 생활비를 마련할 엄두가 안 나기 때문에 학자금 대출을 받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조차도 예산부족 때문에 필요한 학생들 대다수가 포기하는 경우가 많고, 설사 대출을 받는다고 해도 다달이 돌아오는 원금과 이자 상환에 대한 압박을 감당할 수 없어 졸업과 동시에 신용불량자로 전락하는 대학생들도 늘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대학생들은 '스펙경쟁'에 내몰려 있다. 중등교육 과정에서 사교육 시장에 휘둘렸던 이들의 청년기는 더 세분화된 사교육 시장과 어학연수 등을 포함한 고비용을 감수해야 한다. 물론 경제적 비용은 이변이 없는 한 학부모들에게 전가된다. 그렇다고 해서 이들 청년들이 부모세대에 대한 감사의 표시를 하는 것은 아니다. 오늘의 한국사회에서 유년기는 20대가 끝나는 시점까지 지속된다는 것을 학생들 본인이나 학부모 모두가 암묵적으로 인정하고 있는 까닭이다.

문제는 그런 청년들의 사회로의 진입장벽이 턱없이 높다는 것이다. 이것은 청년에게는 말할 것도 없지만, 부모세대에게도 오늘의 현실에 대한 분노와 절망을 깊게 한다. 사실 이 집단적인 분노와 절망을 제도적·정치적 해법을 통해서 해결해야 될 주체는 정치세력들이고, 유연화된 고용구조를 고수하면서 사상 최대의 자산소득을 얻어내고 있는 기업들인 것이다.

대학진학률이 90퍼센트에 육박하고 있다면, 이는 사실상의 '의무교육'인 상황이다. 이런 사정이라면 정부는 '4대 강'을 포함한 허다한 낭비성의 국책사업을 포기하고 그것을 고등교육 예산에 투입해, 세계적으로도 유례없는 고비용 등록금 구조를 해소해야 한다. 청년세대 역시 자신들이 처해 있는 극단화된 경쟁상황을 둘러싸고 있는 한국사회의 더 넓은 모순의 연관관계에 대해 자각하고, 이것의 집단적인 해결을 위한 행동에 나서야 한다. 막대한 등록금 수입과 재단전입금, 그리고 학교발전기금의 모금을 통해서 '교육사업'에 골몰하고 있는 대학들도 학생들에게 교육비용을 재분배해야 한다.

그러나 모두가 진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누구도 이 구조적 문제의 해결 주체가 자신임을 자각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청년세대들이 처해 있는 경쟁이데올로기와 승리주의에 기반한 개인주의의 강화는 교육의 공공성이라는 명제 대신에 거꾸로 우승열패의 낡은 세계관을 자연화한 진리로 수용하게 만드는 암담한 조건이 되고 있다.

사실 이 부분에서는 대학의 교원들 역시 책임을 면치 못한다. 대학교수들은 '학술연구주의'라는 무한경쟁 시스템을 당연시하고 수수방관하고 있다. '연구'가 '교육'을 압도한 결과 학생들은 '삶의 의미'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을 선생들에게서 찾지 못한다. 다른 모든 분야가 경쟁주의에 편승한다고 해도, 대학의 인문학부와 교양과정은 '삶의 의미'를 둘러싼 세계의 전체적인 연관에 대한 감정교육과 비판적 사고에 주력해야 한다. 그러나 대학개혁은 이조차도 부숴버렸다.

하지만 뜻있는 대학의 선생들이라면 '무학점 강의'를 통해서라도 절망하고 있는 청년세대와 만나 '빵'만큼 중요한 '장미'의 아름다움에 대해 역설해야 한다. 대학에서조차 '삶의 의미'를 묻지 않는다면, 청년들은 계속 절망할 것이다.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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