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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창조도시 부산을 향하여 /이동언

기억공간 찾아내 과거·현재를 소통시키는 도시로 재생해야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09-11-17 20:10:04
  •  |   본지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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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리에 방영되는 TV드라마의 대부분은 소통과 단절의 문제를 다룬다. '주인공들 사이의 단절을 소통을 통해 풀어나가는 과정을 그린 것이 드라마이다'라고 단언을 내려도 아마 틀린 말은 아닐 게다. 예를 들어 현재 방영되고 있는 모 방송국의 드라마를 보면 주인공이 과거의 기억을 상실하여 자신의 옛 가족과 소통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소통을 가로막는 현재의 아내가 있다. 주인공이 과거의 가족과 소통을 하려고 하면 현 아내가 이를 가로막는다. 소통과 단절 사이의 묘한 긴장을 재미있게 조성·화해시키는 조정 능력은 결국은 작가의 상상과 꿈으로부터 나온다.

이 소통과 단절 사이를 메우는 조정 능력은 건축가에게도 필요하다. 도시건축을 한마디로 표현하라면 '공간 간의 단절을 상상과 꿈으로 소통시키기'라고 하겠다. 소통과 단절의 짝패놀이라고 명해도 좋을 것이다. 공적인 공간은 소통이 주류를 점하고, 사적인 공간도 소통을 시도한다. 공사공간(公私空間)의 상호소통이야말로 단절의 벽을 허문다. 과거공간과 현재공간을 기억회복을 통해 상호 소통시키려는 드라마 속 주인공처럼 도시건축에서도 인간은 시간적, 공간적으로 소통하려고 한다. 도시건축의 경우 인간은 현재공간의 소통에만 매달려 흔히 시간적 소통을 망각해버린다. 하여 인간이 도시건축과 주위 환경, 도시건축 사이에 최소한의 공간적 소통만 이룬다고 해도 그것은 제대로 작동된 것처럼 보인다.

부산을 다녀보면 단절된 소통불가의 도시건축이 너무 많다. 어딜 가도 전후좌우가 이질적이어서 단절이 된다. 도대체가 공간들이 상호 소통되는 맛이 없다. 예를 들어 신세계 센텀시티, 롯데백화점 센텀시티점과 APEC 나루공원 사이의 길을 차를 타고 지나노라면 그것들 사이의 소통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음을 알게 된다. 롯데의 지하외부공간-신세계의 지하외부공간-신세계 지상외부공간-롯데 지상외부공간-롯데 옥상층-롯데 외부공간-신세계 외부공간-신세계 옥상공원-신세계 외부공간-지하공원-APEC 나루공원-수영강변로. 이들 간에 상호관입이 이루어진다면, 단절된 공간에 꿈과 상상에 의한 소통이 흐른다면, 그로 인한 묘한 긴장감이 사람들을 불러 모을 것이다.

묘한 긴장감은 단지 공간의 소통과 단절의 관계에서만 생성되는 것은 아니다. 시간의 소통과 단절에서도 일어난다. 상기 드라마의 주인공처럼 우리는 망각된 기억공간과 현재공간을 소통시키려고 한다. 그런데 주변의 도시건축에는 망각된 기억공간과 현재공간을 소통시키려는 시공간적 상호관입이 거의 없다. 오히려 재개발이라는 이름 아래 우리의 기억공간을 하나둘씩 지워버리고 있다. 기억공간은 우리의 자산이다. 도시재생의 당위성은 바로 도시재생이 기억공간재생을 수반할 때 주어진다는 점에 있다.

부산에서 우리의 과거를 쉽게 만날 수 있는 곳은 범일동 보수동 영주동 초량동 좌천동 등이다. 그 동들 속에 사는 시민들은 과거공간과 현재공간의 단절을 어떻게 상호 소통시켜야 할까. 고민해볼 문제이다. 이들에겐 과거공간만 있지 현재공간이 결핍되어 있다. 과거공간이 있음은 천만다행이다. 과거공간과 현재공간을 꿈과 상상을 통해 소통시킴으로써 과거는 창조의 한 축이 된다. 과거의 존재로 인해 도시건축이 재생되고 지속가능성이 유지된다.

과거공간과 현재공간을 소통시키기 위해 우리의 상상과 꿈이 동원된다. 앞으로 인간은 기억과 현재에 상상과 꿈을 가해 무수한 삶의 공간을 창조할 것이다. 그때 우리는 느끼게 될 것이다. 도시는 센텀시티처럼 각각의 건물이 서로가 서로에게 민망스럽게 돌아서 있는 곳이 아님을. 국지적으로 잘 돌아가나 전체적으로는 잘 작동되지 않는 센텀시티는 당연히 우리에게 아무런 과거공간을 제공하지 않는다. 따라서 과거와 현재를 소통하는 꿈과 상상도 무용지물이 된다. 오직 현재만 덩그러니 놓여 있을 뿐이다. 차가운 도시기계만 오로지 존재한다.

부산시민은 드라마의 주인공처럼 무엇보다도 기억공간을 찾아내야 한다. 재생도시 부산은 기억, 현재, 상상, 꿈의 공간이 대물림되어 상호관입의 반복적 만남을 이룰 때, 증손자 손자 아버지 할아버지가 같이 만들어가는 지속가능한 창조도시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부산대 건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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