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시사프리즘] 한국 사회의 성숙 /조경근

사회성숙 위해선 여론주도층 역할

적절한 공공정책 · 냉철한 비판의식 중요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09-11-22 20:36:28
  •  |   본지 26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정치경제학에서 '성장'은 양적인 것, '발전'은 질적인 것으로 구분한다. 이를테면 "박정희 대통령 시대에 이룬 것은 경제 성장이지 발전은 아니다"라는 식의 표현이 그것이다. 물론, 성장이 발전의 주된 부분과 기초를 이룬다는 점에서 둘을 확연히 구분할 수 없다는 반론도 만만찮다.

요즘은 발전이라는 개념도 그다지 좋게만 보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다. "발전이 과연 좋기만 한 것인가"라는 질문은 이미 고전적인 문제제기이다. 게다가, 오랫동안 발전의 척도가 되어온 GNP 혹은 GDP에 대한 비판이 환경에 대한 관심 증대와 더불어 발전에 대한 부정적인 느낌을 키웠다.

돌이켜 보면 한국은 단시간에 참 많은 발전을 이루었다. 서구나 일본을 여행한 많은 사람들이 한국인이라고 밝히기를 멈칫거리던 것이 엊그제인데, 이제는 누구도 "저는 한국 사람입니다"라고 말하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오히려 꽤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우리나라가 그만큼 실질적인 발전을 이룬 것이다. 욕심이 많기는 하지만 자신의 목적을 향해 부지런히 노력하는 국민성, 어떤 분야든 극성스레 달려들어서 마침내 세계적으로 두각을 나타내는 탁월한 재능, 자신은 덜 먹고 덜 입어도 자식만큼은 훌륭히 기르고자 하는 부모들의 향학열과 희생정신, 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은 나라와 지역에 퍼져 사는 도전정신, 이런 것들이 일제식민과 전쟁, 독재의 어려움을 헤치고 마침내 나라의 발전을 이룬 것이다.

그런 우리 한국이 새롭게 진일보해야 할 목표는 성숙이다. 개인과 사회 모두가 성숙해야 한다. 지난달 어느 국제세미나에서 한국의 가장 큰 정치학회 회장을 맡고 있는 분이 "국민들의 정치참여가 중요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참여자의 질적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우리나라가 독재를 벗어나야 했던 시기에는 사회적, 국민적 목표가 민주화 즉, 독재를 벗어나는 것 그 자체로 단순했기 때문에 참여자의 민주시민 의식이 매우 잘 가꾸어진 것일 필요는 없었다. 그러나 민주화의 진척과 함께 사회 구성원들의 요구가 다양해지고 강력해졌기 때문에 과연 필요한 것인지, 무엇부터 먼저 해야 하는지, 어떤 단계로 구분하여 진행해야 하는지 등에 대한 식견이 있고, 다른 사람의 주장을 경청해서 자신의 견해에 수정하거나 철회할 부분이 없는지를 살필 수 있는 수준의 참여자 수가 많아져야 한다.

사회 지도층과 여론 주도층의 질적 수준이 향상되면 사회 일반의 수준도 따라가게 된다. 어떤 외국 학자가 한국을 '붐(boom)'사회라고 불렀다. 일순간 확 타오르는 무엇은 있지만, 금방 식고 꺼진다는 것이다. '붐' 속성으로 인해 IMF의 힘든 시기에 세계 유래 없는 '금모으기,' 2002월드컵 때 '오 필승 코리아'가 가능했을 수 있다. 그것은 장점이다. 그러나 차분함과 냉철함과 진득함이 사회적 성숙에는 더 필요하다.

우리 사회의 현재 골칫거리 중 하나인 '악플러' 현상도 대표적인 미성숙 사례다. 공중파 TV에서 쏟아져 나오는 'S라인'과 '식스팩' 타령도 그렇다. 공중파와 젊은이들의 입에서 인격과 품성의 중요성이 진정 많이 회자될 때 우리 사회도 성숙의 시기에 들어섰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겉치레와 껍데기가 내실과 알맹이에게 본래의 자리를 돌려준 사회여야 한다.

사회적 성숙은 정책의 알맞음과 충실함의 실현이어야 한다. 가벼운 예들을 들어보자.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조망하는 곳이 시멘트로 덮여 있다. 황령산 중턱에는 사용자가 없는 실내스키장이 버티고 서 있다. 젊은이들의 일자리 창출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하면서도 늘어가고 확대되는 것은 각종 축제다.

그러면서 누구도 책임지는 이가 없다. 지나간 일을 들추는 것이 해당 인사들에게 미안한 일이지만, 법령에 어긋나지만 않으면 허락할 수밖에 없다는 변명은 충직한 공인의 길이 아니다. 황령산이 가진 공공재의 성격을 충실히 검토했다면 결정은 달리 내려졌을 것이다. 지나다니는 시민들이 황령산에 괴물처럼 서 있는 시설을 보면서 저것을 허락한 기관과 관계자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말을 지금도 한다.

칭찬 일색의 소수, 비판 일색의 소수는 사회의 진정한 주인이 아니다. 이제, 발전의 주역이었던 과묵한 다수가 성숙을 위해 나설 때다.

경성대 교수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행정직은 35명, 우린 1명? 사회복지직 승진 소외에 뿔났다
  2. 2현대건설 컨소시엄, 가덕신공항 부지공사 단독 응찰(종합)
  3. 3기초의회 원 구성, 이번에도 감투싸움
  4. 4“향후 20년 성범죄 근절 노력” 25일 밀양시장 머리 숙인다
  5. 5글로컬대 본선 앞둔 지역대, 해외까지 지·산·학 교류 보폭
  6. 6볼거리 많아진 부산모빌리티쇼…르노코리아 ‘오로라’ 최초 공개
  7. 7부산시 과장급 7명 3급 승진 인사
  8. 8양산 원동습지 생태공원 내달 문 연다
  9. 9창원대 우주항공 캠퍼스 추진…사천시 “경상국립대 배제 아냐”
  10. 10與, 7개 상임위원장 수용…추경호 원내대표직 사의
  1. 1與, 7개 상임위원장 수용…추경호 원내대표직 사의
  2. 2연일 ‘채상병 특검법’ 띄우는 한동훈…대립각 세우는 나경원·원희룡·윤상현
  3. 3[정가 백브리핑] 두 달 만에 6개 법 발의·입법준비…부산시 ‘국회입법 협력서비스’ 호응
  4. 4이재명, 대표직 사퇴…연임 도전 수순
  5. 5여야 원 구성 또 결렬…與 7개 상임위 수용여부 24일 결정
  6. 6대대적 물갈이 예고…부산시의회 인기 상임위 경쟁 치열
  7. 7음주보다 벌금 낮은 마약·약물 운전…與 김도읍 처벌 강화 법안 대표발의
  8. 8[단독]나경원, 당권주자 중 처음 부산 당심 공략
  9. 9결심 굳힌 이재명…‘또대명’ 명분이 고민
  10. 10與 “협상 중단”…野 “더는 못 미뤄” 25일 본회의 강행 예고
  1. 1현대건설 컨소시엄, 가덕신공항 부지공사 단독 응찰(종합)
  2. 2볼거리 많아진 부산모빌리티쇼…르노코리아 ‘오로라’ 최초 공개
  3. 3미분양주택 늘고 미수금 증가…부산 건설업체 자금사정 악화
  4. 4서동에 의류제조 특화센터…부산경남봉제조합서 운영
  5. 5유망한 스타트업 발굴…롯데百 팝업·입점 기회 준다
  6. 6도시·건축 아이디어 교류, 부산서 국제건축워크숍
  7. 7BPA ‘인니 물류거점’ 문 열었다
  8. 8“한성기업 식품비중 확대…매출 1조 초석 놓겠다”
  9. 9부동산PF 정상화 나선 캠코…저축銀 사채 786억 원 인수
  10. 10주가지수- 2024년 6월 24일
  1. 1행정직은 35명, 우린 1명? 사회복지직 승진 소외에 뿔났다
  2. 2기초의회 원 구성, 이번에도 감투싸움
  3. 3“향후 20년 성범죄 근절 노력” 25일 밀양시장 머리 숙인다
  4. 4글로컬대 본선 앞둔 지역대, 해외까지 지·산·학 교류 보폭
  5. 5부산시 과장급 7명 3급 승진 인사
  6. 6양산 원동습지 생태공원 내달 문 연다
  7. 7창원대 우주항공 캠퍼스 추진…사천시 “경상국립대 배제 아냐”
  8. 8두바이금융센터 위한 법도 제정…자율권 보장으로 미래금융 박차
  9. 9지인이 몰래 차 몰다 사고…대법 “차주도 책임”
  10. 10리튬전지 1개 불 붙자 순식간에 확산 추정…화약고 된 공장
  1. 1‘민모자’ 양희영, 34살에 첫 메이저 퀸
  2. 2‘효자’ 양궁·펜싱 기대…수영 황금세대도 금빛 물살 가른다
  3. 3‘10초 프리즈’ 김홍열, 올림픽 간다
  4. 4퓔크루크 극장골…독일 16강 진출
  5. 5정현수 사사구 남발…선발투수 데뷔전서 조기 강판
  6. 6호날두 골 대신 골배달, 대회 통산 8도움
  7. 7김하성 10호 홈런…3연속 두자릿수 포
  8. 8부산시장배 세계합기도선수권 성황
  9. 9김민규 2년 만에 한국오픈 정상 탈환…박현경 4차 연장서 윤이나 꺾고 우승
  10. 10롯데 지시완 최설우 김서진 전격 방출 통보
우리은행
후보가 후보에게 묻는다
부산 서동
4·10 총선 지역 핫이슈
원도심 숙원 고도제한
강동묵의 디톡스 [전체보기]
노동자 건강을 위한 국제사회의 경향
소규모사업장 중처법, 투약 중단이 필요한가?
강동진의 도시이야기 [전체보기]
더 많이 두들겨 보아야 할 산복도로라는 돌다리
옛 부산세관 복원, 진정한 새로운 전통이 되길
과학에세이 [전체보기]
불완전함의 가치
연대(連帶)의 중요성과 과학자의 역할
국제칼럼 [전체보기]
길 들이기와 길 들지 않기
‘3요’와 칸 레드카펫을 빛낸 조연들
기고 [전체보기]
‘남북호’, 부산항의 헤리티지와 원양산업 미래
갑진년 김해시의 ‘값진 주민과의 대화’
기자수첩 [전체보기]
영화에 대한 열렬한 환호와 예우…‘축제의 궁전’ 품격이 달랐다
영화의전당 대표 연임…소통 외치는 현장에 귀 기울여야
김석환의 이미 도착한 미래 [전체보기]
아직 명당 덕을 덜 본 것일까?
노무현이 옳았다
김용석의 시사탐방 [전체보기]
신문은 살아 있고, 칼럼은 말을 건다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공존과 양립으로서의 국악 컬래버
디아스포라의 노래 영천아리랑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천덕꾸러기’ 북항재개발 이대로는 안된다
소통을 이기는 무기는 없다
데스크시각 [전체보기]
가덕신공항과 박형준의 정치적 미래
도청도설 [전체보기]
경정(更正)
노줌마존
메디칼럼 [전체보기]
일하는 사람의 1차 의료, 근로자 건강진단
100세시대의 건강관리법
박상현의 끼니 [전체보기]
대만과 밀크피시
조식전쟁
박지욱의 뇌력이 매력 [전체보기]
뇌력(腦力)을 키우는 다섯 가지 비결
뇌, 팩트 체크!
사설 [전체보기]
첫 장맛비에 옹벽 가로수 피해…수해 없는 여름 보내길
국민의힘 7개 상임위장 수용…‘일하는 국회’ 경쟁하라
세상읽기 [전체보기]
다시 아날로그의 세계를 생각한다
포위된 정치, 제22대 국회에 대한 기대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건강주치의 제도가 의료 개혁의 핵심인 이유
의대 입학정원 갈등의 올바른 해법
이제명의 오션 드림 [전체보기]
기회의 바다, 우리네 함장은 어디로 키를 잡을까
부산항, 글로벌 물류 허브 플러스 알파
이홍의 세상현미경 [전체보기]
푸틴의 행보와 러시아 경제
경제문제가 풀려야 인구문제가 풀린다
인문학 칼럼 [전체보기]
인문 정신은 언제나 곡선으로 간다
호모 사피엔스의 바다
전호환의 두잉세상 [전체보기]
‘나만의 생각’을 길러주려면
한국교육의 새 지평을 여는 IB교육학회 창립
주재민의 명당을 찾아서 [전체보기]
건강과 재물을 얻는 명당아파트
차재원의 정치평설 [전체보기]
‘당원 중심주의’의 함정
비례대표 제도는 죄가 없다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오페라 와인
와인이란
하순봉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바로크 음악
낭만오페라의 종언! 푸치니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꽃피는 부산항’에서
처음 보는 ‘무릉도원’
CEO 칼럼 [전체보기]
가덕도신공항 경제권
우리는 역사적 사명을 띠고 태어났다
  • 유콘서트
  • 국제크루즈아카데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