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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가난한 대학생을 위한 기도 /하태영

등록금 내리고 공동기숙사 마련… 돈 걱정 없애줘야 개천에서 용난다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09-12-06 20:45:35
  •  |   본지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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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신학기가 되면 학부모들은 허리가 휜다. 등록금과 하숙비 그리고 생활비 때문이다. 앞으로 남은 교육비를 생각하면 걱정이다. 시골에서 유학을 보내면 그 근심은 끝이 없다.

학교에 가면 캄캄하다. 학비와 생활비를 번다고 지쳐 있기 때문이다. 기숙사비도 그렇지만, 고학년이 되면 학교부근의 방 얻기가 겁난다. 시설이 좋아지면서 그 비용이 만만찮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르바이트를 한다. 주유소, PC방, 레스토랑, 주차요원, 편의점 등 다양하다. 그러다 보니 학교에 가면 늘 피곤하고, 과제물도 적당히 낸다. 교육은 이미 죽어 있다. 배우는 학생이 이러니 교수도 포기상태다.

어떻게 가난한 대학생들을 도울 수 있을까? 세 가지를 제언한다.

첫째, 대학등록금에서 지급하는 장학금제도를 폐지하고, 등록금을 낮추어야 한다. 교외장학금은 성적우수자들이 도서구입비와 생활비로 쓸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가난한 학생들은 아르바이트에 매달리느라 학업경쟁이 되지 않는 구조를 만들어 놓고, 형편이 나은 학생들이 장학금을 받아가는 것은 교육도 아니고, 공정한 것도 아니다. 학점 인플레 현상을 생각하면 이해가 될 것이다. 등록금을 낮추면, 부모가 살고, 가정이 살고, 학생들이 숨을 쉰다.

둘째, 대학은 지방자치단체와 연계하여 대학부근에 공동기숙사를 건립해야 한다. 부산은 4대 광역권으로 나누어 동부권, 서부권, 남부권, 북부권에 공동기숙사를 지어야 한다. 수도권에는 6개의 지방소재 학사가 있다. 강원학사, 경기학사, 전남학사, 전북학사, 충북학사, 제주학사다. 각 학사당 250명 이내를 수용하고 있으며, 식사 포함 한 달에 약 15만 원 정도다. 부산시는 부산에 권역별 기숙사를 지어야 한다.

대학 1, 2학년은 대학기숙사에서 생활하고, 3, 4학년은 공동기숙사에서 생활하면 많은 학생들이 도움을 받을 것이다. 대학생 때문에 관내의 상권들이 활성화되어 있지만, 수십 년 동안 그들은 대학생들에게 기여한 바가 없다. 그래서는 안 된다.

지방 학생들이 하숙비로 고생을 하고, 학업을 등한시하는데 지방자치단체는 엉뚱한 일을 하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서울의 한 구청은 청사 신축비로 1200억 원을 투자했다고 한다. 웅장한 초호화 현대식 건물이다. 참 씁쓸하다.

공동기숙사 프로그램은 지방자치단체가 인근 대학을 지원하는 정책이고, 젊은 대학생의 미래를 후원하는 프로그램이며, 외국학생들과 만날 수 있는 통로이며, 국제화의 창구를 여는 길이다. 우리 지역을 빛낸 인사들이 여기서 좋은 교양강좌를 하면 어떨까? 여기에 다양한 학습프로그램을 연계시킨다면, 사교육비를 대폭 줄일 수 있을 것이다. 또 지역의 각 문화센터를 이곳과 통합 관리한다면, 평생교육의 효과를 높일 수 있을 것이다. 이런 것들은 이미 외국에서 실시하고 있는 정책들이다.

셋째, 대학생들을 고용하는 업주는 밤 10시까지만 아르바이트를 허용해야 한다. 행정기관의 규제보다는 업주의 자율성이 더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학생은 공부를 해야 하고, 리포트를 써야 한다. 시장경제라는 이름으로 취업전선에 미리 당겨 엉망으로 만들어서는 안 된다. 사익보다는 공공의 이익을 생각해야 한다. 젊은 대학생을 위한 작은 배려다.

가난한 대학생들이 등록금, 하숙비, 생활비를 마련하기 위해 신용불량자가 되고, 꿈도 한 번 펴보지 못하고 도태되는 사회를 만들어서는 안 된다. "개천에서 용 난다"라는 말이 불가능하다면, 그 이유를 분석하고 가능성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 대학생들이 행복하고, 이들이 사회에 나와 직업을 가지면서 다른 사람들을 도울 수 있을 때, 그 사회는 희망이 있다. 가난한 대학생들이 외치는 눈물겨운 기도를 더 이상 외면해서는 안 된다.

최근 정부에서 제안한 '등록금 후불제'는 미봉책에 불과하다. 이 제도는 직업을 갖게 될 때 의미가 있다. 공부를 할 수 없는 구조, 직장을 구할 수 없는 사회시스템, 그리고 직장을 구한다 하더라도 88만원 세대라면 누가 빚을 갚고, 결혼을 하겠는가?

2010년은 선거의 해다. 가난한 대학생의 소원을 해결해 줄 철학과 비전을 갖춘 시장, 시의원, 구청장, 구의원의 탄생을 간절히 기다린다.

동아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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