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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칼럼] 부·울·경은 왜 청렴도 바닥권이 됐을까 /권순익

권력교체 잦은 곳엔 감시·견제기능 활발

부울경 권력 안 변해…고인물은 썩기 마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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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권익위원회가 엊그제 전국 16개 광역지자체 청렴도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경남이 꼴찌인 16위, 울산이 15위, 부산이 14위였다. 세칭 부·울·경이라 일컬어지면서도 서로간에 삐거덕거리는 모습을 보이더니 부끄러운 일에는 나란히 어깨동무를 했다. 광역지자체뿐 아니다. 권익위의 평가대상 기관 중 부산 수영구와 경남 양산시가 최하위였고 부산의 영도구 동구 동래구, 울산 북구 등도 줄줄이 낙제점수에 해당됐다. 경남 창원시와 부산의 남구 부산진구 서구 사하구 등이 그나마 '우수' 판정을 받았다.

권익위의 조사는 해당 기관에 근무하는 공무원과 민원인을 대상으로 한 이메일 조사로 이뤄졌다. 그러니 자기 조직에 대해 '충성심에 불타는' 공무원들이 '몰표'를 줘 실체보다 높은 평가를 끌어낼 수도 있다. 반대로 하위권 기관들은 민원인의 평가뿐 아니라 조직 구성원들 스스로도 '청렴하지 않음'을 자인한 셈이다. 물론 시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양산시처럼 돌발적인 비리의혹 사건이라도 터지면 평가가 급전직하할 수도 있다. 문제는 부산 울산 경남이 상위권과는 언제나 거리가 멀다는 점이다. 2006년 14위, 2007년 7위, 2008년 14위를 기록했던 부산은 만년 하위라 할 만하고 경남도 2006년 4위, 2007년 11위, 2008년 5위로 중하위권을 널뛰기하고 있다. 울산은 지난해 13위였다.

지자체 규모가 크기 때문에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일까. 그러나 서울과 경기도는 이번에 9, 10위를 기록했지만 지난해에는 1, 2위였다. 서울 같은 경우는 아예 3년 연속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쯤 되면 왜 부·울·경이 이렇게 됐을까 하는 의문을 가져보는 게 맞을 것이다.

청렴이란 고상한 내재적 가치이기도 하지만 시스템의 산물이기도 하다. 견제와 감시장치가 원활하게 돌아간다면 "언젠가는 탄로날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에 부패의 늪에 발을 담그기가 망설여질 것이다. 그러나 비리를 시도하는 이나 저지르는 이, 감시해야 하는 이 간에 끈끈한 정리라도 흐른다고 생각해보라. 고인 물처럼 정체된 조직이나 사회라면 그럴 가능성은 더 커진다. 거기서 '깨끗한 손'을 지키기는 더 어려울 것이다.

1990년 3당 합당 이후 민자당과 신한국당 시절을 포함해 한나라당은 부산 울산 경남에서는 언제나 실질적인 여당이었다. 김대중 정부에서도, 노무현 정부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단체장은 물론이고 국회의원 시의원 도의원 구·군의원도 한나라당 일색이다. 현재 부산지역 지역구 국회의원 18명 중 17명이 한나라당이고 부산시의원 45명 중 43명이 한나라당이다. 울산과 경남도 사정은 같다. 차기 시장이, 도지사가, 구청장·군수가, 국회의원이, 시·도 의원이 누가 될지 이처럼 예측 가능한 구조는 없다. 혹시 바뀐다고 해도 그 역시 같은 물에 몸을 담그던 이임은 분명할 것이다. 이렇게 20년을 끌어온 것이다. 이런 시스템에 속한 사람들이나 주변인들이 "권력이 바뀌면 내 치부가…"하는 경계심을 가지라고 주문하는 게 무리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으로 흐지부지됐지만 '박연차 로비'에 얽히고설켰던 이들을 되새겨보라. 노무현의 사람인 박연차의 돈을 받았거나, 받았다고 알려진 이들 중엔 한나라당 인사들도 많았다. 당시 여의도 의원회관 주변에서 "PK(부산·경남) 가운데 성한 사람은 없을 것"이란 말까지 돌았다. 노무현 정부 말기 터진 건설업자 김상진 씨 로비 사건에 연루된 이들엔 한나라당 부산지역 사무처장 출신도, 지역 관가의 유력인사도 있었다. 겉은 야당이었지만 지역권력에서는 언제나 여당이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청렴도 평가에서 이번엔 9위를 했지만 3년 연속 1위를 했던 서울시는 옛 관선 단체장 시절엔 대표적인 복마전(伏魔殿)으로 꼽혔다. 비리와 부정, 뇌물수수로 얼룩질 대로 얼룩진 곳이다. 서울시의 면목이 바뀐 게 민선 시장 선거와 무관하다고 할 수 없을 것이다. 대선 가도로 통하는 서울시장 자리를 둘러싸고 정당마다 명운을 걸다시피 했고 당을 달리하는 사람들이 번갈아 시장직에 오르기도 했다. 내부의 치열한 경쟁과 상대 당의 심판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구도다. 그러니 청렴도 하위권이란 부·울·경의 모습은 결국 우리 스스로가 그린 자화상일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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