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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에세이] 영하의 날씨에서도 얼지 않는 물 /권태우

흔하게 접하는 물은 독특한 성질 지녀 어는점 조금 낮추면 여러모로 생활에 편리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09-12-28 20:10:28
  •  |   본지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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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입시철이 오면 면접을 치르는 학생들에게 자신 있게 알고있는 화학물질이 무엇인가 물어보면 친숙하고 많이 사용한다는 의미인지는 모르겠으나 십중팔구는 물(H₂O)이라고 대답을 한다.

그러나 의외로 과학적 지식이 결여된 답변에는 안타까움이 따른다. 바다에 액체 형태로 가장 풍부하게 존재하며 때로는 얼음, 수증기 형태로 빙하, 지하수, 강과 같은 곳에 존재하는 물의 어는 온도(0℃)를 조금만 낮출수 있다면 우리의 생활에 매우 요긴하게 응용되어 우리의 삶이 더 편해질 수 있다는 과학이론을 덧붙인다면 좀 더 높은 면접점수를 받을 수 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항상 남는다.

피겨 퀸 김연아 선수는 스케이트날 끝과 얼음과의 충격적인 만남으로 세계인의 조명을 한눈에 받게 되었다. 대리석도 얼음과 같은 고체인데 어떻게 얼음에서만 스케이트의 날이 더 미끄러운가? 얼음과 스케이트날 사이에 물 때문인가? 그럼 얼음 위에 물막은 왜 생기는 것일까? 이러한 궁금증에는 물의 삼중점이라는 과학용어가 숨어있다. 좌회전, 우회전, 직진신호 등이 있는 도로의 로터리에 비유한다면 온도, 압력만 잘 맞추어주면 물, 얼음 그리고 수증기 세 가지 형태가 로터리에서 모두 모였다가 온도와 압력의 변화 신호에 따라 물이 될 수도 혹은 얼음으로 남을 수도 있다. 체중으로 눌린 스케이트날을 통해 얼음에 압력 충격을 가하게 되면 어는점이 내려가는 조건이 되어 얼음표면이 물로 바뀌며 따라서 마찰력이 크게 줄고 미끄러워져 얼음 위를 활주하는 율동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다. 어는점이 내려가는 원리는 눈이 내린 도로에서도 볼 수 있다. 많은 차량이 다니다 보면 유독 타이어 닿는 부분만 먼저 녹는 것도 자동차가 타이어를 통해서 빙판얼음 위에서 누르는 압력을 주어 물의 어는점을 내려서 눈을 빨리 녹게 하는 과학적 원리가 있다.

물은 플러스(+)와 마이너스(-) 성격을 동시에 가지고 있기 때문에 자기와 비슷한 성질을 가지는 물질을 잘 녹인다. 따라서 + 성격을 가지는 물질들, 즉 소금(NaCl)이나 염화칼슘(CaCl₂) 등은 매우 물에 잘 녹으므로 소금 등을 포함하고 있는 바닷물이나 설탕물 용액의 어는점은 내려가게 되어 영하의 추운 날씨에도 좀처럼 얼지가 않아 연인들이 솜사탕을 먹으면서 겨울바다를 감상할 수 있게 한다. 제설용으로 도로에 뿌리는 소금이나 염화칼슘은 물을 잘 흡수하고 어는점을 내려 눈이 빨리 녹도록 사용하기도 하는데 단점은 자동차의 철 성분을 빠르게 부식시키므로 반드시 세차가 필요하다.

한여름에 얼음이 들어간 음료수는 0∼5℃이나 여기에 소금, 설탕 같은 것을 넣으면 -5℃ 정도까지 더 차갑게 어는점이 내려가므로 매우 시원한 냉음료를 즐길 수 있다. 겨울철에 자동차의 냉각수가 얼지 않도록 부동액을 채우게 되는 것 역시 물에 다른 물질을 녹여 첨가하면 물이 본래의 어는점보다 낮은 온도에서 얼게 되는 어는점 내림의 과학원리가 숨어있다. 메탄올, 에탄올 등을 냉각수로 사용하는 것도 마찬가지 원리이지만 일반적으로 차량에는 안전성과 효율적인 면에서 알코올의 일종이면서 물에 잘 녹는 에틸렌글리콜이라는 유기화학물질을 물에 섞어 쓴다.

1780년대에 헨리 카벤디쉬가 수소를 공기 중에서 태워서 물을 형성하는 실험에 성공하였고, 1806년에는 험프리 대비가 물에 전기를 흘려주는 실험을 통하여 수소와 산소 두 개의 기체를 얻음으로써 과학적 증명실험을 하였는데 물 분자의 산소는 -성격을 띠면서 다른 원자들을 공격할 수 있으며 수소는 +성격을 가지고 다른 원자들에게 자신을 주기도 하는 이중성을 가진다. 쓰나미와 같이 만물을 휩쓸어 버릴 수도 있고 포근히 다가와 만물에 새 생명을 불어넣어 아름다움을 줄 수도 있으며, 아주 추하고 냄새나는 모습으로 썩어 흙으로 돌아가게 할 수도 있으니 물 없이는 삶과 죽음의 인생 자체도 없는 것이다.

노자는 도덕경에서 상선약수(上善若水·최고의 미덕은 물과 같다)라고 가르치고 있으니 우리 모두는 이웃을 대할 때 얼음과 같이 고정되고 판에 박힌 일방적인 대화를 피하고 어는점을 조금만 내려서 흐르는 물과 같은 유연한 사고를 가지고 다가올 2010년도를 준비하였으면 하는 바람이다.

경성대 화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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