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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오는 해와 가는 해, 그 역사적 의미 /이만열

친일문제 연구 원년된 2009년…국치 100주년 되는 새해 떳떳이 맞게돼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09-12-30 21:51:22
  •  |   본지 3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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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은 1910년 '경술국치' 100주년이다. '국치'의 앙금은 털어내야 하고 새로운 미래를 향한 전환점이 마련되어야 할 시점이다. '100주년'을 맞아, 가해자인 일본이 철저히 준비하고 있는 데 비해 피해자인 한국 정부가 아무런 계획이 없다는 비판은 의외다. 일본 민주당의 하토야마 정권 출범이 다소의 기대를 갖게 하지만, 일본의 일부 언론이 합법적 합병에 초점을 두고 '한일합병 100주년' 특집을 마련하는 듯하다니 우려스럽다. 필자는 하토야마 정권이 1904년 이래 늑결한 한일간 제 조약의 원천적 무효화를 선언해야 한다고 주문한 바 있다.

2010년 '꺾이는 해'에 서서 10년 단위로 현대사를 바라보면 여러 가지 의미를 발견한다. 내년은 6·25전쟁 60주년에 4·19혁명 50주년, 전태일 분신 40주년에 5·18민주항쟁 30주년, 한·소 수교 20주년과 6·15남북공동성명 10주년이 된다. 100년 전 국권강탈 이후 전개된 현대사는 6·25동족상잔으로 남북분단을 고착시켜 민족적 과제를 남겼고, 4·19혁명과 5·18항쟁에서 민주화의 문제를 부각시켰다. 전태일 분신은 '한강의 기적'이라는 산업화 과정에서 노사갈등과 노동운동의 뼈저린 비극을 숙제로 남겼다. 그 뒤 이어진 북방외교와 남북공동선언은 이 같은 민주화·산업화를 바탕으로 세계화와 민족문제를 해결하려는 몸부림이었다.

10년의 간격을 두고 전개된 현대사는 국가주권의 문제에서 민족문제와 민주화문제, 자본과 노동의 문제 및 남북화해로 초점을 옮아갔다. 거시적인 국가·민족 문제에서 출발한 '꺾이는 해'의 행보는 점차 사회 내적인 문제로 미시화(微視化)되어 가면서 발전동력을 얻게 되었고, 내적 진통을 통해 이념을 초월하는 세계화·민족화해에 도전했다. 그러나 최근 이 같은 역사발전의 방향과 동력을 점차 상실한 채 역주행을 계속하고 있다니 안타깝다.

내년도에 대한 전망과 함께 올해를 되돌아본다. 역사학계의 관점에서 2009년은 친일인명사전(3권) 편찬과 친일반민족행위진상보고서(24권) 간행으로 상징된다. 전자는 민간단체인 민족문제연구소가 10여 년의 각고 끝에 온갖 방해와 비방을 무릅쓰고 간행했고, 후자는 지난 11월 말로 그 기구의 법적 시한이 끝난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가 4년여의 고민 끝에 편찬했다. 후자의 경우, 국가가 친일문제에 직접 관여했다는 점에서 의미는 크다. 이 두 책은 일제가 물러난 지 64년 만에, 반민특위가 와해된 지 60년 만에 출간된 것이다. 만시지탄을 금할 수 없다. 해방 전 친일 행위자들이 대부분 사거한 시점에 간행되었다는 것은 이들에 대한 법적 신체적 규제가 사실상 불가능함을 의미했다. 그래서 이 연구서들의 간행은 역사적 기록으로밖에는 효용성이 없게 되었고, 사회분열과 보복을 의도했다는 비난은 온당하지 않다. 이렇게 친일문제를 역사적으로 다룰 수 있는 두 권의 책을 간행함으로 올해는 친일문제 연구의 역사적 원년이 되었다.

2009년 역사학계의 또 하나 중요한 사건은 '한국독립운동의 역사' 60권의 완간이다. 독립운동사의 정리가 중요한 것은 해방 독립된 나라에서 가장 먼저 수행했어야 할 과제이기 때문이다. 친일문제 정리와 독립운동사 편찬은 해방된 나라에서 역사의 엄정함을 확립하고 국가정통성을 확립하는 데에 필요 불가결한 요소다. 그러기에 북한은 해방 직후 빨치산의 '조국해방투쟁사'를 체계화하여 공산정권의 정통성을 확보하려 했다.

그동안 우리는 친일행위와, 그 대척점에 있는 독립운동사를 제대로 정리하지 못했다. 별개로 보이는 이 두 가지 작업은 사실상 표리의 관계가 있다. 일제 강점하의 반민족행위가 제대로 청산되지 않은 상황에서 국권회복운동사 연구는 가능하지 않았다. 친일파의 득세가 일제의 죄악을 파헤치는 작업과 독립운동사 연구를 불가능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늦었지만 이 두 가지 일을 수행해 냈다는 점에서 2009년은 역사적 자부심을 갖는다.

한 해를 마감하고 새해를 맞는 시점이다. 자신이 처한 시공(時空)적 위치가 역사의 어느 시점에 서 있는가를 살피는 것은 개인적 관심사를 뛰어넘는 것이다. 이제 우리 내부의 친일문제와 독립운동사 정리를 토대로 떳떳하게 2010년 '국치100주년'을 맞을 수 있게 되었다. 새해에 대한 조망을 지나간 한 해의 역사적 의미와 함께 살피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숙명여대 명예교수·전 국사편찬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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