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시론] 마키아벨리의 화형 /곽차섭

권력 감시 이유는 속성상 냉혹하고 은밀하게 숨어서 삶을 조종하기 때문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0-01-03 20:41:12
  •  |   본지 26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마키아벨리가 화형당한 사건을 아는가. 그는 17세기 초 아폴론 신전이 있는 그리스 중부 델피 부근의 파르나수스산에서 열린 재판에서 화형을 선고받고 한 줌의 재로 사라졌다. 이 산은 유명한 문인, 예술가, 정치가 등이 거주하는 곳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이 사건을 전한 인물은 파르나수스 주재 특파원이었던 이탈리아 로레토 출신의 문인 보칼리니였다. 그 짤막한 전말은 이렇다.

'피렌체의 서기장' 마키아벨리는 일찍이 외교적 통찰력과 명석한 저작으로 명성을 얻은 덕분에 명인(名人)들의 세계 파르나수스에 살게 된다. 하지만 그는 어느덧 사람들에게 유해한 존재로 낙인이 찍히는 바람에 그곳에서 쫓겨난다. 어느 날 그는 친구의 서재에 숨어 있다가 발각된다. 분노한 파르나수스 거주자들은 그에게 화형이란 극형을 내린다. 그러나, 형이 집행되기 직전, 그는 재판부에 간청하여 스스로를 변호할 기회를 얻는다. 다행히도 보칼리니의 통신문에 그 변론의 전문이 다음과 같이 기록되어 있다.

"만장하신 여러분, 여기 인류를 선동, 부패케 하고 파렴치한 정치 교리를 퍼뜨린 혐의로 비난받아온 니콜로 마키아벨리가 서 있습니다. 저는 여기서 저의 저술을 변호하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습니다. 만약 책 속의 교의들이 제 스스로 창안해 낸 것이거나 전혀 새로운 것이라면, 저는 저 자신에 대해 내려진 판결을 즉시 집행해줄 것을 원하는 바입니다. 그러나 만일 저의 저술들이 다만, 사악한 언행을 일삼았던 군주들의 행위로부터 추출해낸 통상적인 정치 격언이자 통치 법칙을 포함하고 있을 뿐이라면, 도대체 무슨 이유로, 그토록 광란적이고 절망적인 정치술을 만들어낸 사람들은 신성한 존재라고 칭송하면서 단지 그것을 문자로 옮겼을 뿐인 저만을 천하의 악당이자 무신론자라고 매도하는 것입니까? 저는 만인에게 허용되고 권고되는 역사책을 통하여 정치안을 가진 사람이라면 능히 또 다른 마키아벨리로 변모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해서 유독 저만이 비난받아야 하는지를 알 수가 없습니다. 통상적인 믿음과는 달리 사람들은 그리 단순하지가 않습니다. 자연의 가장 은밀한 비밀까지도 알아낼 수 있는 놀라운 재능을 지닌 사람들이라면, 비록 교묘히 숨겨져 있다 해도 군주의 행위가 지향하는 진정한 목적을 발견해내지 못할 이유가 없습니다. 그러므로 만약 군주가 백성을 용이하게 다루기 위해 그들을 바보스럽고 우둔하게 만들고자 한다면 그는 모든 학문을 일절 금지해야만 할 것입니다."

마키아벨리의 조리 있는 변론에 깊은 인상을 받은 재판관들은 앞서 내린 판결을 취소하려 하였다. 이때 검사가 그의 새로운 죄상에 대한 증거를 내놓는다. 마키아벨리가 어느 날 밤 양떼 속에 숨어들어 양의 입에 개의 이빨로 만든 의치를 끼우려다가 발각되었다는 것이다. 이는 목자들에게 매우 위험스러운 행위였다. 만일 양들이 개의 이빨을 지니게 되면, 이제는 두툼한 가슴받이를 하고 긴 장갑이라도 끼지 않으면 더 이상 젖을 짜거나 양털을 깎을 수 없을 거라는 말이었다. 또한 목자들이 양떼를 더 이상 휘파람과 지팡이로 다룰 수 없게 되고, 밧줄로 둘러친 울타리로 지킬 수 없게 되면, 양털과 치즈의 가격이 폭등하게 될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라는 것이다. 단순하고 온순한 양들에게 뿔과 이빨과 판단력을 제공함으로써 전 세계를 혼란에 빠뜨리려 한 마키아벨리의 행위에 분개한 재판부는 결국 인류에 대한 반역자로서 화형을 언도하였다는 것이다.

특파원 보칼리니는, 마키아벨리의 악명 높은 책들이 사실은 감언이설로 우민화하려는 정치가들에 대항하여 백성들에게 '개의 이빨'을 달아주려 한 것이지, 군주들에게 권력을 유지할 간교한 책략을 가르치려 한 것이 아니었다면서, 그에게 동정 어린 논평을 덧붙였다. 세평과는 달리, 마키아벨리는 오히려 권력의 비밀을 만방에 폭로한 사람이라는 것이다.

'권력의 비밀'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언제나 존재한다. 인간 세상에는 권력이란 것이 언제나 존재하며, 권력은 비밀을 먹고 살기 때문이다. 민주화가 되었다고 그러한 비밀이 사라지지는 않는다. 권력의 비밀은 깜깜한 밤에 촛불이라도 켜들고 눈을 부릅뜬 채 사방을 살피는 사람들에게만 보인다. 마키아벨리는 죽는 순간에도 불로써 그것을 밝히려 하지 않았는가.

부산대 사학과 교수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금양 부활할까…AI 데이터센터 진출 임시주총서 가결
  2. 2연 300만 찾는 청사포, 대중교통 하루 8회 마을버스뿐
  3. 3공항공사, 김해서 5년간 2575억 벌고도 투자 451억뿐
  4. 415년 발암 석면지붕 슬레이트 치웠는데 증가? 실태조사부터 부실
  5. 5잘 넣긴 하는데…욱하는 외인, 속 타는 구단
  6. 6[시민기자] ‘핑크 가을’ 내려앉은 대저생태공원
  7. 7부산 몸집 키우는 해양금융 생태계
  8. 8또 도마 오른 항만공사 통합…“소신없는 사장 책임” 질타
  9. 9데이터센터로 돌파구…이차전지 공장 유치권 등은 과제
  10. 10어린이집 앞 석면지붕 빼곡…소유주들 빈집 등 이유로 방치
  1. 1또 도마 오른 항만공사 통합…“소신없는 사장 책임” 질타
  2. 2與, 추미애 ‘재정 빨대’ 진화 안간힘인데 기름 부은 부승찬(종합)
  3. 3언론노조·국제 비대위 “대주주 엄벌” 청와대 간다
  4. 4여도 야도 시중은행 연쇄 해킹 사태 집중 질타
  5. 5“통합 진에어, 처음 취지대로 부산 이전해야”
  6. 6박철우 서울공소청장 “李 대통령 사건 공소취소 검토한 적 없다”
  7. 7“‘재정빨대’ 사과 바라시니 사과” 秋 순직 소방관 빈소 발언 파장(종합)
  8. 8퐁피두 중단에 국힘 박수영 1인 시위…시민사회 “토건 논리 부활 시도” 반발
  9. 9[속보] 강화도 해안서 '北 유실 추정' 대인지뢰 또 발견…이달에만 4번째
  10. 10이 대통령 지지율 3주만에 반등한 37.3%…민주 36.2%·국힘 40.9%
  1. 1금양 부활할까…AI 데이터센터 진출 임시주총서 가결
  2. 2부산 몸집 키우는 해양금융 생태계
  3. 3데이터센터로 돌파구…이차전지 공장 유치권 등은 과제
  4. 4선원노련 김두영 위원장, ITF(국제운수노련) 집행위 선출
  5. 5부산 명물 삼진어묵, 상하이 입맛 잡는다
  6. 6이번엔 할리스…고객 개인정보 276만 건 유출(종합)
  7. 7기술유출 엄단…산업부 ‘특사경’ 도입 추진
  8. 8해양진흥공사, 상임이사 공개 모집
  9. 9양현재단 20년, 해운·항만 새 항로 모색
  10. 10주가지수- 2026년 10월 19일
  1. 1연 300만 찾는 청사포, 대중교통 하루 8회 마을버스뿐
  2. 2공항공사, 김해서 5년간 2575억 벌고도 투자 451억뿐
  3. 315년 발암 석면지붕 슬레이트 치웠는데 증가? 실태조사부터 부실
  4. 4어린이집 앞 석면지붕 빼곡…소유주들 빈집 등 이유로 방치
  5. 5상습 음주운전 꼼짝마…후 불어야 시동 걸린다
  6. 6태종대 집와이어 안전 괜찮나…시험탑승 정상도착 40% 그쳐
  7. 7양산 사송신도시 거점 준공…수영장·도서관·건강센터 한곳에
  8. 8“미래대응기금 조성, 교부세 축소 안 돼”
  9. 9재개발 조합장 수사 정보 채팅방 올린 공무원 벌금
  10. 10주 15시간 넘기면 인건비 30%↑…생존 위해 쪼개기 고용
  1. 1잘 넣긴 하는데…욱하는 외인, 속 타는 구단
  2. 2전설 수지 수산티 넘은 전설…안세영 47번째 우승 ‘세계新’(종합)
  3. 3KIA 내리 3승이냐, LG 반격 첫 승이냐
  4. 4국대 에이스 곽빈, 최동원상 받는다
  5. 5김태형 유임이냐, 이동욱 전 NC 다이노스 감독·조성환 해설위원 등 새 얼굴이냐
  6. 6돈으로 우승은 못 샀다…MLB 월드시리즈 연봉 하위팀 반란
  7. 7‘통산 최다안타 3위’ 손아섭, 두산에서 방출…선수 생명 이어갈까
  8. 8배드민턴 '세계 최강' 안세영, 여자 단식 최다우승 기록세워
  9. 9부산시청 고은, 전국체전 金…女사격 비공인 세계신기록
  10. 10김도영의 KIA냐, 오스틴의 LG냐
우리은행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학교 통폐합 지역 맞춤형으로 접근”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해운기업 유치, 해사법원 신설 “해양수도 부산 경쟁력 키울 것”
강동진의 도시이야기 [전체보기]
바흐를 찾아간 나, 한국을 꿈꾸는 그녀
세계유산위원회, 부산의 시간을 세계와 나누다
경제프리즘 [전체보기]
소비 아닌 문화 생산 주체 오페라하우스
한국 갯벌의 2단계 확대 등재 의미
과학에세이 [전체보기]
진짜 질문의 시작
AI 시대, 부산 R&D의 대전환
국제칼럼 [전체보기]
원칙이 흔들린 대가
‘빵과 책’·양자경·강말금 그리고
기고 [전체보기]
배의 피부를 지키는 기술은 도장이다
거장은 떠나도, 오케스트라는 남아야 한다
기자수첩 [전체보기]
금고 이사장 전횡, 지금도 진행중
엘리트 자평해온 市 공무원…생중계 회의서 능력 입증을
김준희의 클래식 인사이트 [전체보기]
여름의 끝자락, 브람스
여름날의 애상, 왈츠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다대포에서 만난 퇴계 이황
세종시대 음악이 전해진 이유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북극항로, 첫 배보다 중요한 것은 다음 배다
솔직할 수 있는 용기, 당신에게도 닿기를
도청도설 [전체보기]
발가벗겨진 사우디
“난 짜장”
독자 투고 [전체보기]
새로운 시작 ‘황혼 이혼’
무료 화장실 깨끗하게 쓰자
메디칼럼 [전체보기]
25년을 간직한 리플렛 세 장
요추부 척추관협착증, ‘메포츠’로 극복하기
목지수의 도시브랜드 산책 [전체보기]
랜드마크 시스템의 시대
북항 돔구장에서 야구 보며 사우나를
박지욱의 뇌력이 매력 [전체보기]
건망증, 이렇게 잡자
운동으로 해마를 키우자
박진희의 컬처 픽 [전체보기]
‘부캉이’ 스펙터클에서 공존으로
부산 문화정책, 지금 필요한 선택
사설 [전체보기]
LCC 통합 때 약속한 부산 허브 구축, 정부가 이행하라
소방공무원 국가직 전환 무색, 제도적 미비점 보완 시급
세상읽기 [전체보기]
다민족 사회
부캉이가 북항에 던진 질문
안재철의 연결하는 공간 [전체보기]
지구와 도시의 연결을 묻다
해양수도 부산, ‘제3의 경계 공간’
엄길청의 문전성시 [전체보기]
말과 현실이 너무 다른 부산
반도체와 부산
이보성의 미술 현장 산책 [전체보기]
두 미술관, 각자의 역할을 묻다
시장이 강해진 것일까, 비엔날레가 약해진 것일까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복지의 ‘필요 원칙’과 포퓰리즘
보건의료에서 지방정부 역할과 ‘정책 의료’
이정구의 맛과 건강 [전체보기]
미식과 오래 씹기
이제명의 오션 드림 [전체보기]
광복 81년, 다음은 바다의 산업 주권
HMM 부산 이전, 해양수도의 시험대
이홍의 세상현미경 [전체보기]
국제질서의 지각변동과 한국의 성장경로
한국이 가진 자산
정쾌호의 부동산 탐구생활 [전체보기]
부산 아파트 10년, 이중 양극화와 위상 추락
미분양의 경고, 지방 맞춤 ‘출구전략’ 서둘러야
주재민의 명당을 찾아서 [전체보기]
사람은 갔어도 명당은 남아 있다
조선 8대 명당 중 하나인 정문도 묘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추석의 식탁, 가족을 잇는 와인
오스트리아 와인,빈의 시간을 마시다
특별기고 [전체보기]
‘해양수도 부산’ 토대부터 바로 놓아야
당론 따를지 역사 따를지 양심의 선택을
하순봉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박자와 기보
국민악파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이대원의 ‘온정리 풍경’
유영국의 1957년 작 ‘사람’
CEO 칼럼 [전체보기]
거울 속의 외계인
물 들어올 때 노 저어라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