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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프리즘] 인간과 자연, 그리고 국제환경정치 /서주석

자연재해 무섭지만 줄이는 방법 있어…세계 각국 노력에 한국 더 적극 나서야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0-01-24 20:28:04
  •  |   본지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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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주 전의 아이티 지진으로 연초부터 온 세계가 바삐 움직이고 있다. 우리나라를 비롯, 50여 개 국 국제구조팀이 현지에 급파됐다. 극심한 국내정치적 반목으로 유엔아이티안정화지원단(MINUSTAH)이 이미 활동 중인 상황에서 지난 금요일 유엔총회는 아이티에 대한 국제적 지원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채택했다.

힘든 구조 작업 끝에 생존자들이 구출되는 장면은 인간 승리의 드라마 그 자체다. 인기 스타에서 보통사람들까지 앞다투어 후원과 모금에 나서는 일도 가슴 따뜻한 일이다. 하지만, 그 나라 정치가 무너지고 치안까지도 마비되어 지진 발생 초기에 효과적인 대피와 구조 활동이 이루어지지 못한 점은 안타까운 대목이다. 대자연의 힘 앞에 인간은 한없이 나약하겠지만, 힘을 합쳐 시련을 극복하는 모습은 여전히 절실하다.

작년에 상영된 영화 '2012'는 태양의 이상 활동 증가로 지진과 화산 폭발, 해일이 몰아닥쳐 인류가 멸망 위기에 직면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영화에서는 미국 옐로스톤 국립공원의 화산이 폭발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간헐온천으로 유명한 이 공원은 실제 세계에서 가장 큰 활화산 지역이다. 경기도보다 조금 작은 9000㎢의 공원 전체가 하나의 칼데라이며 대략 60만 년을 주기로 히로시마 핵폭발 때보다 수백만 배 더 큰 대폭발을 일으킨다고 알려져 있다. 경이로운 자연 환경은 곧 엄청난 활성에너지의 결과인 셈이다.

지금은 세계 각국에 국립공원이 있고 우리도 1967년 지리산을 필두로 국립공원을 지정 운영하고 있지만, 옐로스톤 국립공원은 1872년 세계 최초로 지정된 국립공원이다. 도시의 잘 가꾸어진 정원만을 공원이라고 생각하던 그 시절, 멋진 경관과 함께 희귀한 야생 동식물을 보호하기 위해 일정 권역을 지정해서 국가적 관리를 해나간다는 것은 그야말로 발상의 전환이었다. 1870년 탐험대와 동행한 풍경화가 토마스 모란(Thomas Moran)이 그린 옐로스톤의 대협곡 그림이 미상원 의사당 로비에 걸리면서 옐로스톤공원법이 비교적 쉽게 통과된 에피소드도 있다.

그 뒤로도 존 무어(John Muir)가 요세미티 캠페인을 벌이는 등 많은 사람들이 국립공원 확대를 위해 끈질기게 노력했다. 우리에겐 일본의 조선 지배를 묵인한 가쓰라-태프트 밀약으로 기억되는 시오도르 루즈벨트 대통령도 젊은 시절 황무지 생활을 회상하며 그랜드캐니언 등 미국 도처에 국립공원을 설치했다. 사냥터에서 어린 곰을 살려준 일이 알려져 그의 애칭을 딴 곰인형 '테디베어'를 탄생시킨 자연주의자가 백인의 식민지배를 정당화한 제국주의자였던 점은 선뜻 이해가 되지 않는 아이러니다.

지진이나 화산 같은 엄청난 자연 현상은 어쩔 수 없다고 해도 인간이 통제 가능한 영역에서 재난 예방과 환경 보호를 위한 국제적 노력은 필요하며 다행히 강화되고 있다. 1972년 스웨덴의 스톡홀름에서 유엔인간환경회의가 열려 유엔인간환경선언이 발표됐다. 1992년 브라질 리우에서는 유엔환경개발회의가 열려 리우선언과 유엔기후변화협약이 채택됐고, 1998년 일본의 교토에서는 기후변화협약 제3차 당사국총회가 열려 2008~12년 선진국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제시한 협약 수정안, 즉 교토의정서가 채택됐다.

2012년 교토의정서 만료를 앞두고 작년 12월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제15차 당사국총회가 열렸다. 이 회의에서 미국은 자국의 온실가스 배출을 2020년까지 2005년 대비 17% 감축하겠다고 제의했으나, '발전의 권리'를 내세워 국제 검증에 반대하는 중국의 거부로 합의에 실패했다. 올 11월 멕시코시티에서 열릴 제16차 총회는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의 입장을 조화시켜 구속력 있는 새 협약을 만들어낼 마지막 기회가 될 것이다.

지난주 수억 년 전의 생태계를 여실히 보여주는 거대한 자연사박물관, 아리조나 규화목(Petrified Forest) 국립공원을 지나면서 자연의 힘과 역사의 무게를 새삼 느꼈다. 치열한 국제환경정치의 현장에서 이미 2012년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 유치를 선언한 우리 정부의 적극적 역할이 기대된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 방문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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