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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이 시대 부산에 맞는 초고층형태는 /이동언

추진중인 마천루들 부산다운 건축인지 심사숙고 거쳐야 도시경관에 득될것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0-01-26 20:33:37
  •  |   본지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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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롯데월드(510m, 120층), 해운대관광리조트(511m, 117층), 해운대센텀시티 내 월드비즈니스센터(WBC) 솔로몬타워(432m, 108층). 부산에서 추진 중인 초고층 빌딩들의 이름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초고층이 몇 층인가, 3.3㎡당 단가가 얼마인가를 궁금해한다. 부산에 조금 관심을 가지는 사람은 초고층빌딩이 도시경관에 미치는 영향을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산을 압도하는 초고층의 형태에는 침묵한다. 그 까다로운 시민단체들조차도 마찬가지다.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가. 초고층 형태는 다분히 주관적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주관적이라 할지라도 형태에 대한 패러다임 추적이 가능하다. 그 점에 대해 대부분의 건축학자들도 동의한다.

건축형태는 패러다임을 바탕으로 한다. 건축형태의 근원을 추적해 들어가면 건축가나 건축주의 패러다임을 파악할 수 있다. 위의 세 작품 모두 설계안을 바꾼다는 소문이 있기는 하지만 근원적인 것은 아마 바뀌지 않을 것이다. 패러다임이란 그리 쉽게 변화되지 않기 때문이다. 현재 설계안의 형태를 기준으로 살펴보면 이들 초고층 건축물은 3인3색이다. 세 가지 패러다임 중 어느 것이 시대에 적합할까.

해운대관광리조트의 형태는 이상형을 갈구하는 패러다임으로부터 나온 것으로 볼 수 있다. 이 유형은 하늘에 존재하는 이상형에 도달하고자 한다. 인간은 어떤 형태가 이상형에 근접하는지의 여부를 즉각적으로 눈치챈다. 건축물의 경우 여러 가지 형태가 있겠지만 우선 좌우 대칭이며 반듯한 것일수록 이상형에 근접한다. 이 유형을 선호하는 사람들은 세상에 존재하는 대부분의 것들이 이러한 이상형을 기준으로 형성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상형에 비해 왜곡이 심할수록 추 혹은 악으로 생각한다. 이상형에 가까울수록 선과 미에 근접한다. 지금은 많이 바뀌었지만 10여 년 전만 하더라도 대다수 관공서 건물이 대칭형인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

부산롯데월드는 하늘에 존재하는 이상형을 파괴하고 인간의 논리와 경험에서 나온 기계형을 중요시한다. 그러므로 첫 번째 유형과 비슷하지만 약간 다르다. 인간의 논리로 철저하게 원인과 결과를 분석하여 만들어진 경험의 법칙에 충실하다. 이성적 경험의 법칙에 의해 이상형이 왜곡되어도 개의치 않는다. 기계만능의 패러다임으로부터 파생된 형태이다. 이러한 건축은 치밀한 계산에 의하여 만들어지므로 여유나 변형의 여지가 거의 없다. 건물 자체의 합리성 및 기능성에만 관심을 두기 때문에 외부와의 어울림이 없다. 이 유형의 건축물을 설계한 건축가나 건축주는 대개 합리성을 존중하며 분석적이고 이성적이다. 원인, 결과가 정확히 예측되어 질서가 형성됨으로써 파격미가 사라져 예술성이 떨어진다.

솔로몬 타워와 같은 유형의 건축물은 이상형에도, 기계형에도 집착하지 않는다. 이 유형은 주변을 너무 살피는 것이 흠이다. 이 유형은 인간의 종합적 사고로부터 나온다. 앞서 두 유형이 수직적 사고로부터 나온 것이라면, 이 유형은 주위와의 어울림을 중요시하는 수평적 사고로부터 파생된 것이다. 변화가 심하다. 새로운 형태를 즐기며 단순미보다 군집미를 좋아한다. 요즘 잘 사용되는 건축 유형이다. 주변을 살피는 형이어서 그런지 멀리까지 아우르기를 좋아한다. 자연친화적이며 유기적이다. 도시의 과거와 함께 공존하면서 삶의 변화를 수용하려고 시도하므로 기존 맥락을 존중하면서도 새로움을 동시에 수용한다고 볼 수 있다. 궁극적으로 '오래된 새로움'을 추구한다. 이 유형의 건축물은 하늘로부터 온 이상형에도, 인간으로부터 온 기계형에도 따르지 않는다. 오직 시민의 삶과 더불어 변화한다.

세 가지 유형 중 어느 것이 부산에 적합한가. 물론 삶에 따라 변화하는 마지막 유형이다. 부산다운 건축의 형태가 절실한 이 즈음에 맥락에 의해 결정되는 초고층 형태야말로 가장 바람직하다. 500m 내외 높이의 초고층 형태가 해운대센텀시티, 해운대, 중앙동이라는 맥락에 맞추어 하나씩 있다고 생각해보자. 이것들이 죽어가는 부산도시경관을 살려 숨 쉬게 할 것이다. 이 시대에 부산에 맞는 초고층건축물의 형태가 어떤 것이어야 하는지 재설계 시 심각하게 고려해볼 문제이다. 부산의 삶의 형태가 충분히 고려되면서 재설계 및 심의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부산대학교 건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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