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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칼럼] 거래소 이사장, 부산에 상주하시죠 /권순익

"눌러앉을 것" 가벼운 발언 의혹 없애려면 본사 상주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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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봉수 한국거래소(KRX) 이사장은 정통 증권맨으로 불린다. 1976년 쌍용투자증권에 입사한 뒤 증권업계에 줄곧 몸담고 있다. 키움닷컴증권 창립멤버로 참가해서는 키움증권의 대표이사 사장과 부회장을 지냈다. 이때는 단기간에 주식수탁 시장점유율 1위로 끌어올리는 경영수완을 보이기도 했다. 34년 증권맨으로서 그는 피와 뼈조차 당장 눈에 보이는 실적을 향해 흐르고 정렬돼 있을 듯싶다. 그건 장점이기도 하지만 그런 체질이 타부문이나 지역에 대한 무관심과 무지로 표현된다면 자신을 탓할 수밖에 없다.

"이사장 취임 후 2주 동안 기차, 비행기를 타고 부산본사를 다녀왔는데 귀한 시간과 돈을 하늘과 길에 뿌리는 것이 아까웠다." 김 이사장이 며칠 전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에서 한 말이다. "서울에서 일을 보고 일이 없으면 항상 부산에 눌러앉아 있을 생각"이라고도 했다. 여의도에서 열린 간담회인 만큼 '서울사람들끼리'의 말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말의 악의(惡意)를 일부러 헤집지 않아도 '가벼운 입'이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부산시민은 제쳐두고라도 '일이 없어 눌러앉기 위해 '오는 이사장을 본사 임직원들은 어찌 생각할지 모르겠다.

취임사에서 부산에 대해 한마디 언급도 하지 않았던 김 이사장이다. 부산출신으로 지역경제사회에 기여했던 이정환 직전 이사장과 비교하지 않아도 초대 이영탁 이사장과도 크게 다르다. 이영탁 이사장은 선물거래소와 거래소시장 코스닥시장 등이 통합해 현 한국거래소의 전신인 증권선물거래소가 출범했을 때 회견문의 절반 가까이를 금융허브를 향한 부산의 비전과 거래소의 기여 방안에 할애했다. 출범까지의 진통을 부산시민과 여러 관계자의 도움으로 극복했다는 치사도 있었다. 바로 5년 전 이맘때 일이다. 그 훨씬 전에는 거래소 부산 이전을 위해 김영삼, 김대중 전 대통령이 기반을 닦았다. 김 이사장이 낙하산 시비까지 들으며 이사장이 되려 했던 한국거래소가 태생부터 부산과 얽혀 있다는 말이다.

이 정부가 세종시 수정을 추진하며 효율을 내세우다 보니 김 이사장이 '지방=비효율'쯤으로 생각했는지 모르겠다. 그러나 한국거래소가 자랑으로 내세우는 증시의 폭발적 성장, 동남아증시 설립 지원, 해외거래소와의 24시간 연계 거래, 해외기업의 상장 유치 등은 부산본사체제에서 이뤄진 일이다. 따지고 보면 지금 같은 IT(정보통신) 시대에 물리적인 거리를 따지는 게 이상한 일이다. 그것도 고속철로 2시간 반 거리다. 그게 수도(首都) 우선 생각의 연장이라면 웃음거리가 될 수도 있다. 미국의 증권거래소는 워싱턴이 아닌 뉴욕에, 선물거래소는 시카고에 있다. 일본의 가장 큰 선물거래소도 오사카에 있고 중국의 대표 증권거래소와 선물거래소도 상하이에 있다.

따지고 보면 부산본사라고 해도 5개 본부 중 2개 본부만 있고 직원도 700명 중 400명이 서울에 근무하고 있다. 본사가 지사보다 위축돼 있는 것이다. 게다가 김 이사장 취임 이후 부산에 있는 경영지원본부와 파생시장본부에서만 3개 부서 8개 팀을 없애려 한다는 조직개편설이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시민단체가 "부산조직의 대폭적인 축소는 부산 본사 기능을 무력화하는 시도"라고 반발하고 있는 상황이다. 게다가 거래소 노조는 이사장 취임 전후로 몇 달씩 여의도 거래소 1층 로비에 성명서를 붙여놓았다. '거래소 방만경영 논란의 원인이 본사가 부산에 있는 것과 관련 있는 만큼 본사를 서울로 다시 이전하라'는 내용이다. 어처구니없지만 이사장의 발언들이 노조의 억지논리에 힘을 보태지 않을까 우려스럽다.

김 이사장도 지난달 26일 열린 금융중심지 지정 1주년 기념 설명회 자리에서 "부산경제와 사회를 위해 무엇을 할 것인지 고민하겠다"고 말해 참석자들로부터 박수를 받았다. 그러면서 다른 자리에서 다른 말이 나오니 진의가 무엇인지 갸우뚱거려지는 것이다. 경제가 가장 싫어하는 게 불확실성임은 김 이사장이 더 잘 알 것이다. 그러니 소모적인 의혹을 없애기 위해서라도 부산본사 상주를 권하고 싶다. 김 이사장이나 거래소 임직원들의 월급이 되는 증권이나 선물 투자는 서울시민만 하는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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