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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시각] 부산 문화 현주소, 하얄리아 이양식 /남차우

정·재계 인사만 가득찬 이양식, 시대에 뒤처진 문화인식 단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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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사람들은 수도권을 벗어나면 시쳇말로 죽는 줄 안다. 직장 생활을 하다 혹여 부산 등 지역으로 인사발령이라도 나면 홀몸인 경우 보따리 싸기가 그나마 쉬우나 가족이 딸리면 여간 곤혹스러워하지 않는다. 식구들 달래기부터가 예삿일이 아니다. 가족들이 버티는 이유는 대체로 크게 두 가지다. 누구나 다 아는 자녀 교육이 첫 손가락에 꼽히고 다음이 문화 격차를 든다.

교육수준은 도시의 질을 좌우하는 잣대가 돼 버린 지 오래다. 지금 나라를 시끌벅적하게 달구고 있는 '세종시' 문제만 봐도 그렇다. 정부가 반발하는 민심을 달랜답시고 유명대학과 특목고를 유치하겠다는 것도 이런 밑바닥에 깔린 정서를 이용한 거다. 우리 지역으로 눈을 돌려도 사정은 매일반이다. 부산 내에서도 동서 교육격차가 벌어졌다고 지역 국회의원들까지 나서 특목고나 과학고 유치전에 서로 얼굴을 붉힌다.

하지만 모두가 다 인정하는 지역 문화에 대해선 굼벵이 걸음만도 못하다. 솔직히 부산시를 비롯해 지역정책을 좌지우지하는 '어르신'들이 입으로는 문화를 읊조리면서 실상 몸은 따로 놀고 있다고 보는 게 맞지 싶다. 부산에는 문화마인드가 시대에 한참 뒤처져 있다. 문화 예술계 활동을 이르는 게 아니다. 부산다운 문화 풍토 조성에 앞장서야 할 부산시를 비롯해 정치권 등 지역 인사들의 문화 인식부터가 고루하기 짝이 없다.

며칠 전 요란하게 치러진 하얄리아부대 부지 이양식은 '문화마인드 실종'이 어디까지 갔는가를 여실히 보여준 자리였다. 100년 만에 시민의 품으로 돌아왔다는 역사적 행사에 정·재계 인사들만 북적거렸다. 부산의 문화예술계 인사들은 없었다. 부산 도시재창조 모범으로 '시민공원'을 조성하겠다면 지역 원로 문화예술계 인사든지 아니면 하다못해 관련 예술단체 대표들이라도 있어야 마땅했다.

과문한 탓인지 몰라도 2006년부터 공원 조성에 들어간 서울의 용산기지공원은 이렇지 않았다고 알고 있다. 시골 초등학교 운동회에도 면장 경찰지소장 우체국장들이 단상을 차지하던 시절이 호랑이 담배 피우던 옛 이야기로 치부되는 요즘이다. 부산정신이 깃든 '시민공원'을 만드는 첫 행사가 다리 놓고 도로 닦아 개통식 하는 것을 빼다 박았다. 총 천연색 시대에 획일화된 흑백 행사 사진을 강요하는 꼴이다.

엊그제 이스라엘 여군들이 팔레스타인인들을 학대했다는 외신 기사가 눈에 들어왔다. 이를 공개한 이스라엘 인권단체가 "몇몇 여군의 잘못된 행실로 볼 게 아니라 이스라엘 사회에 퍼져가는 가치의 부식을 들여다 봐야 한다"고 던진 말이 많은 여운을 안겼다. 이 표현을 그대로 빌린다면 하얄리아 이양식은 '문화가 밥 먹여 주느냐'고 홀대하던 쌍팔년도 사고가 부산을 여전히 쥐고 흔들고 있음을 간파해야 할 것 같다. 지역 문화가 펄펄 뛰기 위해선 어디부터 확 달라져야 하는지를 되돌아보게 했다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이 마당에 비교하기도 이제 식상한 인천을 또 한 번 들먹일 수밖에 없다. 수도권에 있다는 이점을 빼더라도 인천의 문화정책들이 소위 '짠물'다운 실속을 챙기고 있다. 1년도 좀 더 지난 이야기다. "부산 토박이 치고 남선창고 명태 눈알 안 빼먹은 사람 없다"는 말을 듣던 '남선창고'가 허물어졌다. 100년의 개항 역사가 담긴 근대물류창고가 허망하게 사라진 거다. 같은 시기에 인천은 개항기 창고들을 살려 예술인 창작장소인 '문화공간'으로 만드는 수완을 발휘했다.

산복도로를 문화마인드로 접근한 것도 인천이 한참 앞선다. 인천은 산복도로에 깃든 생활문화자산 가치를 깨닫고 2005년 '달동네박물관'을 짓는 발상의 전환을 했다. 부산이 달동네가 지닌 문화적 가치에 눈을 뜨지 못하고 있을 때 인천은 새 문화지평을 열었다. 문화마인드가 다르니 새록새록 도시에 문화 예술의 생기가 돌면서 도시 가치가 높아지고 있는 거다.

부산의 21세기 '도시개조론'에 문화란 밑그림이 있는지 의문이다. 부산이 품격 있는 도시라면 문화 인식부터 달라져야 한다. 사진관 구석에서 찾아야 할 빛바랜 흑백 행사장면이 아직도 시퍼렇게 살아있는 부산으로는 갈 길이 까마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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