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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시각] 도약이냐 쇠퇴냐, 기로에 선 부산항 /구시영

외부엔 중국 위협…내부엔 멀티포트

6∼10위와 차 근소, 전방위 마케팅 통해 허브항만 도약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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넛크래커(nut-cracker). 한국경제가 선진국의 기술·품질 경쟁력과 개발도상국의 가격 경쟁력 사이에 끼어 고전한다는 의미다. 비유하자면 부산항이 딱 이런 형국이다. 밖으로는 중국 항만들의 협공에 시달리고, 안으로는 정부의 멀티포트(다항만 개발) 정책에 물량을 잠식당하는 꼴이다. 또 일본은 자국의 중추 항만 육성에 나서고 있다. 부산항으로서는 그야말로 내우외환이다.

'컨테이너 처리량 1195만 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 전년보다 11.1% 감소, 7년 연속 세계 5위 항만 유지'. 지난해 부산항의 성적표다. 물동량이 전년보다 줄어든 것은 1993년(집계 시작) 이후 처음이다. 하지만 글로벌 경기 침체 속에 이 정도 실적이면 선방했다고 부산항만공사(BPA)는 자평한다. 세계 톱랭커 항만들의 감소율(15% 안팎)을 그 근거로 내세우며 안도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상황이 그리 녹록지 않다. 지난해 기록을 보면 부산항과 랭킹 1~4위(싱가포르 상하이 홍콩 선전)의 물동량 격차는 무려 1000만 TEU가량이다. 반면 6~10위(광저우 두바이 닝보 칭다오 로테르담)와의 차이는 65만~215만 TEU밖에 안된다. 또 주목할 점은 광저우와 두바이의 약진이다. 이들 신흥 항만은 부산항에 불과 65만~80만 TEU 뒤지며 턱밑까지 바싹 추격해왔다. 특히 광저우는 지난해 10위권 항만 가운데 유일하게 물동량이 늘었다. 부산항이 세계 5위 컨테이너 항만 자리를 내주는 것은 이제 시간문제로 여겨진다.

부산항 물동량 중 45%가량을 차지하는 환적화물이 줄어드는 것도 골칫거리다. "향후 1~2년 내 환적 비중을 70% 수준으로 끌어올리지 못하면 5위 밑으로 추락할 겁니다. 환적화물 유치를 위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합니다." BPA 노기태 사장은 지난 3일 '신항 배후 물류단지 입주업체 사장단 간담회'에서 이같이 언급했다. 싱가포르와 홍콩의 환적물량 비율이 전체 85~90%인 점을 염두에 둔 얘기다. 중국 항만들이 지금은 수출입 화물처리에 배가 부르지만 향후 환적시장으로 손을 뻗치면 부산항의 타격은 불 보듯 뻔하다.

이런 데다 국내에서는 멀티포트 정책이 부산항의 위상을 흔들고 있다. 투포트(양항) 정책에 실패한 광양향도 모자란 듯 인천·평택항 등을 잇따라 개발해 항만 간 경쟁이 치열하다. 그중에서도 평택항이 두드러진다. 수도권에 가까운 이점을 업고 지난해 국내 주요 무역 항만 중 유일하게 물동량 증가를 나타냈다. 자동차 수출입 처리량은 울산에 이어 전국 2위다. 또 서해권 항구 중 최초로 미주·유럽 항로를 개설했다. 이에 비해 부산항 수출입 물량은 2000년대 초반까지 두 자릿수 증가세를 보이다 그 이후 감소세로 돌아섰다.

중국의 대규모 항만 개발과 그에 따른 글로벌 선사들의 중국 항만 직기항 증가, 국내 서해안 항만들의 성장이 부산항을 옥죄고 있는 양상이다. 부산발전연구원의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부산항은 싱가포르 홍콩이 속한 '성숙 항만군'과 카오슝 함부르크가 포함된 '정체 항만군' 양쪽에 걸쳐있다. 그러나 지금 추세라면 정체 항만군으로 쇠퇴할 것으로 예측됐다. 게다가 물동량 순위 하락곡선이 카오슝의 전철을 밟아가는 형세다. 카오슝은 과거 부산항처럼 세계 3위를 유지하다 6위, 9위로 떨어진 뒤 10위권 밖으로 완전히 밀려났다.

부산항으로서는 올해가 매우 중요하다. 국내외 곳곳에 도사린 위기를 극복하고 동북아 허브항으로 도약하느냐, 아니면 정체 항만으로 추락하느냐의 갈림길에 서 있기 때문이다. 넛크래커의 위기를 기회로 바꾸려면 우선 물량 유치를 위해 전방위 마케팅에 나서야 한다. 아울러 글로벌 선사들이 부산항을 환적 거점으로 활용하도록 지원책과 인센티브를 대폭 강화할 필요가 있다.

부산항 신항 배후 단지 활성화의 중요성은 말할 나위가 없다. 상하이 두바이 등의 사례에서 보듯이 배후 단지와 연계한 고부가가치 창출은 경쟁력 향상의 핵심 요소다. 부산항도 선진 항만의 대열에 오를 희망은 얼마든지 있다. 그러려면 BPA를 필두로 부산항 유관기관·단체들이 신발끈을 다시 동여매고 뛰어야 한다. 물류전쟁 시대에 한 번 떠난 화물선을 되돌리기 힘들다는 점을 명심하면서.

※사외 필자의 견해는 본지의 제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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