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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숲길] 암스트롱과 바흐 그리고 3·1절 /하창식

한국 빛낸 위인들 흉상·부조상 제작, 만나는 외국인에 보란 듯 주었으면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0-02-26 20:31:30
  •  |   본지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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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실 책상에 앉을 때마다 루이 암스트롱과 바흐를 만난다. 하얀 이를 통째로 드러내 보이며 파안대소하고 있는 그 흑인 가수의 얼굴을 볼 때마다 재즈 음악이 머리에 떠오른다. 재즈음악에 문외한인데도. 재즈의 고향이라고 하는 미국 뉴올리언스를 방문하였을 때 기념으로 구입한 어른 손 크기의 흉상이다. 독일 라이프치히를 방문하였을 때 바흐의 조그만 흉상을 기념으로 구입하였다. 고전 음악의 아버지라 일컫는 바흐가 아니던가. 그의 흉상을 바라볼 때마다 그를 생각하고, 그를 고전음악사의 거장으로 발굴해낸 멘델스존을 생각한다.

인도 유학생으로부터 이름 모를 한 노인의 얼굴이 양각으로 새겨진 부조상을 선물로 받았다. 4~5세기에 살았던 인도 문학사상 최고의 시인, 칼리다사라고 한다. 한국을 '동방의 등불'이라고 노래했던 시성 타고르는 익히 들어본 적이 있지만, 그 이름은 처음이었다. 그가 누구인지 설명을 들어 알게 된 순간, 내게 선물한 그 학생의 눈빛으로부터 문화 민족 인도인으로서의 자긍심을 읽을 수 있었다.

면세점이나 관광지 등에서 흔히 구할 수 있는 전통 기념품들이 있다. 칠기 명함 합, 자수매듭, 하회탈 액자, 도자기, 노리개, 입체인형 등에다 조금 더 보탠다면 김이나 홍삼, 인삼차, 혹은 민속주 같은 전통 먹거리 약간 정도. 이들은 나름대로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선물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사람마다 취향이 다를 테지만 외국인 친구들을 만날 때마다, 우리나라를 빛낸 위인들의 흉상이나 부조상 또한 가치 있는 선물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나는 자주 한다.

박물관에서 판매되는 기념품들을 둘러 볼 때도 같은 생각이다. 토기도 좋고 금관도 좋지만, 선덕여왕 무령왕 태조왕건의 흉상은 왜 없을까. 선조들의 실제 모습이 어떠했는지 역사적 기록이 없으니, 그분들의 얼굴을 본 딴 흉상을 만들기는 불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조국의 영광을 위해 그 어떤 힘든 훈련도 견뎌냈을, 기상 넘치는 삼국 시대 젊은이들의 흉상을 구할 수 있다면 나는 기꺼이 구입해서 외국인들에게 선물할 작정이다. 그리곤 내 선물을 받을 외국인에게 삼국통일의 역사를 설명할 것이다.

최근에 등장한 신사임당은 물론, 율곡과 퇴계, 이순신 장군과 세종대왕 등 훌륭한 선조들의 얼굴이 새겨진 지폐나 동전을 바라볼 때마다, 내 거실에서 매일 만나는 암스트롱과 바흐, 그리고 인도의 셰익스피어라 불리는 칼리다사 등이 저절로 머리에 떠오른다.

'독도는 우리 땅'. 너나 할 것 없이 목 줄기에 핏대를 올려가며 외친다. 우리끼리다. 일부 일본 정치가들의 망언이 이어질 때면 더욱 외침이 크다. 역사적 진실을 애써 외면하면서 고도의 정치 심리적 전술로 국제 여론을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이끌어 가고 있는 그들이다. 얄밉도록 냉정하면서도 치밀하다. 신라장군 이사부와 조선장군 안용복의 흉상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나를 만나는 일본 사람들마다 이 장군과 안 장군의 흉상을 선물로 주면서 역사적 진실에 관해 그들의 이해를 구한다면, 그것도 애국하는 한 방법이 되지 않겠는가.

안익태 선생의 흉상을 선물하면서 우리 애국가를 외국인들에게 알리고 싶다. 이미자 님의 흉상을 선물하면서 엔카의 원조인 우리 대중가요의 우수성을 알리고 싶다. 박경리 선생의 흉상을 선물하면서 한국의 문학세계를 알리는 일을 하고 싶다. 누구나 국가대표가 되어 한국의 역사, 한국의 인물 등을 알릴 수 있는 손쉬운 길이 있는데 현실이 그러지 못해 안타까움을 느낄 때가 더러 있다. 그런 인물들의 흉상이나 부조상을 찾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나마 경주나 제주도를 방문하면, '신라 천년의 미소' 부조상이 있고 돌하루방이 있어 위안이 된다.

곧 3·1절이다. 앞으로 만날 외국인들, 특히 일본인 친구들에게 유관순 누나의 흉상을 선물하고 싶다. 그리고 3·1절의 역사를 설명할 것이다. 이름조차 기억하지 못할 그 앳된 한국 처녀의 흉상을 바라볼 때마다, 어쩌면 일제강점기 한국 국민들의 뜨거웠던 자주독립정신을 떠올릴 수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애국선열들의 독립만세 소리를 머릿속에 그리면, 더욱 그런 생각이 간절하다.

부산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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