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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에세이] 자연재해, 사후대응으론 부족하다 /이상원

차원을 한단계 높여 체계적 관측·관찰로 재해를 예측하고 충격을 줄여야 한다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0-03-15 20:37:06
  •  |   본지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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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티 대지진의 아픔이 아물기도 전에 연이어 강력한 규모의 칠레 지진이 발생하여 전 지구를 들썩이게 하였다. 이 지역은 지진이 빈발하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고, 그래서 건축물도 내진설계가 잘 되었을 것으로 생각했는데 워낙 강력한 지진 탓인지 엄청난 재앙으로 나타났다. 인류에게 위험과 재난을 안겨주는 자연의 작용들은 두 가지 연관성을 가지고 있다. 하나는 여러 유형의 재해들이 서로 연관되어 있다는 것인데, 태풍은 엄청난 강수량을 동반해 홍수를 발생시키는 경우가 많고 동시에 사면이나 해안의 붕괴를 유발시킨다. 지진의 발생은 지반의 진동으로 지표면에 구축된 건물이나 구조물 또는 산사면을 붕괴시키고, 경우에 따라서는 지진 해일을 발생시켜 지진 발생 지역과 무관한 광범위한 지역의 해안에 피해를 입힌다. 또 하나는 자연 재해가 지구 물질들의 특성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점으로, 암석의 종류와 구조적 특성 등에 연관성을 가진다. 예를 들어 강도가 약한 암석들이나 균열이 잘 발달된 암석은 붕괴나 사태의 원인이 되고, 지반이 불안정한 지역은 안정한 지역에 비해 심각한 피해를 입을 수 있다.

그러나 두 가지 외에 또 하나의 연관성이 있으니 바로 인간과의 관계이다. 재해에 대한 인지 미숙과 인구의 증가로 더 많은 사람들이 재해위험 지역에 거주함에 따라 자연재해의 위험성이 훨씬 높아지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대표적인 재해의 예가 1985년 11월 13일 콜롬비아의 네바다 델 루이즈 화산 분출 때 발생한 화산이류로 아르메로 시민 2만1000여 명이 순식간에 매몰된 경우이다. 1845년에도 이 화산이 분출하였을 때 화산이류가 흘려내려 1000여 명이 사망하는 참사가 있었지만 화산 분출로 기름진 토양이 퇴적되어 농업이 발달하면서 그 이후로 아르메로 인구가 약 2만3000명으로 늘어났다. 1984년부터 화산 분출 전조 활동이 있어 화산 감시가 시작되었고 예상되는 재해도면까지 완성되어 있었다. 이 재앙의 비극은 그 결과가 이미 예견되었다는 것이다. 당시에 대피해야 한다는 경고가 여러 차례 있었으나 공무원을 포함한 대부분의 사람들이 무시하였다. 이와 대조적으로 필리핀의 피나투보 화산 분출 당시엔 미리 6만여 명을 대피시켜 큰 피해를 막았다. 재해를 예측하는 것과 함께 인간의 재해 인지와 대책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극명하게 드러난다.

토지용도 변경에 따른 재해 역시 인간과 관련된 큰 재앙을 낳는다. 대표적인 예가 중앙아메리카를 초토화시킨 허리케인 미치(1998년, 1만1000명 사망), 중국 양쯔강의 홍수(1998년, 4000명 사망) 그리고 미국 남부 뉴올리언즈를 물바다로 만든 허리케인 카트리나(2005년, 1836명 사망)이다. 중미의 온두라스와 중국 양쯔강 유역은 엄청난 삼림 남벌과 산불, 농경지 개발로 숲이 사라지고 식생이 파괴되어 큰 홍수 피해를 입었다. 카트리나로 역사상 가장 치명적인 자연재앙을 당했던 미국은 폭풍과 파도를 막는 완충제 역할을 했던 해안 습지를 제거하는 등 부적절하게 토지를 이용했다. 1985년 9월의 대지진으로 1만 명이 목숨을 잃은 멕시코시티의 경우는 인구과밀과 지반이 불안정한 고기 호성층 위에 도시를 세운 결과다. 많은 인구가 재해 위험지역에 거주한 데다 지하수 양수로 매년 수cm씩 지반의 불균일한 침하가 일어나고 연약한 지반이 지진동으로 더욱 취약한 상태에서 결국 대규모 지진이 발생하자 큰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었다.

인간은 반사적으로 재해에 반응하는 것 같다. 재해 발생 후의 여러 가지 활동이 인명과 재산피해를 감소시키는 데 필요할 일이라는 데 이견이 없을 것이다. 그렇지만 차원을 한 단계 높여 재해를 예측하고 그 충격을 예상하는 데 보다 더 큰 노력이 있어야 할 것이다. 재해 발생 요인에 대한 체계적인 관측과 관찰, 과거 재해의 기록과 결과에 대한 연구, 가능한 재해지역을 피하는 토지이용이나 개발 계획, 재해에 대한 내구성이 있는 건축물, 재해 조절대책, 그리고 무엇보다도 재해에 대한 인식 고취와 비상 상황시 혼란 없는 사후 대책을 확립시키는 것이다. 유비무환이라 했던가. 부산대 과학교육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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