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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숲길] '무소유'를 소유하려는 세상 /정찬주

법정스님의 법향 맡으려면 무소유 정신 가슴으로 이해해야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0-03-26 20:39:12
  •  |   본지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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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 질 녘에 장흥 부용사 스님이 어린 동백나무 14그루를 가져와 묵정밭에 심었다. 오랜만에 삽질을 했더니 연방 땀이 흐른다. 양동이로 물을 퍼 나르느라고 몸은 힘들었지만 나무를 심는 동안 맑은 무심으로 돌아갔다.

요 며칠 동안 전화기를 꺼놓고 살았다. 법정스님이 입적하시고 난 뒤 나름대로 근신하는 기간을 보냈다. 스님을 생각할 때마다 눈물이 났다. 슬프기보다는 좀 더 찾아뵙지 못한 자책 때문에 허전했다. 편지라도 자주 할 걸 후회도 들었다. 스님의 숨결이 묻은 흔적들을 살펴보니 꽤 됐다. 미국에 가시어 보낸 엽서, 인도를 순례하시면서 보내 엽서, 더구나 강원도 오두막에 사시면서 "천식 때문에 걱정을 끼쳐 죄송합니다"라는 내용의 편지까지 있었다. 가장 애틋한 것은 스님께서 내의를 보내와 돌아가신 아버지께 드린 일이다. 아마도 스님께서는 내의를 여러 벌 선물 받아 불필요한 것들을 정리하셨을 것이다. 스님은 무엇이든 하나만 소유하셨다. 두 개를 가지고 있는 것은 군더더기라고 했다.

"원고를 쓰기 때문인지 만년필을 좋아하지요. 그런데 누가 선물해서 만년필이 두 개가 됐어요. 두 개가 되다 보니 한 개를 가지고 있을 때보다 살뜰함과 고마움이 사라져요. 그래서 선물한 이에게는 미안한 일이었지만 만년필 한 개를 다른 이에게 주어버렸지요."

스님은 군더더기라고 생각하면 가차 없이 정리했다. 하나를 더 갖는 것은 욕심이고 집착이라고 했다. 스님께서 무소유를 말씀하실 때는 결코 거창하지 않았다. 최소한의 것만 소유함으로써 무엇에 얽매이지 않고 홀가분해지자는 것이 요지였다. 공성(空性)의 입장에서는 '나'도 없는데 하물며 '내 것'이 어디 있겠느냐는 무소유관도 말씀하셨다.

스님이 입적하시고 나자, '무소유' 책이 경매에 나와 놀랄 만한 액수로 거래되고 있다고 한다. 나와 친분이 있는 스님도 어느 경찰서장이 '무소유'를 한 권 구해달라고 부탁했다며 난감해했다. 황당하기는 나도 마찬가지다. 창원에 사는 사촌동생이 '무소유'를 구할 수 없겠냐고 내게 전화를 했던 것이다. 내가 법정스님 제자이니 '무소유' 책을 몇 권쯤 보관하고 있는 줄 알았던 모양이다. 그러나 나는 '무소유'를 한 권도 보관하지 않고 있다. '무소유'는 '영혼의 모음'이란 책에서 가려 뽑아 편집한 책인데, 나에게는 '영혼의 모음'이 있기 때문에 굳이 '무소유'를 살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무소유'를 갖고자 하는 소유의 광풍이 이제 그만 멈췄으면 좋겠다. 집착하지 말라는 메시지가 담긴 '무소유'가 경매의 대상이 되다니 씁쓸하기만 하다. '무소유'를 모독하는 일이 지금이라도 없어져야 가시는 스님의 발걸음이 가벼우실 것 같다.

사람들은 왜 '무소유'를 소유하고 싶어 하는 것일까. 가지고 싶어 하는 것과 읽고 싶어 하는 것은 질적으로 차이가 크지만 아무튼 그 심리상태는 무엇일까. 스님은 현대인들의 소유지향적인 마음이 '무소유'에서 위안을 받기 때문일 것이라고 말씀하신 적이 있다.

"현대로 올수록 사람들은 '소유'가 강요하는 정신적 고통에서 벗어나고픈 열망을 갖게 되는 것 같아요. 내가 '무소유'란 책을 낼 때는 '무소유'란 개념이 없었지요. 또 '무소유'를 정신적인 가치로 알아주지도 않았어요. 책 제목을 지을 때 출판사 사장이 난색을 표했는데 내가 우겨서 정한 제목이에요."

스님은 또 '베푼다'는 말보다는 '나눈다'라는 말을 즐겨 쓰셨다. 베푼다는 것은 소유하고 있는 것을 주는 행위이고, 나눈다는 것은 잠시 맡아 지닌 것을 되돌려주는 행위라고 했다. 같은 말 같지만 가만히 들여다보면 다르다. 베풂은 상하관계이고, 나눔은 수평관계이다. 스님은 유언에서 조금이라도 내 것이라고 남아 있는 것이 있다면 맑고 향기로운 사회를 위해서 써달라고 했다. 내가 인연 따라 보관하고 있던 것을 남김없이 원래 자리로 돌려주라는 뜻이다. 한때 스님을 시봉했던 한 스님이 입적 전에 "생사의 경계가 어떠하십니까" 하고 묻자 스님께서는 "원래부터 없다"고 대답하셨다고 한다. 입적을 전후해서는 생사마저도 무소유하신 것이 분명하다. 무소유를 깊이 아는 이만이 스님의 법향(法香)을 두고두고 맡지 않을까 싶다.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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