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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요지경 세상 /오창호

머리로는 이해 못할 세상임을 인식하고 경쟁력 향상 방안 다양성에서 구해야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0-03-31 20:37:17
  •  |   본지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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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참으로 알 수 없는 일들이 많다. 흔히 알쏭달쏭하고 묘한 세상을 요지경(瑤池鏡) 세상이라고 일컫는데, 빈정거리는 것이 아니라 진실로 세상은 요지경이라는 생각이 든다. 무엇보다도 신문이 이를 잘 보여주고 있다. 신문은 한쪽 면에 심각한 기사가 실리는가 하면 다른 쪽에는 참을 수 없을 만큼 가벼운 기사가 실린다. 신문에는 기괴한 사건도, 해괴한 일들도 많다. 특히 인터넷이 발달하다 보니 예전 같으면 모르고 지나갔을 기상천외한 일들도 접하게 되는데 울어야 할지 웃어야 할지 분간이 잘 서지 않을 때가 많다.

최근 이 시대의 선승 법정스님이 입적하시면서 남기신 유언과 이에 대한 세인들의 반응 또한 요지경이라 아니할 수 없다. 스님은 평소 무소유의 삶을 실천하셨듯이 돌아가시면서 그동안 풀어놓은 말조차도 빚이라고 생각하시고, 자신의 이름으로 출판한 모든 출판물을 더 이상 출간하지 말라고 유언으로 특별히 당부하셨다. 그런데 스님이 입적한 후 스님의 저서 7~8권이 온·오프라인 서점 베스트셀러 순위 10위권에 올랐고, 책을 구하기 어려워진 독자들은 책 구하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고 한다. 특히 1993년에 출판된 스님의 책 '무소유'가 인터넷 경매에서 110만 원에 낙찰되었다는 뉴스를 보니 어찌 요지경 세상이라고 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사실 이 세상에는 우리가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너무나 많다. 아니, 보다 정확히 말하자면 머리로는 이해할 수 없고 마음으로만 이해할 수 있는 일들이 너무나 많다. 예컨대, 부모가 사랑하는 자식에게 매질을 하고, 연인이 사랑한다고 말하면서 떠나는 경우를 우리는 많이 본다. 선한 의도로 은혜를 베풀었는데 그것을 원수로 갚는 이도 있고, 방귀를 뀐 사람이 오히려 성을 내는 경우도 많다. 미운 사람에게 오히려 떡을 하나 더 주어야 하고, 달리는 말에 오히려 채찍을 더 가해야 한다. 이순신 장군은 죽고자 하는 이는 살고, 살고자 하는 이는 죽는다고 말했는데 이 모두가 머리로서는 이해할 수 없고 마음으로 이해할 일이다. 이런 모순적 사태를 역설이라고 부른다.

우리의 지성은 이러한 역설을 모순적인 혹은 불합리한 것으로 인식하고 비정상적인 혹은 예외적인 것으로 간주하는 경향이 있다. 우리가 흔히 정상적인 것이라고 말하는 것은 사랑하면 때려서는 안 되고, 예쁜 사람에게는 떡 하나를 더 주고, 살고자 하는 자는 살고 죽고자 하는 자는 죽는 것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선한 것과 악한 것이 싸우게 되면 당연히 선한 것이 이겨야 하고, 그것이 정의라고 생각한다. 궁극적으로 악이라든가 무능력, 부정, 비리, 부패 등등은 사라져야 할 공적으로 간주된다. 그러나 이는 세상이 애초에 요지경이라는 사실을 몰랐던 소치이다. 우리는 역사를 통해서 정의가 불의를 소탕하는 과정에서 부지불식간에 그 자신이 불의의 모습으로 변하는 수많은 사례들을 보아왔다.

요즘 우리 사회가 세상은 요지경이라는 사실을 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우려된다. 경쟁이 치열해지는 분위기에서 세상의 오묘한 원리를 우리가 잊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걱정이다. 유능은 무능과, 효율성은 비효율성과 공생할 수밖에 없다. 예컨대 교육의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고 하면서 어떤 일률적인 기준으로 교사를 평가한다면 그것은 경쟁력을 높이는 방안이 될 수 없다. 또 공공기관을 포함해서 정부예산이 뒷받침되는 모든 기관의 선진화 방안이라는 것도 오직 경영 합리화에만 초점이 맞추어진다면 경쟁력을 높이는 방안이 될 수 없다.

경쟁력은 다양성에서 구해야 한다. 오늘날처럼 급변하는 세계 현실에서 오늘의 장점이 내일에는 단점이 될 수 있다. 오늘 우리가 경쟁력의 내용 혹은 기준이라고 내세우는 것들이 내일은 낡은 것이 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진정한 경쟁력은 환경이 아무리 변하더라도 변화된 환경에 적응할 수 있는 다양성의 잠재력이다. 다양한 교사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학생들을 지도하고 다양한 방식으로 연구해야 한다. 그리고 다양한 공무원들이 다양한 역할에 맞는 다양한 직능을 수행해야 한다. 우리 모두가 요지경 세상이라는 점을 인식하고, 이 사회의 다양성을 존중할 때, 새로운 모험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고, 그래야 비로소 창조적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부경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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