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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북항재개발의 인공섬을 문화중심공간으로 /이동언

부산 삶 보여주는 건축공간 생기면 도시재생의 촉매역할 할 것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0-04-11 20:29:02
  •  |   본지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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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의 구도심이었던 서구, 동구, 중구 등이 최근들어 관계자들의 노력으로 도시 재생의 기미가 보이고 있으나 여전히 쇠락의 길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영주동, 보수동 등의 산복도로 일대는 구도심의 쇠퇴와 함께 열악해진 환경 탓으로 당장은 나아질 조짐이 없다. 또 다른 한편으로 옛 하얄리아부대 부지와 동해남부선 이설 부지 등은 당장의 현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처럼 부산에는 도시재생과 연결된 현안이 유난히 많다.

이러한 현안을 부산시가 한꺼번에 해결할 수는 없다. 부산시의 사정에 비추어보면 도시재생에 있어 도시촉매수법이 가장 많이 사용될 것이다. 파급효과를 노리는 도시촉매수법은 도시재생 기법 중의 하나이다. 도시촉매수법은 전면전이 아닌 국지전에 비유될 수 있다. 국지전의 승리가 주변부에 영향을 끼치는 것처럼 북항재개발의 성공이 주변부에 영향을 끼칠 것은 자명한 일이다. 부산시가 북항재개발을 선택한 것은 주위의 여건을 고려해볼 때 바람직하다. 적재적소에 입지한 공공건축물이나 구조물이 촉매가 되어 그 주변이 재생되는 경우가 흔하기 때문이다.

북항재개발 파급효과는 영주동, 수정동, 좌천동 등의 산복도로 근방까지 미칠 것이다. 나아가 구도심인 서구, 동구, 중구 전체에 직간접적 영향을 끼칠 것이다. 또한 영도에까지 파급효과가 전달될 것이다.

북항재개발이 인근에 이 정도의 부수적인 효과를 끼친다면, 북항 가운데 존재하는 인공섬은 북항재개발의 핵으로서 북항재생의 성패 여부를 결정짓는다고 볼 수 있다. 인공섬 개발은 저절로 북항재생에 있어 촉매로서 사용될 수밖에 없다. 인공섬이 촉매로서 막대한 파급효과를 거두려면 생명력이 있는 건축물들을 세워야 한다. 약 13만 ㎡인 인공섬의 해양문화지구는 친수공간의 문화지구로서, 부산의 얼굴로서 부산 삶의 깊이와 넓이를 형상적으로 드러내야 한다. 인공섬은 부산 삶을 보여주는 쇼윈도이다. 기능적으로나 형태적으로 사람을 불러 모으는 공간이 되어야 한다. 흡입력 있는 공간을 만들기 위해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나. 그 점의 간파를 위해 근·현대건축의 흐름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우리 건축가 대부분의 뇌리에 각인된 근대건축은 기능만을 생각하는 일방적 건축이었다. 효율성, 경제성만 강조되는 건축이었다. 불필요한 장식은 건축에서 배제되었다. 이러다 보니 형태는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그래서 "형태는 기능에 충실히 따른다"라는 경구가 생겨났다. 건축물은 효율성, 경제성만 고려하고 삶은 전혀 반영되지 않는 기계와 다를 바가 없었다. 사람들은 이내 식상했다. 건축은 단지 소모 도구에 불과했다.

근대건축에 식상한 사람들은 기계와 같은 건축물에 생명력을 불어넣기 위해 부산문화회관, 시립박물관 등에서 사용된 박제된 고건축의 언어를 차용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단순한 평지붕 등을 가진 근대건축언어가 복잡한 지붕 등을 지닌 고건축언어를 이내 억압하기 시작했다. 결국 고건축언어의 차용은 경제적, 문화적 이유로 실패했다. 이후 근대건축에서 억압된 요소들을 해방시키는 작업을 사람들은 하기 시작했다. 남성/여성, 문화/자연, 내부/외부, 삶/죽음 등 한쪽으로 기운 힘을 바로하자 혼란이 일어났다. 이 혼란을 건축에 적용시킨 것이 해체주의 건축이다. 광복동에 있는 엔크리프타(encrypta)가 대표적인 사례. 근래에 와서 여성, 자연, 외부, 소수 등이 억압에서 벗어난 후, 상대편과의 조화로운 상생의 기운이 움트기 시작했다. 양쪽이 상생을 위해 대화를 시작했다. 서로 상대방의 입장이 되고자 했다. 이러한 움직임을 적극 수용한 것이 바로 역지사지(易地思之) 건축인 것이다. 아파트 단지의 외관, 도시경관에 대한 관심 등은 근대성에 의해 말살된 다른 한편의 입장이 되어보는 것이다.

북항재개발의 부수적 효과는 주변부의 재생에 촉매로서 작용하는 것이다. 인공섬에 부산의 삶이 제대로 표현된 역지사지의 건축공간이 들어서면 시민 및 관광객이 북항, 더 나아가 주변부까지 몰릴 가능성이 있다. 인공섬에 들어설 건축은 구호성의 거대한 상투적 랜드마크이기보다는 부산 삶을 솔직 담백하게 표현한 것이어야 한다. 시민, 심지어 관광객도 자연스럽게 그것에 공감하는 건축이어야 한다. 인공섬은 부산의 문화중심공간이 될 것이다.

부산대 건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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