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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칼럼] 누가 거품을 만드는가 /박희봉

부동산 올인으로 나라빚 키운 정부

거품 붕괴되면 고통은 국민 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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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왕 루이 14세의 뒤를 이어 섭정을 하게 된 필리프 오를레앙은 한 해 세수의 14배에 달하는 국가채무를 떠안았다. 이때 등장한 인물이 바람둥이이자 노름꾼인 존 로. 스코틀랜드 출신인 그는 또한 뛰어난 수학자이기도 했다. 1917년 그가 설립한 '로&컴퍼니'라는 프랑스 중앙은행은 지폐를 발행해 모든 세금을 지불토록 하고 식민지 독점교역권과 토지권을 판매해 국가의 부채를 출자로 전환했다. 이름도 왕립은행으로 바꾸었지만 오를레앙이 지폐발행을 남발함으로써 극심한 인플레로 나라경제가 거덜나고 말았다.

1836년 미국 정부도 화폐발행을 급증시켰다. 발행된 화폐는 땅투기에 투입됐고 땅값은 평균 10배 이상 앙등했다. 부동산 거품이 터지면서 은행과 기업체들이 줄도산하고 경제는 나락으로 떨어졌다. 1992년 인플레이션율이 독일의 3배에 달했던 영국은 헤지펀드들이 거품이 잔득 낀 파운드화를 공격함으로써 낭패를 겪어야 했다.

우리가 겪은 1997년 IMF 위기도 결국 이런 거품이 만들어낸 비극이었다. 대우, 기아 등 대기업들은 빚을 내 사업을 확장하면서 일차적인 거품을 만들었다. 고성장의 환상은 부동산 시장에도 감당하기 힘든 거품을 양산했다. 문민정부 또한 저환율 정책으로 제3의 거품을 쌓아올렸다. 당시 원화의 달러 환율은 800원이 채 되지 않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가입하며 샴페인까지 터뜨렸다. 결국 거품 위에 지은 선진국이라는 신기루는 하루 아침에 IMF 신탁통치라는 비극으로 끝났다.

뒤를 이은 국민의정부는 경제 재건에 성공했지만 새로운 거품을 만들어냈다. 이른바 벤처 열풍이 온 나라를 휩쓴 것이다. 1999년 11월 605에 불과하던 코스닥 지수는 1년여 만인 2000년 3월 2925로 5배가량 치솟았다. 환상만으로 쌓아올린 신기루는 이후 1년간 502 포인트까지 녹아내렸다. 환란에 이어 중산층, 서민은 빈털터리로 전락했다.

참여정부는 이념 논쟁으로 세월을 보냈지만 그래도 경제는 괜찮은 편이었다. 환율을 비롯한 경제문제에 대한 간섭을 최소화하고 시장에 맡겼더니 국민소득이 배 이상 뛰어올랐다. 국민의 정부는 코스닥 시장 붕괴를 초래했지만 그래도 IT 강국이라는 결실은 남겼다. 한데 '747'이란 거창한 공약을 내세운 이명박 정부는 무엇을 남길 것인가. 녹색산업은 여전히 미지수로 남아있다.

특히 재정을 올인하다시피한 부동산 개발은 폭발성이 높은 거품을 양산하고 있다. 경제난을 극복한답시고 각종 부동산 사업에 나랏돈을 퍼부었다. 이어 4대 강 사업에 적게는 22조, 많게는 30조 원을 쏟아붓는다. 세종시도 추진 중이다. 지난주에는 24조 원이 투입되는 남해안 선벨트를 국책사업으로 채택했다. 내륙첨단산업벨트, 백두대간 휴양·관광벨트도 만든단다. 그러더니 주말에는 미분양 아파트 4만 채를 매입하겠다고 밝혔다. 정부 재정을 투입해 민간 아파트를 사들이겠다니, 이건 부동산 올인 정책의 압권이다.

국가채무 증가는 가속도가 붙고 있다. 2007년 299조 원이던 나라빚은 집권 2년간 급증했고 3년 뒤에는 무려 493조 원으로 늘어날 예정이라고 한다. 대부분의 나라빚이 적자성인 악성채무여서 위험성이 크다. 문제는 이게 전부가 아니라는 점이다. 통계에서 누락된 '그림자 채무' 등을 합치면 2.5배 수준으로 늘어난다. 4대 강 사업 등에서 정부채무가 공기업에 전가돼 전체 공기업 채무도 200조 원을 넘어섰다. 가처분 소득의 1.5배가량인 가계 빚도 7년 뒤 2배를 넘을 것이라 한다. 정부와 공기업, 가계가 모두 빚투성이면 나라경제가 온전할 수 없는 일이다.

유럽이나 미국은 말할 것도 없고 잃어버린 10년을 겪었던 일본도 나라빚에 짓눌리고 있다. 중국 역시 겉보기완 달리 숨겨놓은 채무가 엄청날 것으로 짐작된다. IMF는 세계를 향해, 우리의 입법조사처는 정부를 향해 경고음을 발하고 있다. 위기는 갑자기 다가오지 않는다. 숱한 경고음에도 이를 무시하다 붕괴가 시작되는 것이다. 우리의 환란이 그랬고, 뉴욕발 금융위기가 그랬다. 그래도 민간이 만든 거품은 정부가 대안이 될 수 있었다. 하나, 정부가 만든 거품이 터지면 그땐 아무런 대책이 없다. 그리고 그 고통은 고스란히 국민의 몫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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