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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창의력이 흘러넘치는 국가가 되려면 /탁석산

'회피연아 동영상' 정색하고 고소…창의력 바탕될 자유를 억눌러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0-04-26 20:37:12
  •  |   본지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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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자리가 이번 6·2지방선거에서도 으뜸 구호다. 여든 야든 모두 일자리 창출을 공약하고 있다. 하지만 유권자의 반응은 신통치 않다. 앞이 막힌 기분이기 때문이다. 말이야 좋지만 어떻게 일자리를 만드느냐고. 성장은 한다지만 남의 이야기고 정부가 마련하는 자리는 임시직이 보통이니 이런 반응은 당연한 것이다. 그런데도 입만 열면 일자리 창출을 약속하고 있으니 더 답답하다.

이제 한국은 제조업에서 일자리를 창출하는 나라가 아니다. 제조업에 아무리 투자를 해도 일자리 증가는 눈에 띄지 않는다. 제조업에 투자된 돈은 기계설비에 들어가기 때문이다. 몇 년 동안 대기업 공장의 고용은 별로 늘지 않았다고 한다. 제조업은 국제적으로 경쟁이 점점 더 치열해지고 있기에 기술개발과 원가절감만이 살길이라고 하는데 우리나라는 이미 고임금 구조이기에 원가절감도 쉽지 않다고 한다. 그렇다고 해서 첨단의 기술선진국도 아닌 것이다. 결국 조선이나 자동차도 중국이 우리를 추월하리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기술력의 격차는 줄어들고 임금에서는 상대가 되지 않는다. 제조업에서 한국이 일본을 따라잡게 된 것과 비슷한 이치일 것이다. 그렇다면 한국의 미래산업은 무엇이 될 것인가. 서비스산업이 될 것이라고 한다. 미국은 1970년대부터 아무것도 생산하지 않으나 부를 창출하는 금융업을 중심으로 서비스업이 주도산업이 되었다. 다시 말해 미국 내의 공장이 아시아로 옮겨진 것이다. 우리도 제조업에서 서비스업으로 전환을 모색하고 있으나 커다란 장애가 자리하고 있다. 누구나 외치는 창의력이 그것이다. 구체적으로는 소프트웨어 개발에 힘써야 한다거나 영화를 비롯한 콘텐츠 개발에 좀 더 투자해야 한다는 것이다. 맞는 말이긴 한데 어떻게 창의력을 높이느냐는 과제 앞에서는 신통한 해결책이 나와 있지 않다.

창의력은 인문학을 진작한다고 해서 꽃피지 않는다. 인문학은 창의력의 자원 중 하나일 뿐이다. 창의력을 끌어내려면 사회 분위기에 자유가 넘쳐나야 한다. 무엇이든 생각하고 발언하고 표현해도 좋다는 분위기가 사회 전반에 흘러넘쳐야 자연스레 창의력이 샘솟게 된다. 한국에서 상대적으로 자유의 공기가 넘쳤던 시기는 아마도 4·19 직후일 것이다. 독재정권이 무너진 후에 무엇이든 가능하다고 믿었던 시기가 있었다. 이때 김수영도 김승옥도 등장했다. 이후에는 창의력보다는 투쟁이 한국사회를 지배해왔다고 할 수 있다. 희생과 투쟁에 힘입은 민주화의 진전으로 자유가 많이 확대되었으나 지금은 유감스럽게도 그렇지 않아 보인다. 퇴행의 그림자가 곳곳에 보인다는 것이다. 단적인 예가 회피 연아 동영상 사건이다. 사건의 주인공은 문화부장관이었는데 장관은 이 동영상을 만든 사람을 고소했다. 그 후 웃자고 한 일인데 죽자고 달려드는 꼴이라는 비판이 나오자 장관은 교육적 차원에서 고소를 했다고 말했다. 이 사건은 사소해 보이지만 창의력과 관련해서는 심각한 문제점을 보여주고 있다. 첫째, 장관을 조롱거리로 삼으면 고소를 당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대통령을 풍자거리로 삼으면 안 된다는 것을 만천하에 알리는 것이다. 민주공화국에서 국민이 뽑은 대통령에 대해 국민은 경외만 해야 할 뿐 웃음거리로 만들면 안 된다는 메시지이다. 이런 분위기에서 어떻게 자유를 꿈꿀 수 있겠는가. 미국 대통령은 언제나 웃음거리가 되고 있으나 미국 대통령의 권위가 흔들리지는 않는다. 둘째, 교육적 차원이라는 말이다. 정부가 국민을 교육한다는 생각을 아직도 하고 있다는 말인가. 국민을 교육 대상으로 보는 것 자체가 시대착오적 발상이다. 국민을 가르치려 하지 말고 국민이 원하는 것이나 제대로 하고 있는지 반성해봐야 한다. 셋째, 문화를 담당하고 있는 장관이 한쪽으로는 창의성을 강조하면서 다른 한쪽으로는 고소를 하는 웃지 못할 상황이다. 문화 장관이라면 누구보다도 자유로운 분위기를 연출해야 한다. 비록 그것이 자신의 소신과 일치하지 않더라도 국가의 경쟁력이 창의성에 달렸다는 것을 자각하고 있다면 자신이 웃음거리가 되는 것도 웃으면서 받아넘겨 더 많은 자유의 분위기를 조성하려 애써야 한다. 국가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그리고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자유의 확대가 필요불가결하다. 자유 없이 창의력은 없기 때문이다.

철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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