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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2010 선거:국민무시 대소동 /박성조

절대 지키지 않을 공약만 수백개

구태 정당공천은 왜 여태 건재한가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0-05-23 19:35:19
  •  |   본지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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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국의 선거는 점차 세계적 공공서비스 경쟁 속에서 치러진다. 그런 차원에서 지방자치제의 패러다임이 파격적인 변혁을 겪고 있다고 할 수 있다. 2006년부터 영국 요크샤이어에 있는 인구 36만 명의 이스트 라이딩 (East Riding)시는 독일계 다국적기업 아르바토 (Arvato)사가 8년간의 계약으로 도시행정을 맡고 있다. 시민들은 이전보다 훨씬 만족해하고 있다. 독일에서도 2005년 '공공행정의 민간기업에의 이양 가속화 법안'을 책정했다. 이제 민간기업(다국적기업)과 공공행정 간의 협력을 넘어 민간기업이 공공행정기관을 대체하는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다. 독일 빌즈부르크시 대부분의 행정도 민간기업 차원으로 넘어 갔다. 유럽에서 '민간국가' (private state)가 생기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행정의 지상과제인 시민을 위한 공공서비스가 민간기업에 의해 더 효율적으로 시행된다는 것이다. 지방선거 무용론이 대두될 수밖에 없다.

선거는 국민이 가지는 가장 고귀한 특권이라고 알렉시스 토크빌은 말했으나 대부분의 유권자는 입후보자들을 모르며, 또 관심도 없다. 국민들의 정치 무관심은 정치인들의 소행에서 기인한다. 투표권을 행사하지 않는 사람들의 수가 늘어나고 있다. 유럽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50%에 가까워지고 있다. 투표권을 포기하는 사람들의 가장 주요한 동기는 정치인들을 '사기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선거가 곡예사의 쇼와 같은 대소동으로 변질한지 오래다. 모든 정치인들은 지키지 못하는 공약으로 경쟁자를 비방하고 모욕한다. 수십 가지, 수백 가지를 공약한다. 몇만 개, 몇백만 개 일자리 창출과 도로, 다리 건설, 국제화 추진 등을 되풀이한다.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지만 일자리 창출은 기업이 하고, 도로 공사는 국민의 세금으로 한다. 그리고 국제화 추진에는 시민들이 앞장서야 한다. 바꿔서 말하자면 정치인들은 기업이나, 유권자들을 무시하고 공약을 남발하고 있는 것이다.

유럽에서 사용되는 '부정선거'의 의미는 포괄적이다. 공약 (空約)으로 유권자의 투표행위에 영향에 미쳐 당선된 뒤 약속을 지키지 않는 것도 포함된다. 이런 의미에서 한국에서는 대부분의 정치인이 부정선거를 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들어 독일에서 가장 유명한 공약의 실례가 콜 전 수상이 1990년 동독인들에게 한 공약이다. "4, 5년 안으로 동독 경제를 서독처럼 번성케 할 것이다." 투표 결과 콜이 이끄는 기민당의 승리로 끝났으나 동독경제는 20년이 지난 지금도 번성은커녕 침체와 실업뿐이다. 콜 전 수상은 법정에는 서지 않았지만 국민들로부터 날카로운 도덕적 심판을 받았다. 그는 자기자신이 '통일 수상'이라고 했지만 독일 국민들은 그에게 '선거 사기꾼'이라는 딱지를 부쳤다.

정치인들은 국민들의 '집단건망증'에 감사해야 한다. 정치인들은 세월이 지나면 유권자들이 공약을 잊어버린다고 믿는다. 그러나 정작 중요한 것은 건망증이 아니라 실현할 수 없는 공약을 단기간에 마구 쏟아낸다는 사실이다. 독일에서는 거짓말 (공약)을 금지하는 법 제정이 절실하다는 양식 있는 정치인들의 제안이 활발하게 토론되고 있다.

한국정치의 민주화에 있어서 가장 큰 오점은 정당 공천이다. 왜 정당이 입후보자들을 지명하는가? 정당이 공천독점권을 갖는 법적 근거는 어디에 있는가? 언제는 정당의 당수가 입후보자를 지명하는 대가로 막대한 부를 축적하더니. 왜 이러한 시대착오적 정당 공천이 계속되어야 하는가. 그리고 고향은 멀리 두고 외지를 돌아다니며 공천을 구걸하는 무리들은 낙하산식 철새들이다. 이러한 철새들이 한국의 풀뿌리 민주주의를 망치고 있다. 정당, 국회의원만 졸졸 따라다니는 '똘마니'들은 한국 민주주의 발전에 재앙이다. 위로부터의 후보자 지명이 있는 한 밑으로부터의 국민의 목소리는 어디로 가야 하나.

몽테스키외는 민주주의를 '매일 시행되는 국민투표'라고 정의했었다. 그런데 대한민국 국민들은 선거를 싫어한다. 심각한 문제다. 정치인의 공약과 지자체의 서비스에 실망했기 때문이다. 국민들이 더욱 효율적인 서비스를 요구하는 시기가 오면 다국적기업이 공공행정을 맡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것으로 본다.

베를린자유대 종신정교수·동아대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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