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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민심을 보는 눈 /오창호

의도·이익따라 투표 결과 해석… 민심 안 보이고 볼 수도 없어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0-06-16 21:07:03
  •  |   본지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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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 지방선거에서 광역자치단체장은 민주당이 7곳, 한나라당이 6곳, 자유선진당이 1곳, 무소속이 2곳에서 각각 승리했다. 특히 서울시장 선거에서는 접전 끝에 여당 후보가 가까스로 승리했지만 인천은 물론 한나라당의 전통적 지지기반으로 여겨졌던 강원도와 경남에서 야권 후보가 승리하는 등 많은 이변이 일어났다. 뿐만 아니라 여권 광역자치단체장이 승리한 경우에도 의회의원 선거에서는 야권 후보가 당선된 곳이 많아 집권 후반기에 접어든 정부 여당이 앞으로 국정을 어떻게 이끌어갈지 벌써부터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당장 야당은 정부 여당이 추진 중인 4대 강 사업은 물론 세종시법 수정안의 철회, 내각의 총사퇴 등 파상 공격을 퍼붓고 있다. 집권당 내부에서도 선거 결과에 대한 평가와 해석이 엇갈리고 있다. 광역단체장 총득표 수에서는 그래도 여당이 앞섰으므로 참패는 아니라고 자위하는 측과 2년 후 총선에서의 낙선 위기감을 느끼고 있는 쇄신파 간의 갈등이 그것이다. 야당은 야당대로 여당은 여당대로 투표 결과로 나타난 민심을 권력투쟁의 계기로 삼고 있는 것은 아닌가 우려스럽다.

두말할 필요도 없이 선거는 민주주의의 요체이고, 선거 결과로 드러난 민심의 소재는 국민의 지상명령이다. 흔히 정치인은 민심의 바다 위에 떠 있는 배와 같다고 한다. 아무리 거대한 배라고 할지라도 성난 바다 위에서는 일엽편주에 지나지 않는다. 현명한 선장이라면 바다에 맞서지 않고 바다와 한 몸이 되어 바다와 함께 춤을 추어야 한다. 바다는 잠시도 멈추는 경우 없이 유동한다. 또 바다는 한없이 관대하지만 동시에 한없이 잔인하다. 한마디로 바다는 무어라고 규정지을 수 없는 불확정적 존재이다. 민심도 바로 그러하다.

민심의 소재를 알아보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지방선거가 있기 며칠 전까지만 해도 한나라당이 야당에 크게 앞서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서울시장의 오세훈 후보와 한명숙 후보는 적게는 10%p에서 많게는 25%p까지 차이가 났고, 인천과 강원도 광역자치단체장 선거에서도 한나라당 후보가 크게 앞서는 것으로 보도됐다. 그러나 선거 당일 방송 3사의 합동 출구조사에 의하면 기존 여론조사와 달리 서울에서는 오 후보와 한 후보가 0.2%p 차 경합이었고, 인천과 강원도에서는 야권 연합 후보가 더 높은 지지를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개표 결과 사실로 드러났다.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졌던 것일까? 우리는 무엇을 보았던 것일까? 민심이라는 유령, 허깨비를 보았던 것일까? 민주주의가 발을 디디고 서 있는 대지라고 할 수 있는 민심이라는 것이 이렇게 허망한 것일까? 민심이라는 것이 이다지도 허망한 것이라면, 그것에 뿌리를 두고 있는 민주주의라는 것 역시 허망한 것이 아닐까?

사실 현실에 대한 긍정은 현실에 대한 부정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일찍이 철학자 니체는 우리가 절대적으로 의지하는 가치 혹은 목표가 사라져서 더 이상 '무엇을 위해'라는 물음이 불가능한 절대적 허무를 통해서 우리는 비로소 삶을 긍정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우리가 무의식 중에 의지하게 되는 현실적 배경이나 정신적 가치, 믿음 따위가 아무런 근거가 되지 못한다는 것을 철저히 깨닫고 난 다음에야 비로소 우리는 어떤 현상이나 사실을 그 자체로 긍정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민심 역시 마찬가지다. 민심의 허무를 알아야만 민심의 실체를 볼 수 있을 것이다.

민심을 우리가 제대로 보지 못하는 이유는 국민의 투표 결과를 제각각 자신의 의도나 이익에 따라 그것을 아전인수로 해석하기 때문이다. 정치를 추구하기보다는 권력을 추구하는 사람들에게 투표 결과는 공격과 방어의 전술을 새롭게 배치해야 하는 계기일 뿐이다. 그들은 결코 민심을 그 자체로 보려고 하지도 않고 볼 수도 없다. 그들은 민심과 하나가 되고자 하기보다는 그것을 이용하고자 한다. 그들에게 정치는 하나의 게임, 그것도 매우 위험한 게임이다. 그러나 그 게임은 결코 영원한 승자도 패자도 없는 게임이고, 반복되는 게임일 뿐이다. 정치가 게임이 되고, 국민들과는 유리된 정치인들만의 게임이 될 때 사람들은 정치에 무관심하게 되고 민주주의는 퇴보한다. 정치는 투쟁이라기보다는 인간이 더불어 살아가는 삶의 기술이다. 민심을 보는 눈이 필요한 이유이다.

부경대 신방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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