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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 칼럼] 죄인도 돌을 던질 권리 /김재기

겨 묻은 개가 똥 묻은 개 나무랄 수 있고 나무라야 해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0-06-30 20:54:25
  •  |   본지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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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음한 여인을 처벌하려는 군중에게 예수께서 말씀하셨다. "너희 중에 죄 없는 자 돌을 들어 저 여인을 쳐라."

이 일화가 함축하는 신학적 의미는 제쳐놓더라도, 이 얘기는 "자신의 허물을 먼저 살펴 함부로 남을 비방하지 말라"는 조언으로 이해되곤 한다. 맞는 말이다. 자기성찰을 배제한 옳음과 의로움은 공허한 것이니, 이를 게을리하면서 어찌 진정으로 정의의 편에 서서 악과 싸우겠는가?

하지만 원론적인 도덕이나 삶의 기본자세에 대한 경구로는 훌륭하기 그지없는 이 말씀이 현실세계에 마구 적용될 때에는 뜻밖의 부작용을 초래하기도 한다. '죄인'의 기준을 어디 두느냐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사는 동안 우리는 누구나 크고 작은 잘못을 저지르고 악에 물들기 때문이다. "털어서 먼지 안 나는 사람 없다"는 속언이 말해주듯이 사실상 우리는 다 죄인이며, 그런 의미에서 우리 중 그 누구도 남에게 자신 있게 돌을 던질 만큼 순결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인간이란 알고 보면 모두 다 허물투성이라는 논리 아래 다른 이의 과오를 동병상련의 마음으로 감싸고 용서해주는 게 종종 성숙한 인격의 징표일 수도 있지만, 그렇다고 사회의 구조적인 악이나 부조리에 대해서도 이런 논리를 그대로 적용할 수 있는 걸까? 유난히 정에 약하고, 아직도 학연, 지연, 혈연 등 전근대적 유대관계의 영향력이 절대적인 우리 사회의 특성 때문인지는 몰라도, "죄 없는 자 돌을 들라"는 예수의 말씀은 가끔 "너도 그리 잘난 것 없으니 괜히 나서서 남을 비판하지 말라"는 압력으로 변질되곤 한다. 그리고 이런 논리는 더 나아가 "비판하는 놈이나 비판받는 놈이나, 알고 보면 다 그놈이 그놈이고 모두 다 똑같이 나쁜 놈들"이라는 무차별적 '악의 평준화'로 귀결되기도 한다. 그리고 애초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이는 결국 모든 합리적 비판과 논의를 틀어막고, "좋은 게 좋은 것"이라는 동어반복의 비겁한 처세술을 최고의 인생철학으로 격상시키고 만다. 그 결과 우리는 '악화가 양화를 몰아내는' 그레샴의 법칙뿐만 아니라, 악과 선이 동질화되고 결국 악이 선을 향해 "너도 나랑 다를 게 없다!"고 호통치는 사태를 자주 목도하게 된다.

하지만 죄에도 경중이 있고, 악에도 등급이 있는 법이다. 우리 모두 죄인이라 한들 그 죄의 무게가 어찌 같을 것이며, 우리 모두 잘못을 저질렀다 해도 그 크기가 어찌 대등하겠는가? 신학적 관점에서 보면 인간들끼리 죄의 경중을 다투는 것이 도토리 키 재기만큼이나 어리석을지 몰라도, 세속적 정의를 위해서는 '절대 선 대 절대 악'의 공허한 이분법보다는 죄악의 등급을 따지는 게 꼭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성인군자나 신적인 존재가 아닌 한 그 누구도 악을 비판할 수 없을 것이며, 그 결과를 가장 반길 사람은 세상의 가장 큰 악인들일 것이기 때문이다.

일부 언론의 상투적인 논조를 비롯하여 우리 사회에서 가장 흔하고 인기 있는 논법 중 하나가 아마도 '양비론'일 것이다. "너도 틀렸고 너도 틀렸다"는 양비론은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논리인 척 가장하지만, 사실상 세상의 모든 것을 추상적인 악의 평면 위에서 동질화함으로써 선악과 시비의 경계를 흐려놓고 결국 악에 맞서 싸울 수 있는 동력을 빼앗아버린다. 그래서 프랑스의 사상가 롤랑 바르트는 양비론을 가리켜 "결코 대등할 수 없는 두 개의 대립물을 균등한 것으로 만든 뒤에 모두 다 거부함으로써 (비판을 봉쇄하고) 기존의 현실을 있는 그대로 승인하는 신화적 수사법이자 무책임한 자유주의"라고 탁월하게 정의한 바 있다.

감히 말하건대 예수께서 간음한 여인을 옹호하며 "죄 없는 자 돌을 들라"고 한 말씀은 우리 자신의 내면에 대한 도덕적 성찰과 이웃(인간)에 대한 사랑의 중요성을 일깨우기 위해서였을 것이다. 그러나 그 말씀이 터럭만큼의 허물이라도 있는 자는 어느 누구도 남을 비판의 도마 위에 올려놓거나 악에 맞서 싸울 자격이 없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우리 모두가 죄인"이라는 공허한 보편명제의 뒤에 숨어서 현실의 모든 악을 있는 그대로 승인하고 지켜보기만 하라는 게 예수의 뜻은 아니었을 테니 말이다. 역설적이지만 비록 죄인이라 해도 더 큰 죄인에게 돌을 던질 수 있는 사회야말로 정의를 향한 가능성이 열려 있는 사회가 아닐까?

경성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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