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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학생인권조례인가, 교사선언인가 /조현

교육현장에서도 승자독식 현상

인권 희화화 말고 교사 바로서기부터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0-07-14 21:08:02
  •  |   본지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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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초 새로 선출된 서울시교육감의 취임식이 있었다. 학생대표로 축사에 나선 중학교 3학년 학생은 '1점 차이로 수많은 다양한 학생들을 줄 세우는 학업성취도평가(일제고사)'를 폐지해 줄 것을 요구했다. 또 어떤 학생은 1등만이 주목받는 학교 환경을 바꾸어 달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교육감은 평화와 인권이 교육의 기본이 되어야 하며 학교는 자유와 민주, 법과 자율, 자치의 체험교육장이 되어야 한다고 했다. 그리고 이와 관련하여 학생인권조례안 제정이 추진되고 있으며, 주요 내용은 체벌과 모욕적인 발언 금지, 인권을 침해하는 생활규정 삭제, 두발과 복장 규제 완화 등이라고 덧붙였다. 이 취임식에서 우리 사회와 교육의 문제점을 발견하게 된다. 하나는 우리 사회의 승자독식 현상이며, 다른 하나는 우리 교육의 목적과 정체성이다.

승자독식은 비단 오늘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모든 시대, 모든 사회에 있었던 현상이다. 그러나 최소한 패자에게도 돌아갈 몫은 있었으니 승자다식이라 할 수 있겠다. 이러한 배려는 그 사회의 건전한 가치관에 의한 것이거나 또는 사회안전망으로서의 역할에 기인하는 것이다. 지금은 문자 그대로 승자독식이다. 승리는 덕이요, 패배는 악이다. 예를 들어 얼마 전까지 베스트셀러였던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에서 저자는 뻔뻔할 정도로 실패한 자들을 조롱한다. 또 다른 예를 들어보자. 어떤 정부의 고위인사가 퇴직 후 고액의 연봉을 제공하는 법률회사를 위해 일하다가 또다시 정부에 발탁되는 바람에 도덕성이 문제가 됐다. 이때 그의 반응은 간단명료하였다. "무슨 하자가 있단 말인가.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모두가 본인의 능력에 좌우된다." 이것이 바로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 승리한 자들의 당당한 초상이다.

정말로 문제가 되는 것은 승부의 고착이다. 한번 패하면 영원히 패하게 된다. 패자에게는 사회의 중간 사다리가 주어지지 않는다. 우리가 설령 패자라 하더라도 우리의 자식들에게만큼은 사다리가 주어지기를 바란다. 이 때문에 우리는 아이들 교육에 목숨을 내걸어 왔다. 그러나 양극화를 상징하는 2대 8의 법칙, 곧 상위 20%가 전체 부의 80%를 지배한다는 팔레토의 법칙은 아이들 교육에까지 영향을 주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것이 바로 대물림이다. 부의 대물림뿐만 아니라 차별적 교육을 통한 사회적 지위와 역할의 대물림이다. 이러한 대물림의 결과는 궁극적으로는 우리 자식들을 사회적 소외 계층으로 전락하게 하여 사회 목적과 목표로부터 분리시키게 된다. 또한 대물림은 사회적 이질성을 증폭해 사회적 항의를 불러오게 된다. 이러한 항의의 표출이 어떠한 형태를 취하건 간에 결국은 우리 사회를 와해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교육을 통해 우리가 절대 가치로 삼고 있는 인권, 자유, 민주 등을 학생들이 배우고 익히며 실천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경쟁 우선시대에 우리는 교육이 이러한 원천적인 목적과 함께 사회적 기회를 제공할 수 있기를 바란다. 즉, 대부분의 사람들이 교육을 중하게 여기는 것은 교육이 본인 또는 자식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제공하리라 기대하기 때문이며 따라서 모든 생활의 중심원에 교육이 위치하게 된다. 이러한 측면에서 볼 때 교육에 대한 담론은 두 가지 접근의 교차점에 자리 잡아야 할 것이다. 민주 시민으로서의 가치관을 배양한다는 공리적 명제와 각 개인에게 기회를 제공한다는 실용적 명제가 제휴되어야 할 것이다. 두 개의 명제는 서로가 보완적인 것으로서 얼마든지 병치될 수 있다.

아울러 교육의 대상이 청소년 학생임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지금 운위되고 있는 학생인권조례는 인권이란 말이 얼마나 오용될 수 있으며, 얼마나 가벼운 유희의 대상이 될 수 있는가를 보여주는 사례다. 민주, 자유, 인권이라는 근원적 절대가치는 이처럼 가볍게 다루어질 수 있는 것이 아니며 또한 전도되고 일탈적인 옷을 입혀 아이들 앞에 내놓아서도 안 된다. 우리 학생들에게 정작 필요한 것은 차라리 교사 선언일 것이다. 그리고 그 내용은 교사는 대물림의 악순환에 빠지지 않도록 부모의 입장이 되어 아이들을 가르친다는 것으로 족하다. 희화화된 인권을 회자하기 전에 부모의 입장이 되는 것이 중요하다. 특목고를 그렇게 반대하던 교육감도 '부모의 입장에서' 자신의 자식을 특목고에 보내지 않았던가.

인제대 보건행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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