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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자살 예방사업, 그 쓸쓸함에 대하여 /김철권

교육·상담·치료 턱없이 예산 부족

작은 막대 세워놓고 바람 안불길 비는 꼴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0-07-28 21:35:33
  •  |   본지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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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광역형 정신보건센터라는 기관이 있다. 보건복지부와 부산시가 공동으로 예산을 지원하여 운영하는 시설로, 부산 시민의 정신건강을 증진시키고 질환을 예방하기 위한 목적으로 개설되었다. 나는 센터장으로서 고백하건대, 자살 예방사업은 항상 도미노게임을 연상시킨다. 자살 예방사업에 투입되는 예산 규모가 많지 않다 보니 적은 돈으로 자살에 대한 교육과 상담과 치료의 조그마한 나무 막대기를 조심스럽게 세워 놓으면서도 '강한 바람이 불면 어떡하나'라는 불안감에 늘 시달린다. 그리고 그 불안감은 매년 현실로 나타난다.

지난해 5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자살은 강한 바람 정도가 아니라 태풍이었다. 그것으로 그해 자살 예방사업은 막을 내렸다. 자살을 부추기는 치명적인 요인들을 완벽하게 갖추고 있었기에 예방 목적으로 세운 나무 막대기들은 모두 허무하게 넘어져 버렸다. 가장 유명한 사람, 가장 영향력이 큰 사람, 수많은 추종자들을 거느린 사람, 드라마틱한 자살방법(할복과 투신은 가장 극적이다), 24시간 끊이지 않는 언론을 통한 홍보 효과 등 자살 예방 측면에서 최진실 씨 때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치명적이었다. 그 이후 외래에서 만나는 많은 환자들은 자조적으로 내뱉는다. "대통령도 자살하는 판에, 나 같은 사람이야."

우리나라는 현재 OECD국가 중 자살 증가율 1위 국가다. 자살률은 인구 10만 명당 자살하는 사람 수를 말하는 것으로, 2008년도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전국 자살 사망률은 24.7명으로 한 해 사망자 수는 1만2858명이라고 한다. 대략 하루에 35명 정도가 자살로 목숨을 끊는다는 것이다. 부산의 자살률은 25.9명으로 서울과 6개 광역시 중에서 가장 높다. 그러나 실제 자살률은 이보다 훨씬 높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 이유는 사망진단서를 가지고 자살 통계를 내는데, 우리나라는 자살이 집안의 수치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또 생명 보험금을 수령하기 위해 자살을 사고사로 보고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게다가 사고사 중 적지 않은 경우가 실제로는 과실이 아닌 고의적 자살일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그런 경우를 모두 고려한다면 실제 자살률은 훨씬 더 높을 것이다.

사람은 왜 자살하는가? 자살의 원인은 복합적이다. 한 가지로 단정 짓기 어렵다. 이전에는 자살의 원인을 심리, 사회, 환경적 요인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많았다. 그러나 자살자보다 더 어려운 상황이나 환경에 놓여 있는 사람들, 더 심한 심리적 상처를 입은 사람들은 왜 자살하지 않는가를 설명하지 못한다는 한계가 있었다. 최근에는 자살한 사람의 뇌를 조사해보면 거의 예외 없이 세로토닌이라는 신경전달물질이 감소되어 있고, 자살 시도자의 뇌척수액에서도 역시 세로토닌 수치가 떨어져 있다는 이유로, 뇌 안의 신경전달물질 이상 때문에 자살한다는 것이 훨씬 설득력 있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자살 예방사업을 복지 차원이 아닌 심리 의료적 차원에서 진행해야 하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우리 사회에서 자살의 원인보다 더 문제가 되는 것은 자살자에 대한 일반인의 시각이다. '오죽 답답했으면', '오죽 괴로웠으면', '오죽 억울했으면' 목숨을 끊었을까 하고 생각한다. 자살자에 대한 인간적 애도는 해야겠지만, 자살 그 자체에 대한 연민이나 동정은 자살을 미화할 위험성이 있기 때문에 피해야 한다. 이 점에서 동양과 서양의 태도는 확연히 다르다. 서양에서 자살은 수치스러운 행동으로 간주된다. 동사도 '저지른다'의 의미인 commit suicide로 표현한다. 동사 commit 다음에 오는 단어들은 대부분 부정적이다. 반면 동양에서는 자살을 자결(自決·스스로 결단함)이란 말을 사용하여 미화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아무리 많은 죄를 저질렀어도 당사자가 자살해버리면 그 모든 죄를 용서해주는 풍토가 있다. 또 '무엇 때문에' '누구 때문에 죽는다'는 말을 사용하여 자살을 가볍게 보거나 책임 소재를 다른 탓으로 돌리는 경향이 많다.

사람들은 묻는다. "사는 게 왜 이렇게 힘들죠?" 대답은 단순하다. 삶 자체가 힘든 것이다. "삶을 지속해야 하는 이유가 있습니까?" 대답은 간단하다. 삶의 첫 번째 목적이 살아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삶이 어려워도 그래도 버티면서 계속 살아가는 것이 우리 인간이 해야 할 의무이다. 아무리 어려워도 계속 사는 것, 그게 삶이고 인생이다.

동아대 의대 정신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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