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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칼럼] "검찰수사 개입" 김무성씨의 발언 /권순익

정의에 이중잣대… 우리사회의 위선

'검찰은 내편' 착각 정권들 큰코다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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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무성 한나라당 원내대표의 검찰수사에 개입했다는 최근 발언은 적어도 두 가지를 드러냈다. 우리 사회의 위선과 검찰에 대한 정권의 생각이다. 김무성 씨의 말은 총리실의 불법사찰, 강용석 의원의 성희롱 파문에 대한 민주당의 공격이 지나치다며 불평하다가 나왔다. (민주당의 요청을 받아) 수뢰사건에 걸린 한명숙 전 총리를 불구속기소하도록 노력했고, 학교재단의 공금을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는 민주당 강성종 의원의 체포동의안 제출을 말렸다는 것이다. 수사진행 중인 사안에 집권당 원내대표가 개입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측근에 대한 검찰수사를 놓고 한마디라도 하면 "수사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며 한나라당이 펄펄 뛰던 게 3년도 안 됐다.

의아한 건 정권과 검찰의 유착 의혹이라 불릴 만한 이 일이 '찻잔 속의 파문'에 그치고 있다는 점이다. 한쪽 당사자격인 민주당이 별 말 없는 건 그렇다 치고 또 다른 야당이나 그 많은 시민단체도 입을 다물고 있다. 정신 나간 한 의원의 성적 모독 구설보다 여당과 검찰의 사통(私通) 문제가 덜 심각하다는 말인가. 한명숙 씨 사안이 구속영장 청구감이냐 아니냐와는 다른 문제다. 검찰의 '검'자만 나오면 눈에 핏발을 세우고 성토부터 하는 '비분강개파'들은 어디 갔는지 모르겠다. "있을 수 없는 일"이란 검찰의 변명을 100% 접수해서 그런 건 아닐 것이다. 기자는 이를 우리 사회의 위선이라 생각한다. 정의를 내세우는 잣대조차도 내편 네편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다. 그러니 이번같이 양쪽 편의 경계가 모호한 일은 목소리가 잦아지게 마련이다.

김무성 씨가 입이 근질근질해 '감춰야 할 비밀'을 누설했는지, 분김에 그랬는지는 알 수 없다. 민주당에 대한 "더 이상 안 봐준다"는 위협일 수도 있고 10년 만에 정권을 잡고 보니 "우리 힘 좀 봐다오"라는 잠재된 과시욕이 드러난 것일 수도 있다. 어떤 경우든 검찰이 자신들의 우군이거나, 자신들의 말이 통하는 조직이란 생각이 깔려 있다. 집권 측의 검찰에 대한 이런 생각은 거의 고질이다. 그러니 정권이 바뀔 때마다 같은 일이 되풀이된다. 초기엔 검찰의 칼을 휘두른다고 믿고 있다가 결국 그 칼에 맞는 것이다.

국민의 정부 초기 검찰총장과 법무장관을 지낸 김태정 씨의 경우가 함축적이다. 문민정부 마지막 검찰총장이기도 했던 그는 정권이 바뀐 뒤에는 전 정권에 대한 대대적인 사정 수사를 지휘했다. 김 씨를 총장으로 천거했던 상도동계 실세들이 배신감을 토로했어도 칼날을 막을 수는 없었다. 국민의 정부도 정권 후반기 대통령의 아들들이 차례로 검찰에 구속되면서 반신불수가 됐고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 수사는 그가 임명한 임채진 검찰총장의 지휘 아래 진행됐다. 권력과 검찰, 누가 누구를 이용했는지 모를 일이다.

이러니 검찰이 정치권력에 종속돼 있다고 말하는 건 현실과 한참 동떨어진 소리다. 한국의 검찰은 이미 독자적인 권력이다. 그 이상일 수도 있다. 국정을 감시하는 국회도 검찰의 눈치를 보기 다반사다. 정치의 세계에선 여야가 바뀌지만 검찰은 항상 권력의 편이거나 권력 자체였다. 스폰서 검사 파문으로 온 나라가 시끄러웠을 때 "검찰만큼 깨끗한 조직이 어디 있냐"며 어깃장을 놓던 김준규 검찰총장을 생각해보라. 안하무인(眼下無人)이란 그런 것이다.

검찰의 무소불위 권력을 가능하게 한 게 민주화란 건 아이러니다. 안기부와 보안사 등 정보기관의 힘이 빠지고 불법적인 '폭력'이 용인되지 않는 정치상황에서 수사지휘권과 기소권을 독점하고 있는 검찰의 힘이 극대화되기 시작한 것이다. 역대 정부에서 검찰 개혁 시도가 없었던 게 아니지만 흐지부지돼 온 게 저간의 사정이다. 고위공직자 비리 수사처, 검찰 배심원제, 검경 수사권 조정 등 검찰 개혁의 화두는 그저 화두인 채로 다음 정권으로 계속 넘겨지고 있는 것이다. "검찰이 같은 식구인데…" 하는 권력자들의 착각과 함께.

김무성 씨의 발언은 역대 정권과 검찰이 그려온 궤적을 이 정권도 답습해가고 있다는 반증이다. 학습효과 제로인 셈이다. 자신들이 쥐고 있는 게 검찰의 칼자루가 아닌 칼날이란 걸 깨달았을 때는 이미 늦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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