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국제칼럼] MB의 '나무거울' /박희봉

4대강 사업은 대표적 친재벌 정책… 이런 것 걷어내야 서민과 소통 시작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옛적에 계빈왕이라는 이가 있었다. 산에서 한 마리의 난조(鸞鳥)를 잡아 금으로 된 새장을 만들어주었으나 3년 동안 울지 않았다. '새는 짝이 있어야 운다'는 말을 듣고 새장에 거울을 넣어주었더니 과연 그러했다. 난조는 거울 속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고 구슬피 울다 죽고 말았다. 중국 남조 때의 시 '난조'의 서문에 나오는 이야기이다.

누구나 자신의 모습을 보고자 하는 것은 타고난 욕구일 것이다. 거울이 있기 전에도 사람들은 물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고자 했다. 외양이 아니라 자신의 참모습을 비추는 데는 사람만한 게 없다. 묵자는 '군자는 물을 거울로 하지 않고, 사람을 거울로 한다'고 했다. 물에 비추면 모양만 알지만 사람에 비추면 자신의 길흉을 알 수 있다고 한다.

'사람거울'까지는 아니더라도 유리거울이라도 보는 사람은 그래도 자신의 외양이라도 알 수 있다. 하나, 청동거울도 아니고 아예 '나무거울'에 자신을 비추는 사람들이 있다. 나무를 아무리 갈고닦은들 자신의 모습을 보여주진 못한다. 그러하니 나무거울은 자신의 고집대로만 살아가는 사람들의 전유물이다. 정치인, 그중에서도 절대권력은 그럴 개연성이 높다. 반환점이 불과 20여 일 남은 MB정부가 이런 모습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하반기 국정운영 기조로 세대교체, 도덕성, 소통을 들었다. 그러면서 "민주주의는 결과뿐만 아니라 절차와 과정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중도실용을 내세우던 이 정부가 최근엔 친서민을 표방하고 있다. 그럴싸한 모토지만 믿음이 가지 않는다. MB 정부가 진정성을 인정받으려면 정책으로 보여 주어야 한다. 최근 벌어진 MB의 재벌 비판 해프닝을 한번 보자. "전경련이 대기업의 이익만 옹호해선 곤란하다"며 대기업들이 사회적 책임을 지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재벌의 고리채를 비난했다.

이에 전경련이 정부와 정치권이 중심을 잡지 못하고 있다고 맞받아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험악한 분위기가 연출되자 MB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상생협력은 강제로는 안 된다"며 슬그머니 한 발을 빼 버렸다. 재계가 대통령에게 정면 반박하자 대통령이 물러서는 유례없는 상황이었다. 흥미로운 것은 전경련이 반박의 근거로 세종시와 4대 강 사업을 거론했다는 점이다. 뒤집어 말하면 세종시, 4대 강 사업은 친대기업 정책이 된다.

세종시를 보면 MB 정부의 '나무거울'이 보다 선명하게 보인다. 세종시 수정안의 부결이 뻔한데도 국회 본회의 표결을 밀어붙였다. 이는 한나라당의 친이, 친박 간에 명확한 선을 그어 세몰이를 하려는 정치적 목적 외엔 설명이 되지 않는다. 한마디로 소통이 아니라 불통의 정치였다.

4대 강 문제만 해도 그렇다. 국민 반대가 극심하면 여론 수렴의 시늉이라도 해야 하는데 소통의 노력은 보이지 않는다. 4대 강으로 이득을 보는 건 대기업이니 친서민 정책과도 거리가 멀다. 더욱 걱정스러운 것은 4대 강 사업이 미래성장동력을 갉아먹는다는 점이다. 부산만 해도 부산신항, 북항, 동·서 부산권 등 지역 개발사업이 폭넓게 악영향을 받고 있다.

부실화가 심화한 공기업은 4대 강 사업으로 지역 개발사업들이 지지부진해지자 아예 손을 떼는 수순을 밟고 있다. 프로젝트 파이낸싱의 어려움까지 겹쳐 부동산 시장 침체도 가속도가 붙은 상황이다. 결국 4대 강 사업은 개발사업의 돈줄을 빨아들이는 '블랙홀'로 작용함으로써 미래성장동력과 부동산 시장을 함께 망가뜨리고 있는 셈이다.

MB 정부가 진정 절차와 과정을 중시하는 소통의 정치, 친 서민 정책을 하려면 친재벌 정책부터 걷어내야 한다. 4대 강 사업이 그 핵심임은 말할 것도 없다. 적어도 현 상황에서 동결하고 좀 더 논의를 거치는 게 정부가 내건 모토와 부합된다. 곧 있을 인사도 변화를 보여 줘야 한다. 고소영 강부자 내각을 유지한 채 진심을 알아달래서야 헛일이다.

술은 흩어진 마음을 가르쳐주고, 거울은 헝클어진 머리카락을 보여 준다고 했다. 진짜 자기 모습을 알려면 나무거울을 맑은 유리거울로 바꾸는 건 어떤가. 유리거울보다는 사람거울이라면 더 바랄 게 없을 것이다. 사람거울은 세상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여 주기 때문이다.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4시간 쫓고 쫓긴 ‘부캉이 퇴거’ 작전…주말 그물로 재시도(종합)
  2. 2위용 드러낸 기장촬영소…부산 대작영화 길 열렸다
  3. 3충북 11.9% vs 부산 2.3%…반도체가 가른 경제성장률(종합)
  4. 4서울대 경영동아리 출신 카르텔, 미공개 정보로 200억 부당이득
  5. 5첫 공소청 인사…부산광역청장에 이종혁 고검장
  6. 6檢, 횡령 혐의 사상구 새마을금고 이사장 9개월 만에 ‘늑장 기소’
  7. 7北지뢰 1발 추가 발견…대북 방송 재개 등 상응조치 촉각(종합)
  8. 8“통합 논의 항만公 정부 지분, 지자체로 넘겨야”
  9. 9새 광역단체장 재산 1위 김상욱 50억…전재수 6억(종합)
  10. 10영도구 문화도시 사업, 간부간 소송다툼도 확인
  1. 1北지뢰 1발 추가 발견…대북 방송 재개 등 상응조치 촉각(종합)
  2. 2“통합 논의 항만公 정부 지분, 지자체로 넘겨야”
  3. 3새 광역단체장 재산 1위 김상욱 50억…전재수 6억(종합)
  4. 4[속보] 김여정, ‘DMZ 북한 지뢰’ 발표 전면부인…“서울의 자작광대극”
  5. 5예상보다 무뎠던 검증 칼날…TP원장 후보 기술고도화 초점
  6. 6‘핵잠수함 특별법’ 국무회의 통과(종합)
  7. 7與 “미래기금으로 지방정부 지원 축소될 일 없어”
  8. 8유엔사 “DMZ 지뢰 폭발, 정전협정 위반 판단”
  9. 9軍 “향후 발생 상황 모든 책임 전적으로 北에…책임있는 조치 강력 촉구”
  10. 10전국 지자체 63곳, 미래기금 관련 지방교부세 축소에 우려 및 반대
  1. 1충북 11.9% vs 부산 2.3%…반도체가 가른 경제성장률(종합)
  2. 2서울대 경영동아리 출신 카르텔, 미공개 정보로 200억 부당이득
  3. 3삼정기업·삼정이앤시 회생계획 법원 인가…정상화 첫발(종합)
  4. 4亞·유럽게임 대거 참가…지스타 판 커진다
  5. 5부산지역 건축물 노후화 심각… 63.3%가 지은 지 30년 이상
  6. 6도토리 숲 언덕서 ‘휴식 한 모금’…바리스타과 겸임교수 깊은 손맛
  7. 7해양·AI 중심 ‘플라이아시아’ 내달 개최
  8. 8“기장에 양성자 치료센터 짓자…우주산업 활용도 가능”
  9. 9파생상품·해양금융 미래, 부산서 답 찾는다
  10. 10주가지수- 2026년 9월 29일
  1. 14시간 쫓고 쫓긴 ‘부캉이 퇴거’ 작전…주말 그물로 재시도(종합)
  2. 2첫 공소청 인사…부산광역청장에 이종혁 고검장
  3. 3檢, 횡령 혐의 사상구 새마을금고 이사장 9개월 만에 ‘늑장 기소’
  4. 4영도구 문화도시 사업, 간부간 소송다툼도 확인
  5. 5부산서 키운 대서양연어 첫 출하…“수입산 대체”
  6. 6혈세 쓴 도시재생 거점시설 2년간 텅텅
  7. 7부산·울산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6명뿐
  8. 8윤산터널 돌발상황, AI 실시간 감지
  9. 9통영 복합해양레저관광도시 조성 순항…도남권역 민자유치 속도전
  10. 10교실로 들어온 ‘북극항로’…지구본 만들며 배워가요
  1. 1역시 안세영…AG 2번째 ‘금빛포효’(종합)
  2. 2공격에 쏟아붓다가 골문 열린 모레노호
  3. 3일본 대회운영 왜 이러나…한국 육상 남자 400m 계주, 판정 논란 딛고 동메달 지켰다
  4. 4큰 日날 뻔한 韓야구…日 아마추어 상대로 3-1 설욕전
  5. 5한동희 시즌 23호 홈런 '쾅'…롯데, 키움에 4-2 역전승
  6. 6큰 日낸 女핸드볼…결승서 일본 꺾고 8년 만에 우승
  7. 7중국에 두 번 진 이민성호, 이번엔 벼른다
  8. 8‘세계 최강’ 안세영, 배드민턴 女단식 금메달…아시안게임 첫 2연패
  9. 9수영·탁구·사격 부진…양궁이 ‘금빛 갈증’ 풀어줄까
  10. 10이소희·백하나 배드민턴 女 복식 24년 만에 금빛 스매시
우리은행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학교 통폐합 지역 맞춤형으로 접근”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해운기업 유치, 해사법원 신설 “해양수도 부산 경쟁력 키울 것”
강동진의 도시이야기 [전체보기]
바흐를 찾아간 나, 한국을 꿈꾸는 그녀
세계유산위원회, 부산의 시간을 세계와 나누다
경제프리즘 [전체보기]
소비 아닌 문화 생산 주체 오페라하우스
한국 갯벌의 2단계 확대 등재 의미
과학에세이 [전체보기]
‘인공지능 정렬’ 골든타임 놓치지 말라
자동화의 세상에서 지능화의 세계로
국제칼럼 [전체보기]
개헌 말하려면 헌법 준수부터
나림 이병주, 더 일찍 법(法)으로 통(通)했다
기고 [전체보기]
상어가 떠난 뒤, 북항에 남겨야 할 것
존엄 보장하는 부산형 청년보장제 되기를
기자수첩 [전체보기]
금고 이사장 전횡, 지금도 진행중
엘리트 자평해온 市 공무원…생중계 회의서 능력 입증을
김준희의 클래식 인사이트 [전체보기]
여름의 끝자락, 브람스
여름날의 애상, 왈츠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세종시대 음악이 전해진 이유
영산회상, 불교음악에서 풍류음악으로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솔직할 수 있는 용기, 당신에게도 닿기를
히말라야의 경고
도청도설 [전체보기]
병역 혜택, 야구는 빼자
AI 설계 어선
독자 투고 [전체보기]
새로운 시작 ‘황혼 이혼’
무료 화장실 깨끗하게 쓰자
메디칼럼 [전체보기]
‘공동선(Common Good)’으로서 간병 복지
직업병에 대한 자세, 무지와 고의 사이
목지수의 도시브랜드 산책 [전체보기]
랜드마크 시스템의 시대
북항 돔구장에서 야구 보며 사우나를
박지욱의 뇌력이 매력 [전체보기]
건망증, 이렇게 잡자
운동으로 해마를 키우자
박진희의 컬처 픽 [전체보기]
부산 문화정책, 지금 필요한 선택
지독한 집념이 세운 로컬 자산, 대한도기
사설 [전체보기]
부산불꽃축제 숙박료 폭등, 실효성 있는 대책 없나
지역기업 발목 잡는 획일적 세제, 현실에 맞춰야
세상읽기 [전체보기]
인공지능(AI)과 인류 멸종
북항 찾은 상어 ‘부캉이’와 잊힌 갈매기 ‘부기’
안재철의 연결하는 공간 [전체보기]
지구와 도시의 연결을 묻다
해양수도 부산, ‘제3의 경계 공간’
엄길청의 문전성시 [전체보기]
말과 현실이 너무 다른 부산
반도체와 부산
이보성의 미술 현장 산책 [전체보기]
시장이 강해진 것일까, 비엔날레가 약해진 것일까
아트부산, 숫자 이후의 질문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보건의료에서 지방정부 역할과 ‘정책 의료’
행위별수가제와 인두제, 오해와 진실
이정구의 맛과 건강 [전체보기]
미식과 오래 씹기
이제명의 오션 드림 [전체보기]
광복 81년, 다음은 바다의 산업 주권
HMM 부산 이전, 해양수도의 시험대
이홍의 세상현미경 [전체보기]
국제질서의 지각변동과 한국의 성장경로
한국이 가진 자산
정쾌호의 부동산 탐구생활 [전체보기]
미분양의 경고, 지방 맞춤 ‘출구전략’ 서둘러야
6·3 부산시장 선거, 부동산 정책의 길
주재민의 명당을 찾아서 [전체보기]
조선 8대 명당 중 하나인 정문도 묘
금가락지가 땅에 떨어진 형국, 곡전재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추석의 식탁, 가족을 잇는 와인
오스트리아 와인,빈의 시간을 마시다
특별기고 [전체보기]
‘해양수도 부산’ 토대부터 바로 놓아야
당론 따를지 역사 따를지 양심의 선택을
하순봉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박자와 기보
국민악파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이대원의 ‘온정리 풍경’
유영국의 1957년 작 ‘사람’
CEO 칼럼 [전체보기]
무(武)
의료 전문성이 병원 밖 나가는 길 열어야
  • 2026 국제환경에너지산업전
  • 국제골프아카데미
  • 부산국제마라톤
  • 어린이청소년경제아카데미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