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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7·28 재보선 승리는 정부여당의 면죄부가 아니다 /차재권

국정쇄신 다짐 잊고 회전문 인사 등 구태 여전히 되풀이… 민심은 기억한다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0-08-09 21:07:32
  •  |   본지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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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8 재보선이 여당의 일방적 승리로 끝나고 2주일 남짓 흘렀다. 그럼에도 여전히 놀라움 반, 아쉬움 반의 심정으로 그 결말을 곱씹게 된다. 많은 사람들은 6·2 지방선거 이후 정부여당이 취했던 발 빠른 쇄신 움직임을 여당 승리의 이유로 꼽는다. 보수층의 대대적 결집을 원인으로 지목하는 이도 있다. 이것저것 둘러댈 이유야 많을 것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6·2지방선거에서의 승리에 도취해 있던 야당의 안이한 자세를 지목하지 않을 수 없다. 6·2 지방선거에서 보여준 당 대 당 협상에 기초한 야권후보 단일화를 7·28 재보선에서는 이끌어내지 못했으며, 일부 지역구에서는 지역정서에 맞지 않는 함량 미달의 후보를 공천하는 우를 범하기까지 하였다.

그래서 한나라당의 압승이 반드시 놀랄 일만은 아니다. 문제는 어부지리로 얻은 승리를 정부여당에 대한 국민적 지지의 표현으로 아전인수격 해석을 펼치려는 한나라당의 태도에 있다. 겉으로 보기에 한나라당이 선거에서의 압승에도 불구하고 전에 없이 한껏 몸을 낮추는 분위기인 것만은 사실이다. 지난 5일 청와대의 당선자 초청만찬에서는 즐겨 마시던 폭탄주마저 사양하고 막걸리 한 사발로 만족하는 정치적 센스를 보이기까지 했다.

그러나 이런 이면을 뒤집어 속내를 들여다보면 겉으로 드러난 그들의 겸손은 또 다른 가식으로 와 닿는다. 7·28 재보선의 승리로 전면에 나선 여당 주류의 면면은 6·2지방선거 전과 후가 크게 다르지 않다. 6·2 지방선거 참패의 책임을 따져 물으며 정부여당의 쇄신을 요구하던 목소리는 '원희룡 사무총장 카드' 하나로 대리배설 되어 잦아들고 말았다. 최근 계속되는 당내 인사를 놓고 벌어진 당 지도부와 홍준표 최고위원 간의 이전투구는 개인적 감정싸움으로 전락해버린 지 오래다. 그 어디에서도 지방선거 직후 벼랑 끝에 선 심정으로 당을 쇄신하자며 대의를 부르짖던 애잔한 목소리는 들려오지 않는다.

최근의 전당대회를 통해 화려하게 복귀한 어제의 탕아들은 당 안팎에서 슬그머니 개혁의 불씨를 비벼 끄느라 분주하다. 6·2 지방선거에서 표출된 민심이 요구했던 주요 국정현안에 대한 소통과 속도 조절은 점점 요원해져만 가고 있다. 특히 4대 강 사업 강행을 둘러싸고 일파만파로 번져나가고 있는 정부와 지자체, 여당과 야당 간의 줄다리기는 점입가경 그 자체다. 반대진영의 처절한 원성에도 불구하고 4대 강을 향한 삽질은 계속되고 있다. 불법적인 민간인 사찰은 피의자들의 '막가파식' 증거 인멸과 검경이 보여준 수준 미달의 데이터 복구능력으로 한 편의 코미디를 연출하고 있다. 7·28 재보선을 통해 죄 사함을 받은 것으로 착각하는 대통령과 여당 지도부에게는 영포라인의 국정농단도 강용석 의원의 성희롱 발언도 그저 잠시 피해 가야 할 비바람쯤으로 여겨지는 듯하다.

보수신문까지 나서서 거들었던 관료사회의 대대적인 인사혁신 또한 다를 바 없다. 일요일인 8일의 개각 발표는 그야말로 화룡점정! 40대 총리설로 군불을 피우더니 느닷없이 내민 카드가 '좌파정부 10년'에 '북침' 발언까지 서슴지 않았던 김태호 전 경남지사 카드였다. 그는 국민 대다수가 반대하던 대운하사업의 당위성을 이명박 대통령에게까지 설교하려 들었던, 진정한 의미에서의 '대운하 전도사'였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주요 부처의 장관들은 대부분 유임되었고 실세차관들과 구설수에 오르내리던 대통령의 측근들은 보란 듯이 장관 자리를 꿰찼다. 대통령과 눈높이를 같이 해오던 인사로 채워진 코드인사, 회전문인사에 다름 아니다. 그래서인지 미국의 한미 FTA 재협상 요구로 가시밭길이 예상되는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에 친박계 유정복 의원이 지명된 것은 참으로 눈물 나는 배려(?)로 돋보이기까지 하다.

6·2 지방선거와 7·28 재보선은 서로 다른 선거가 아니다. 그것은 함량 미달의 여당과 야당에 대한 민의의 심판이 엮어낸 연속극에 다름 아니다. 그래서 여야 모두 승전 없이 패전만 기록한 부끄러운 선거였다. 따라서 6·2 지방선거에서의 승리가 야당의 면죄부가 될 수 없듯 7·28 재보선의 승리가 정부여당이 저질러 온 실정의 면죄부가 될 수 없다. 잠깐의 승리에 안주했던 야당이 재보선에서 민의의 심판을 받았듯 또 언젠가 있을 선거에서 정부여당이 고배를 마시지 말란 법은 없다.

동의대 정치외교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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