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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메디클럽

[시론] 모든 국민의 축구 /이재호

한국 축구가 인정받으려면 '海戰의 강점' 살린 한국적 전술 필요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0-08-10 20:30:55
  •  |   본지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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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나라를 '대한민국'이라는 함성으로 뒤덮었던 월드컵은 벌써 끝났지만 여운은 아직 남아 있는 것 같다. 그 과정의 열렬함과 결말의 아쉬움은 '한여름 밤의 꿈'과 같았다. 그 작은 축구공이 골대 앞에서 왜 그리 말을 듣지 않는지! 셰익스피어의 '말괄량이 길들이기' 작전이라도 배워야 할 것인가. 여자축구가 20세 이하 월드컵에서 세계 3위를 했다는 소식을 듣고 반가우면서 그동안의 여자축구에 대한 무관심에 부끄러움을 느낀다.

축구(Foot ball)라는 용어와 경기방식은 19세기 영국에서 확립되었다. 그러나 축구의 기원은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고 있다. 영국의 중세시대 국왕들이 병사들에게 축구를 금지하는 칙령을 내렸다는 기록이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중세 이전에도 병사들 사이에 축구가 행해졌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영국은 중세 이전에는 로마제국의 브리타니아 속주였다. 브리타니아는 섬이라는 특성 때문에 대륙의 전란으로부터 상대적으로 자유로웠다. 축구의 포진이 로마군대의 포진과 같은 것을 보면 축구가 브리타니아에 주둔하던 로마군의 군사훈련과 오락의 일종으로 행해졌을 가능성이 크다.

역사에 의하면 로마군은 전투 시 경무장 보병을 앞열에 배치하고 다음으로 중무장 보병을 배치하였고 본진 앞에 수비병을 배치하였다. 좌우 날개는 기병이 담당하였다. 이것은 축구의 진형과 꼭 같다. 한니발이 로마를 침공하기 이전에는 로마군은 보병은 보병끼리, 기병은 기병끼리 전투를 하는 전투방식을 정석으로 삼았다. 그러나 칸나에전투에서 기병을 이용한 측면공격을 시도한 한니발의 새로운 진술에 말려들어 로마군이 전멸하는 참패를 당했다. 14년 후 로마의 스키피오가 한니발의 전술을 모방한 진형으로 자마전투에서 '특허권자'인 한니발을 오히려 패배시켰고 이후 이 진형이 로마군의 표준이 되었다. 축구의 윙(Wing)은 기병이라 할 수 있고 포워드(Forward)는 경무장 보병, 미드필더(Midfielder)는 중무장 보병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축구를 전쟁의 축소판이라 한다. 세계 각국의 축구스타일도 그 나라 국민의 전투방식을 많이 닮은 것 같다. 독일축구는 전차군단이라는 별명처럼 조직적인 공격 위주의 축구이다. 과거 게르만족은 후퇴를 모르는 공격적 전투가 장기였다. 이에 비해 로마군은 수비 위주의 전술을 주로 사용하였다. 철통 같은 수비로 적의 초반 공격을 막아내다가 적의 전열이 흐트러지면 최후의 공격으로 승부를 결정짓는 것이 로마군의 특기였다. 로마의 후예인 이탈리아의 축구가 이른바 빗장수비(까데나치오)로 일컬어지는 수비축구인 것은 흥미로운 일이다. 스페인민족은 게릴라전의 원조이다. 로마공화국 시절부터 게릴라전으로 로마군을 종종 곤경에 빠뜨렸다. 무적의 나폴레옹군을 최초로 패배시킨 병사들이 스페인의 게릴라들이었다. 스페인계인 남미축구는 개인기 위주의 화려한 공격력이 게릴라전의 전통을 연상시킨다.

아시아의 축구 강국은 한국과 일본이다. 중국은 경제강국이자 스포츠강국이지만 유독 축구에서는 한국의 적수가 되지 못한다. 중국의 높은 축구 열기에 비해 이 같은 부진한 성적은 세계축구계의 미스터리라고 할 수 있다. 한국축구가 아시아 최강을 유지하고 세계무대에서도 인정받기 위해서는 한국만의 독특한 브랜드를 만들 필요가 있다. 한국의 축구 스타일은 한국만의 강점을 활용해야 할 것이다. 한국축구는 중국에 비해 순발력이 우위에 있고 일본에 비해 지구력이 우위에 있다고 본다. 한국은 역사적으로 해전에서는 한 번도 일본에 패한 일이 없다. 해전에서의 승패는 배의 크기와 숫자가 아니라 수병들의 순발력과 지구력, 그리고 배의 튼튼함과 전략이 결정했다는 것을 세계해전사는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한국축구는 이러한 한국인의 해전에서의 강점을 활용해야 할 것 같다.

또한 월드컵에만 모든 것을 쏟아붓는 한국축구계의 포퓰리즘적 축구행정도 문제이다. 국내 프로축구인 K리그가 갈수록 침체의 늪으로 빠져드는 상황이라면 장기적으로 월드컵에서 좋은 성적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K리그 활성화를 통한 축구의 저변 확대와 '한국적 전술'의 개발을 통한 재미있는 축구를 펼친다면 관중이 모이고 한국축구도 한 단계 발전할 것이다.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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