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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청문회, 차라리 뚜껑을 덮어버리는 것이… /조현

쪽방촌 투기하고 불법 위장전입해도 부끄러워 않는데 청문회 왜 하나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0-08-22 21:03:08
  •  |   본지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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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망을 넘어 절망스럽다. 이번 개각에 따른 각료 후보의 청문회가 시작되기도 전에 이곳저곳에서 불거져 나오는 의혹들을 접하며 당혹감과 아울러 분노심마저 느꼈다. 한 발 더 나아가 저들이 잘못되었는지 아니면 나와 같은 일반 국민들이 잘못된 것인지 혼란스럽기도 하다. 어느 후보의 부인은 재개발 대상인 쪽방촌을 사들인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물론 본인은 당당하게 항변한다. "재개발한다는 소리는 보도 듣도 못했다. 정당한 투자였다. 남긴 이익도 보잘것없으며 투기는 절대 아니다." 잔인하다. 쪽방촌 거주자들이 어떠한 사람들인가. 정당한 투자이든, 야비한 투기이든, 그들 눈에는 쪽방촌 거주자들이 보이지 않는다. 그런 그들이 우리 불쌍한 국민들을 행복하게 해주겠다고 저렇게 나서고 있다. 사양하고 싶다.

많은 후보들이 위장전입을 한 전력이 있으며 본인들도 시인한다. 그런데 시인하는 태도가 너무 당당하다. 재산증식을 위한 위장전입이 아니라 자녀 교육을 위한 위장전입이란다. 그들이 소속된 당에서도 맹모삼천을 들먹이며 머리를 끄떡인다. 그래서 우리 같은 평범한 국민들은 또 하나 배웠다. "아하, 무슨 짓을 해도 그럴듯한 변명을 둘러대면 통하는구나." 영국 법학의 기틀을 마련한 보수주의자 블랙스톤은 "법이란 지배하는 사람이 명령하고 지배받는 사람이 복종하도록 강제하는 행위 규칙"이라 하였다. 이처럼 원시적인 법정신이 21세기, 우리나라 지도층의 머리에 새겨져 있는 것이 아닌가 우려된다.

현 정부에서는 우리 교육 시스템의 목표를 신분상승이라 하고 있다. 심지어는 '개천에서 용 나기'라는 우스꽝스러운 프로젝트를 추진한다는 지자체도 있다. 그러나 청문회 후보들에게서 나오는 잡음들을 보면 과연 그럴까 하는 의심이 든다. 그들의 주장이 맞는지도 모른다. 단, 빵이 열 개 있다면 자기들 몫으로 예닐곱 개는 미리 떼놓고 나머지를 갖고 하는 이야기일 것이다. 이미 우리 교육의 목표는 계층에 따라 이원화되어 있다. 기득권층에는 신분세습이며 쪽방촌 사람들에게는 가능성이 없는 용어상의 신분상승이다. 아니, 신분세습에만 멈추어도 다행일지 모른다. 그들의 교육목표는 아흔아홉 개의 떡을 가진 자가 한 개만 가진 자로부터 그것을 빼앗기 위해 아흔아홉 개의 그럴싸한 논리를 동원할 수 있는 능력의 배양이 아닌가 싶다. 그렇지 않고서야 어찌 부끄러움도 없이 쪽방촌, 위장전입, 부적절한 재산 증식 등에 대하여 그렇게 당당히 항변할 수 있을까.

언젠가부터 우리 사회에는 아류적인 경영학의 유행과 함께 CEO 열풍이 불고 있다. 효율과 실적이 모든 것에 우선하는 분위기가 풍미하고 있다. 우리가 배워왔고 또 가르치고 있는 모든 덕목은 정량화한 실적과 조직적 효율성 앞에서 무릎을 꿇고 있다. 이러한 환경 때문인지 우리 사회의 지도층들 역시 자신의 실력이 모든 도덕적 흠결, 심지어는 법적인 하자까지 보상할 수 있는 것으로 보는 것 같다. 그러나 국가는 회사가 아니다. 심지어 민간기업들도 CEO식 경영의 한계와 위험을 깨닫기 시작하고 있다.

역사적으로 권위가 없는 인간사회는 없었으며 지도자가 없는 민중도 없었다. 마찬가지로 사회가 없는 권위도 없고 민중이 없는 지도자도 없었다. 또 이들 지도자들은 자신들의 배양터인 민중과의 교화 속에서 자신들의 능력과 함께 도덕적 고결성, 희생 곧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하여 권위를 확보해왔다. 로마 시대 포에니 전쟁에서는 전사한 집정관만 해도 13명이나 되었고 역사상 크고 작은 전투에서 많은 지도자와 가족들이 솔선하여 희생을 무릅썼다.

계층 간의 대립과 반목을 해소할 최고의 수단은 지도자들의 도덕성임이 많은 역사가와 사회학자들에 의해 밝혀지고 있다. 이들이 이끄는 사회는 건강하고 안정되며 또한 발전을 기대할 수 있다. 우리가 지도자로부터 도덕성을 기대하는 것은 바로 지금 우리가 몸담고 있는 대한민국 사회의 계층 간 반목과 이질성을 해결하고 보다 공평한 사회를 만들기 위함이며, 이것은 곧 요즈음 화두가 되고 있는 정의로운 사회를 이루고자 함이다. 하지만 청문회를 전후하여 불거져 나오는 각종 아름답지 않은 이야기들은 오히려 우리의 고개를 떨어뜨리게 한다. 그리고 극단적인 생각마저 들게 한다. "왜 분뇨통 뚜껑을 열어 우리에게 냄새를 맡게 하는가" 라고.

인제대 보건행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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