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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프리즘] 국영수가 만능인가 /유일선

새 수능개편안 탐구과목 크게 줄여

왜곡된 수업 행태 더욱 파행으로 몰 것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0-09-05 20:07:06
  •  |   본지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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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란 책이 한국사회에 때 아닌 "정의" 열풍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베스트셀러가 되기 쉽지 않은 정치철학서임에도 불구하고 몇 개월 사이에 30만 부 이상이 팔리고 방한한 작가의 초대형 강연에는 4000여 명의 독자가 몰리는 등 그 열기에 작가 자신조차 어리둥절했다는 후문이다.

때마침 이명박 대통령은 집권 후반기 국정 운영으로 "공정한 사회"를 이야기했다. 공정한 사회란 "출발과 과정에서 공평한 기회를 주되 결과에 대해서는 스스로 책임을 지는 사회"라 하고 "승자가 독식하지 않는" 사회라고도 했다. 좋은 이야기다. 누구나 꿈꾸는 이상적인 사회다. 문제는 그 '공정'에 대한 개념이 사람마다 다르고 '공평한 기회'나 '독식'의 범위와 정도도 개인의 이해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이다.

아리스토텔레스에 의하면 정의는 '각자에게 제 몫을 주는 것', 즉 사람들에게 그들이 마땅히 받아야 할 것을 주는 것이라 한다. 이 정도면 정의라는 것이 명쾌하게 잘 정리된 것 같지만 역시 그 '마땅한' 정도가 얼마인가는 입장에 따라 의견이 나뉠 수밖에 없다.

자본가와 노동자의 생산 기여도를 5: 5로 볼 것인가. 2:8, 혹은 8:2로 볼 것인가. 명문대 졸업자는 비명문대 졸업자보다 얼마나 더한 '가치'를 갖는가. 그 가치에 합당한 연봉의 차이는 어느 선까지인가. 교수와 비교한 시간강사의 마땅한 몫은 어디까지인가. 위장전입에 위장 취업, 다운 계약서까지 쓴 사람에게 장관직은 너무 많은 몫인가 적당한가. 심지어 교사가 학생 체벌권을 갖는 것이 교사에게 마땅한 몫인가 아닌가까지 다 갑론을박이 가능한 사안들이다.

중장기 대입선진화연구회가 2014학년도 수학능력시험 개편안을 발표하였다. 수능 응시 횟수가 연 2회로 늘어나고, 국·영·수 과목은 수험생의 학력 수준과 진학 대학에 따라 난이도가 다른 A형과 B형 중 하나를 골라 시험을 보게 된다. 탐구영역에 대해서는 유사 과목을 통합해 한 과목만 선택해 시험에 응시토록 했다.

일선 교사와 교육전문가들이 우려하는 것은 바로 이 탐구과목의 축소다. 상대적으로 국·영·수 비율이 더욱 높아지고 탐구 영역 비중은 줄어들어 학교수업의 파행이 우려된다는 것이다. 수능에 반영되지 않거나 점수를 따는 데 불리하다고 판단되는 과목은 학교 현장에서 외면받을 수밖에 없다. 지금도 고 3학년 교실에서는 비수능 과목이나 사회·과학탐구 과목의 수업들은 학생들의 요구로 '자습시간'으로 대체된다 한다. 이미 2009 개정 교육과정과 관련해서 일선 학교장에게 주어진 20%의 교육과정 자율권, 자율학교에게 주어진 50%의 교육과정 편성의 자율권을 국·영·수에 할애하고 있다는 보도가 있다.

현 사회 체제하에서 능력 있는 사람이 더 많은 기회를 가지고 더 많은 재화와 명예를 차지할 수 있다는 생각에 대부분 동의하는 편이다. 그런데 그 능력이라는 것이 과연 어떤 것이냐에 대해선 역시 다양한 의견이 존재한다. 친화력, 리더십, 참을성, 창의성, 암기력, 판단력, 표현력, 감수성, 추진력 등 그 많은 능력 중에서 단지 학습능력만을 능력이라 보는 것도 무리가 있는데 다시 국·영·수 세 과목 문제 풀이에 뛰어난 학생에게만 대학진학이라는 자원을 독점케 하는 것은 분명 재고할 만한 일이다. 더구나 21세기가 요구하는 능력은 결코 그게 아닐 텐데 말이다.

사실 이제 교육문제에 관해서는 모두 지치고 피로하다. 출산율 저하도, 청소년의 자살률도, 학교 폭력의 문제도, 지금과 같은 경쟁적인 교육시스템을 손보지 않고서는 해결하기 어렵다. 그런데 이렇게 극심한 경쟁과 인내로 얻게 된 수능 점수가 21세기 사회가 요구하는 능력도 아니라면 이 무슨 낭패요 낭비란 말인가.

과연 어떤 능력을 갖춘 자를 키우고 어떤 능력을 기준 삼아 각자에게 합당한 몫을 줄 것인가. 이견이 분분하다면 샌델 교수의 처방을 참조해 보자. 공동선이 기준이 되어야 한다고. 우리 사회가 나아갈 바를 고민하고 각계의 목소리를 경청하여 10월 확정안은 달라지기를 기대한다. 한국해양대 국제무역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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