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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사건, 음모론, 그리고 과학자/김철권

과학적 결론을 부인한다면 사회는 분열되고 음모론 확산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0-09-06 21:31:54
  •  |   본지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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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한 진실을 회피하기 위하여 과학적 근거가 충분한 사실을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것을 부인주의(denialism)라고 한다. 부인주의가 정치적으로 이용되면 그 결과는 비극으로 나타난다. 대표적 사례가 에이즈(AIDS)와 타보 음베키(Thabo Mbeki) 사건이다. 1999~2008년 남아공 대통령을 지낸 타보 음베키는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가 에이즈를 유발한다는 과학적 사실을 부인했다. 그 결과 바이러스에 감염된 수천 명의 임산부들이 항바이러스 치료를 받지 못하게 되었고 수천 명의 태아가 에이즈에 감염되는 비극을 초래했다.

어떤 사건이 발생했을 때 그것을 받아들이는 시각은 사람마다 다르다. 사건에 대한 관찰과 해석, 즉 프레임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 점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것이 1951년 베니스영화제 황금사자상을 받은 구로자와 아키라 감독의 영화 '라쇼몽'이다. 무사 부부가 산길을 가다가 아내가 산적에게 겁탈을 당하는데, 그 사건의 진실을 밝히는 과정에서 산적, 아내, 무사, 그리고 그것을 지켜본 나무꾼의 증언이 모두 다르다.

어떤 사건이 발생하면 사람들은 누구나 자신이 객관적인 시각으로 그것을 본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객관성 역시 주관적 영향을 받는다. 성장과정, 삶에 대한 철학, 학문적 배경, 만나는 사람들, 속해 있는 집단, 지지하는 정당 등 여러 요인이 객관적 결정에 영향을 미친다. 각자 자신의 판단이 객관적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토론을 해도 결론을 도출해 내기가 쉽지 않다. 이런 경우에는 해당 분야의 전문가들에게 그 사건을 맡겨 과학적인 결론을 이끌어내도록 하는 것이 가장 좋다. 과학은, 자연과학이든 인문과학이든, 객관성을 가장 중시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충분한 과학적 증거와 토론을 통해 결론이 났는데도 그것을 인정하지 않고 수사학적으로 화려한 논쟁을 통해 끊임없이 의혹을 제기하는 사람들이다. 이런 사람들을 부인주의자라고 한다. 인터넷의 발달과 더불어 부인주의자들의 개인적인 의견은 전염병처럼 짧은 시간 안에 많은 사람들에게 번져 사회적 갈등과 반목을 초래한다.

런던대학 위생학 및 열대의학 교수인 마틴 맥키는 부인주의자들이 주로 사용하는 다섯 가지 책략을 소개하면서, 전부 혹은 일부를 사용하면서 대중들을 선동한다고 지적했다. 첫째가 음모론이다. 주변 상황과 어울릴 만한 그럴듯한 음모론을 제기하면서 과학자들이 제시한 결론이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둘째는 가짜 전문가를 동원한다. 가짜 전문가란 해당 분야의 전문가가 아닌 사람이거나 또는 해당 분야의 전문가이지만 부인주의자들의 주장을 지지하는 극소수의 사람들을 말한다. 이런 사람들은 정치적으로 편향되어 있는 경우가 많으며, 거대한 주류의 횡포에 맞서는 용기 있는 사람으로 자신을 내세운다. 세 번째는 선택성이다. 압도적인 결과 중에서 그것과 반대되는 극소수의 결과만 추출하거나 지지하는 논문 중에서 가장 취약한 논문을 찾아내어 그 문제점을 지적함으로써 전체 결과를 불신하게 하는 방법을 사용한다. 네 번째는 연구를 통해 입증하기 쉽지 않은 방법을 제시하면서 그것을 증명해보라고 요구한다. 마지막은 논리적 궤변을 사용하면서 사람들의 관심을 사실이냐 거짓이냐보다는 다른 곳으로 돌리는 방법을 사용한다.

부인주의자들이 그렇게 행위하는 동기는 다양하지만 가장 많은 이유는 자신의 신념이나 믿음과 일치되지 않기에 거부하는 것이다. 이들은 어떤 문제를 과학적으로 토론하기보다는 오히려 언론이나 대중들의 관심과 지지를 유도하여 논쟁거리로 만들려는 전략을 사용한다. 사실의 진위 여부를 가리기보다는 '그렇게까지 떠드니 뭔가 있겠지'라는 여론을 조성하는 것이 그들의 목표다. 과학적으로 해결해야 할 사건을 여론이나 정치적 견해로 해결하려 할 때 사회는 더욱 분열되고 음모론은 독버섯처럼 퍼져나간다. 독버섯을 없애는 길은 햇볕을 쬐게 하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음모론은 해당 분야 전문가들에게 맡겨 과학적으로 해결해야지 정치가나 언론인 혹은 운동가들에게 맡겨놓으면 나라가 불행해진다. 광우병 파동이 그러했고, 천안함 사건이 그러하다. 매사를 정치적 사상적으로 보는 것, 그것은 병이다. 피해의식이 키운 병이다.

동아대 의대 정신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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