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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프리즘] 설익은 지방행정체제 개편 /강재호

선진국 되레 광역화

공론의 장도 안 거친 특별법으로 왜 풀뿌리 지방자치를 고사시키나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0-09-19 20:16:59
  •  |   본지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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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군·구의 대대적인 폐합을 촉진하고 도의 존폐를 검토하는 내용의 지방행정체제 개편에 관한 특별법안이 우여곡절 끝에 엊그제 국회에서 가결되었다. 이로써 국회의 제1당과 제2당의 수뇌부가 중심이 되고 정부가 이에 가세하여 2005년 봄부터 뜸을 들여온 지방행정체제 개편을 위한 정지작업을 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되었다.

특별법안의 제안 경위에 나타나듯이 제18대 국회에서는 지방행정체제 개편에 관한 법안이 경쟁하듯 쏟아져 나왔다. 체제 개편의 절차에 관한 것을 제외하고 그 실체를 담은 법안만 해도 여덟 개나 된다. 이들은 모두 국회법에 따라 국회의원들이 연서하여 발의한 법안인데, 이를 심의한 위원회는 이들을 본회의에 부의하지 않고 이들을 통합·조정한 대안을 마련하여 제출하였다. 국회가 가결한 것은 바로 이 대안이었는데, 이는 건양개혁으로 1896년에 도입한 13도를 1895년에 시행했다고 하는 등 제안 이유에서 국법으로서는 부끄럽게도 사실관계조차 바르게 기술하지 못하고 있다.

유구한 역사의 도를 전폐하고 특별시는 분할하며 광역시도 쪼갤 기세에서 한 걸음 물러났다고는 하더라도 주요 정당의 수뇌부는 왜 시·군·구를 폐합하고 도를 장차 걷어내려고 하는 것일까? 기초자치단체인 시·군·구는 일부 폐합할 곳도 있지만 그 평균 규모는 특히 인구에서는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이미 커져 있다. 광역자치단체도 유럽이나 일본에서는 없애기는커녕 없던 것도 신설하거나 더욱 광역화하여 지방분권의 시대정신에 좇아 국가의 과부하를 덜어주는 역할을 이에 부여하고 있다.

시·군·구와 시·도의 협력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체제 개편을 해야겠단다. 특히 시·도와 시·군·구의 장이 소속 정당을 달리하는 경우에는 협력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을 수 있다. 그런데 이는 일방을 거세하여 불협화음의 소지를 없앨 것이 아니라 정치적 리더십으로 풀어야 할 사안이다. 또한 이중행정의 낭비를 없애기 위해서라는 이유도 들린다. 어떤 실태조사에 따르면 시·도의 사무·사업은 인사 등 내부관리에 관한 것을 제외하면 대부분 시·군·구의 손을 번거롭게 하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이중행정은 관계법령의 개정으로 해소·완화해야 한다. 2010년 8월 31일 현재 1255개의 법률과 3185개의 행정명령을 낱낱이 실사하여 국가, 시·도, 그리고 시·군·구의 사무·사업에 가능하면 중복이 없도록 이들 법령을 고쳐 이중행정의 낭비를 줄이고 행정의 책임성을 높여야 한다. 이중행정은 추석을 앞두고 재래시장을 대상으로 시·군·구와 시·도의 담당자들, 그리고 이도 모자라 국가기관인 식품의약품안전청 관계자들까지 무리를 지어 펼치곤 하는 합동단속 등에서 전형을 볼 수 있다. 이 예에서 보듯이 시·도를 없애더라도 시·군·구와 국가의 이중행정은 남는다. 그럼 그때는 무엇을 또 없앨 것인가?

한나라당, 민주당, 그리고 우리 정부에는 지방행정체제 개편에 관해 공론의 장을 거친 안이 없다. 모두 무책임하기 짝이 없다. 국회의원들이 제각기 법안을 내고 있는 것은 이 때문이다. 1914년에 뿌리를 내린 시·군의 구역을 전면적으로 폐합하고 1896년 이후 거의 경계가 바뀌지 않은 도를 없애는 것은 수도 이전에 버금가는 정치·행정의 일대변혁이다. 그리고 1988년에 설치한 자치구를 크게 폐합하는 것도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따라서 책임 있는 정당이라면 국민들이 소리 높여 갑론을박하는 이 사안에 관해 안팎으로 논의에 논의를 거듭하여 당론부터 모으고 결정하여 이를 세상에 내놓아야 마땅하다. 그리고 지방행정체제 개편의 중차대성에 비추어 이를 국정선거에서 공약으로 내걸어 국민의 신임을 얻거나 해야 한다. 5000만 국민들의 생각을 몇 갈래로 수렴하는 것이 정당의 역할이고 이들 갈래를 서로 조정하는 것이 정당정치가 아닌가.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수뇌부가 지방행정체제를 왜 이렇게 개편해야 하는지에 관해 소속 국회의원의 절반도 수긍하지 않는 상황에서 널리 국민들의 이해를 얻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이는 주권자의 눈높이를 너무 얕잡아보는 것이다. 부산대 행정학과 교수

※사외 필자의 견해는 본지의 제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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