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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에세이] 유전적 요인과 환경적 요인 /김충락

현명한 인간은 숙명적 유전 위에 최선의 환경 찾아 삶을 개척한다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0-10-18 21:39:39
  •  |   본지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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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체를 구성하는 각 세포에는 공통적으로 23쌍의 염색체가 있다. 염색체는 반드시 쌍으로 존재하는데 하나는 아버지로부터 또 다른 하나는 어머니로부터 물려받았기 때문이다. 각 염색체에는 수백에서 수천 개의 유전자가 있으며 모든 염색체의 유전자를 다 합치면 약 3만 개가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유전자는 키나 질병 같은 신체적 정보를 담고 있는 것은 물론 목소리, 성격 등 눈에 보이지 않는 개인의 특성에 대한 정보까지도 담고 있다. 한 인간의 내적 외적 모습은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유전적 요인과 그 인간이 성장하는 환경적 요인(식습관, 교육, 생활환경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생성된 것이다.

유전적 요인을 살펴보면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3만 개의 유전자들이 제각기 작용하기도 하지만 유전자들 간의 상호작용 때문에 매우 복잡하고 다양한 형태를 나타내는데 이에 대한 연구는 아직도 초기 단계이며 아마도 유전자의 역할을 완전히 해독하는 일은 우주의 비밀을 푸는 만큼이나 어려운 일일 것이다. 간단히 예를 들어 보자. 1번 유전자가 나타내는 형질을 키라고 가정하고 단순하게 A(큰 키)와 a(작은 키) 두 가지라고 하자. 그러면 아버지로부터 A 또는 a, 어머니로부터 A 또는 a를 받을 수 있으므로 자식에게 전달되는 1번 유전자는 AA, Aa, aA, aa 네 가지 중 하나이다. 여기서 AA를 물려받으면 키가 크고 aa를 물려받으면 키는 작다. 형은 키가 작은데 동생은 키가 큰 경우가 바로 있을 수 있는 점이 바로 이런 이유이다. 혈액형도 마찬가지이다. 실제로 최근 영국에서는 두 명의 흑인 자녀를 둔 흑인 부부로부터 백인 자녀가 탄생하였다. 이는 확률적으로 매우 낮은 것이지만 결코 불가능한 것이 아니다. 흑인 부부 모두 먼 조상 중에 백인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렇듯 모든 인간은 태어날 때 부모의 유전자에 의해 완전히 결정되어진다. 우성(A)을 물려받느냐 열성(a)을 물려받느냐는 '완전한 무작위' 시행의 결과이다. 한마디로 운이요, 불가항력이다. 따라서, 인간으로서 조절 가능한 것은 환경적 요인이다. 무엇을 먹고, 어떻게 가정교육과 학교교육을 받고, 어떤 환경에서 살아가느냐가 관건이다. 아무리 건강한 유전자를 타고 났어도 나쁜 음식을 먹고 나쁜 환경에서 살다보면 온갖 질병에 시달리고, 명석한 두뇌를 타고 났어도 노력하지 않고 게으르게 생활하다 보면 노력하는 평범한 두뇌의 소유자보다 뒤처지기 마련이다. 즉, 모든 인간의 현재 모습은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유전적 요인과 그간 살아온 환경적 요인의 복합적 산물이다.

I. 부모로서

자식이 공부를 잘 못하거나 속 썩이는 행동을 할 때 불쑥 내뱉는 말 중에서 "넌 도대체 누굴 닮아서 이 모양이야?"하고 짜증을 내는 부모들이 흔히 있다. 한마디로 누워서 침 뱉기다. 자신의 유전자를 고스란히 물려주었고 또 자신이 제공한 환경에서 자란 자식인데 누구를 닮겠는가? 부모로서도 물려준 유전자가 자기 의지와는 무관하게 결정되었지만 그렇게 태어난 자식에게 가장 적절한 성장 환경을 제공해야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왜냐하면 자식의 장단점은 결국 부모의 장단점이므로 누구보다 자식을 잘 아는 사람은 바로 부모 자신이기 때문이다.

II. 자식으로서

잘되면 내 탓, 안 되면 조상 탓이란 말이 있다. 왜 나를 이 모양으로 낳았느냐고 부모를 원망하는 자식이 많다. 양쪽 부모로부터 열성인자만 받았다고 투덜대기도 한다. 한마디로 어불성설이다. 인간으로 태어난 것만으로도 엄청난 축복이다. 힘든 임신과정을 거쳐 불면 날아갈까 쥐면 꺼질까 키웠다. 인간으로 태어나 가장 못난 짓이 자기를 낳아주고 길러준 부모를 원망하는 일이다. A밖에 없는 부모에게 왜 B를 주지 않았느냐고 원망하는 것은 당신 자식에게 B를 물려줄 수 없음을 모르기 때문이다.

타고난 유전적 요인은 숙명적이다. 현명한 인간은 이런 숙명적 요인을 바탕으로 최선의 환경적 요인을 찾고 개척해 나간다. 네 덕이요 내 탓이란 마음가짐으로….

부산대 통계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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