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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 칼럼] 영화제의 문화정치학 그리고 PIFF /주유신

영화제와 정치는 불가분의 관계

제2 도약맞는PIFF…아시아 영화허브 정체성 잊지말기를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0-10-20 20:54:33
  •  |   본지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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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회 부산국제영화제가 부산의 자본으로 부산에서 제작된 '카멜리아'를 폐막작으로 그 뜨거웠던 9일간의 일정을 마무리했다. 15살, 사람으로 치면 사춘기에 해당하는 나이일 것이다. 그래서인지 올해 부산국제영화제는 15년 동안 굳건하게 영화제를 이끌어오면서 오늘날 세계적인 영화제로 만들어낸 김동호 집행위원장의 사퇴와, 내년에 시작되는 두레라움 시대를 앞두고 어쩌면 가장 큰 전환점을 맞이한 것으로 보인다. 그만큼 지난 15년을 차분하게 성찰하면서 향후 15년간의 청사진과 로드맵을 고민할 시점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 화려한 외양과 격렬한 순간들을 잠시 뒤로 한 채, 영화제의 본질과 전망에 대해 짚어보고 싶어진 이유이다.

국내 최초로 부산국제영화제가 탄생한 1996년은 '씨네21'의 창간 등과 더불어 한국의 영화 문화가 한 단계 성숙하는 동시에 영화가 갖는 사회적, 문화적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지면서 주목받던 시점이었다. 또한 1980년대 말의 중국 5세대 영화를 시작으로 이란 영화 등을 거치면서, 단순함과 기술중심주의로 치닫는 할리우드 영화와 매너리즘과 정체에 빠진 유럽 영화를 대신할 '영화의 미래'로서 아시아 영화에 관심이 집중되던 시기였다. 그만큼 부산국제영화제의 등장은 시의적절한 것이자 커다란 상징성을 지닌 사건이었다.

원래 영화제의 고유한 역할은 예술 영화를 문화적으로 합법화하고 독립 영화, 작가 영화, 소수자 영화 등의 생존과 유통에 기여하며 특정한 영화와 감독들에게 문화적 가치를 부여하는 것이다. 또한 영화제가 무수히 만들어내는 이벤트와 뉴스 거리 등은 영화와 영화인들로 하여금 언론의 주목을 받게 함으로써 영화와 미디어를 연결하고 그 효과를 증폭시키는 역할 역시 수행한다.

하지만 동시에 영화제는 정치와 절대 무관할 수가 없는데, 세계 3대 영화제인 칸, 베니스, 베를린 영화제가 파시즘이나 냉전 체제 혹은 할리우드 중심성에 대한 반발과 대항에서 비롯되었을 뿐만 아니라 또 역설적이게도 현재 이런 주류 영화제들이 지닌 어마어마한 문화 권력이 전 세계 영화계에 미치는 영향력 등을 생각해볼 때 그러하다.

하지만 현재 무엇보다도 영화제가 지니는 정치적, 문화적 기능을 사고할 때 핵심적인 키워드는 바로 '정체성의 정치'일 것이다. 이는 특히 한국 사회의 경우 사회 운동의 장이 1980년대의 반파시즘, 민족 통일, 민중 해방과 같은 정치적, 계급적인 것에서부터 90년대 중반 이후 섹슈얼리티, 욕망, 하위문화와 같은 문화적, 일상적, 세대적인 것으로 옮겨가는 것과 관련된다. 그 결과 페미니즘, 성적 소수자, 청년 하위문화 등이 중요한 안건이자 주체로 등장하게 되면서, 점차 대중 문화와 문화 산업의 꽃으로 성장하게 된 영화 매체는 서로 다른 정체성을 지닌 집단들이 자신을 재현하고 상호 간에 투쟁, 협상하는 자리이자 다양한 안건들을 인상 깊게 그리고 효율적으로 제기하는 계기로서 자리 잡게 된다.

이런 모든 맥락 속에서 두 번째 도약을 준비해야 하는 부산국제영화제의 과제와 전망은 어떤 것이어야 할까? 두 가지만 언급하고 싶다. 하나는 부산국제영화제의 세계적인 도약이 '지자체가 지원은 하되 간섭은 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통해 가능했던 소신 있고 일관성 있는 프로그래밍의 성과이자 노무현 정권의 중요 이념이었던 지역 균형 발전 정책의 대표적인 성공 사례 중의 하나라는 점에서, 이러한 토대와 의미가 자칫 지도부 교체의 시점에서 혹시라도 위협받지 않고 '선택과 집중' 원칙에 의해서 오히려 더 강화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다른 하나는 '아시아 영상 허브'라는 정체성을 통해서 공고화된 국제적 지위는 물론이고 부산의 도시 이미지 제고와 도시 마케팅의 역할을 부산국제영화제가 앞으로도 지속 가능하고 더 발전적인 것으로 만들어나갈 수 있는 전략의 고민을 요구하고 싶다. 물론 두레라움 시대에 부산국제영화제가 부산 문화 발전에 있어서 더 중요하고 적극적인 역할을 하게 될 것이 기대되는 만큼 그 어느 때보다 부산 시민들의 애정어린 관심과 지지가 가장 중요하겠지만 말이다.

영산대 영화영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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