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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칼럼] 수렁에 빠진 凍土 코리아 /고기화

미·중 패권경쟁에 휘둘리지 않으려면 이 위기를

자주권 탈환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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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겨울은 유난히 춥다. 시베리아 고기압이 강해지면서 한파가 잦은 탓도 있지만, 한반도에 몰아닥친 신냉전 기류 때문이기도 하다. '동토(凍土) 코리아'의 일차적 원인 제공자는 북한이다. 천안함 사태에 이은 연평도 포격 등 무력 도발이 단초였다. 단절된 남북관계는 더욱 꽁꽁 얼어붙었고, 한반도를 둘러싼 동북아 안보 환경은 격변기를 맞고 있다. 동서 간의 냉전이 끝난 지 20여 년만에 다시 냉전시대가 도래한 듯한 모습이다.

기실 따져보면 신냉전 상황은 이미 오래전에 시작됐다. 미국과 중국의 아시아 패권 경쟁이 그것이다. '잠자는 용'이었던 중국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기화로 막강한 경제력을 무기 삼아 기존 미국 중심의 국제질서에 반기를 들면서 불꽃 튀는 힘겨루기를 하고 있다. 최근 중국과 일본 간에 벌어진 센카쿠열도(중국명:댜오위다오) 갈등에서 일본이 백기를 든 게 대표적이다. 외교안보 갈등을 넘어 영토분쟁, 환율·무역전쟁까지 겹치면서 동북아 갈등 양상은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울 정도다.

단일 패권은 점차 무너지고 있지만, 미국은 여전히 최강의 군사대국을 자랑하고 있고, 힘을 감추고 때를 기다린다는 도광양회(韜光養晦)에서 기세등등한 돌돌핍인(逼人)으로 전환한 중국은 무섭게 변해가고 있다. 미·중의 틈바구니에 동북아의 전략적 요충지인 한반도가 끼어 있다. 이 상황에서 남북 간 군사적 긴장 고조는 한반도 전체를 수렁에 빠뜨릴 위험이 크다. 열전과 냉전, 탈냉전을 거치면서 세기(世紀)가 지났지만, 남북한을 고리로 한 미·일·중·러의 주변국 4강 이해관계는 별로 변한 게 없다.

우리나라의 처지는 더욱 딱하다. '경제 월드컵'이라는 G20 정상회의 개최국이라며 호들갑을 떨었지만, 연이은 안보 무능으로 국제적 망신을 톡톡히 사고도 뾰족한 대책이 없다. 북한의 비이성적 행동을 제어할 능력은커녕 그들의 계산된 행동에 제대로 대응조차 못하고 있다. 뒤늦게 강경 대응 방침을 천명했지만, 그게 다다. 엄혹한 안보위기 상황만을 내세울 뿐, 한반도의 미래에 대한 치열한 문제의식은 찾아보기 어렵다.

한반도 운명은 당면한 우리의 문제다. 아무리 현실적인 제약이 많더라도 우리의 미래까지 주변 열강에 내맡길 순 없는 노릇이다. 한국전쟁 때처럼 '장기판의 졸' 신세가 되지 않으려면, 작금의 미·중 패권 경쟁에 들러리로 서지 않으려면 우리가 더 냉철해져야 한다. 현재의 안보 상황에만 함몰되지 말고 이 기회를 한반도 생존전략의 자주권을 찾기 위한 호기로 활용하는 전략적인 사고가 필요하다.

한반도에 안보위기 상황이 지속되는 건 주변국들의 이익에도 들어맞지 않는다. 이미 주변국들은 긴장 완화를 해소할 다각적인 해법 찾기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정작 당사자인 우리는 미·중에 기댄 채 스스로 냉전적 사고에 빠져들고 있다. 우리가 적극적인 역할을 모색하지 않는다면 주변 4강의 입김은 더욱 강화될 게 뻔하다. 남북 간 체제 경쟁은 이미 끝났다고 봐야 한다. 북한이 군사적 수단에 의한 위기를 조장하는 것은 체제 실패를 인정한 것이나 다름없다. 북한 정권의 생존전략일 뿐이다. 우리가 한반도 문제에서 주도권을 못 쥘 아무런 이유가 없지 않은가.

이명박 대통령이 엊그제 말레이시아 교포 간담회에서 "머지않아 통일이 가까운 것을 느낀다"라고 말했다. 어떤 함의가 있을 수는 있겠으나, 현 상황에선 적절하지 못한 발언이다. 대통령의 말은 어떠한 경우에도 신중해야 한다. 대치 국면의 북한을 자극하는 발언을 해 과연 무엇을 얻을 것인지 이해하기 어렵다. 더욱이 나무에서 감이 떨어지기를 기다리는 듯한 통일인식은 전략적이지도 않다.

주변 4강은 한반도 안정과 평화 정착을 원하지만, 북한의 급격한 붕괴도 바라지 않는다. 남북통일이 이로울 게 없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우리는 민족의 절대적 명제인 통일을 지향해야 한다. 결코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 한반도에서 전쟁을 완전히 종식하는 일은 평화통일 외에 다른 방법이 없다. 세심하고 치밀한 통일 비전을 만들어 주변국들을 설득해 나가야 한다. 영원한 '변방의 분단국가'가 되지 않기 위해 '신냉전' 탈출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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