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교육의 문제는 무엇일까. 백 사람이면 백 가지 이야기를 할 것이다. 아마도 암기식 교육, 주입식 수업, 선다형 평가 등이 공통적으로 포함될 것이다. 그러나 주입과 암기식 교육이 항상 비효율적이고 시대에 뒤떨어진 교육 방법이었던 것은 아니다. 우리가 아직 개발도상국 위치에 있던 시절, 막 공업화가 진행되던 60, 70년대. 그땐 이미 검증된 선진의 기술을 재빠르게 '습득'하여 그걸 생산과정에 '배운 대로' 적용시킬 '산업역군'이 필요했다. 그게 그 시대의 '인재'였다. 의심이나 창의, 독자적인 판단 따위는 거추장스러운 것이다. 주어진 답을 빠르게 저장하고 정확히 모방하여 유사한 결과물을 많이 생산해내는 것, 그것이 선진국을 뒤쫓는 우리의 방식이었으니까.
모두들 이젠 세상이 바뀌었다고 말한다. 컴퓨터 칩 하나에 들어갈 지식을 외고 또 외게 하는 것은 미래에 대한 준비가 아니라고 한다. 더구나 이미 선진국 대열에 들어선 한국의 3차 산업구조는 그런 억눌린 인내력이 아니라 해방된 정신, 유희정신, 순종을 거부하는 반항적 기질의 새로운 인재를 요구하기에 이르렀다. 이런 시대의 변화, 그에 따른 인재상의 변화는 응당 교육방식에 근본적인 전환을 요구한다. 학력고사를 대체한 수학능력시험이 도입되고, 열린 교실이 시도되고, 논술고사가 도입된 것도 다 이런 맥락에서다. 여전히 교실에선 일방적인 강의가, 정답형 평가가 주를 이룰지라도 새로운 방향전환은 계속 시도되고 있는 것이다.
교육과학기술부가 이르면 내년부터 대학입시에서 입학사정관제를 제대로 실시하는 대학과, 논술시험을 보지 않거나 논술비중을 줄이는 대학에 재정적 인센티브를 주기로 방침을 세웠다고 한다. 논술시험이 갈수록 '본고사화'되면서 대표적인 사교육 유발 전형이 되었다는 판단과, 논술의 비중을 줄여 현 정부의 주요 교육정책인 입학사정관제를 정착시키려는 의도가 합쳐진 것이라 할 수 있다. 논술시험이 사교육을 부추기고 있다는 교과부의 판단이 틀리지는 않을 것이다. 최근 몇 년 사이 수시 비중이 늘어나고 학생부가 무력화되면서 논술이 수시 당락을 가르는 중요한 변별요소가 되었다. 그러나 사교육을 근절하겠다는 의지와 논술전형을 아예 없애겠다는 대응은 각기 다른 영역의 사안이다. 이번 수능에 유난히 수리가 어렵게 출제되었다. 분명 수학 사교육이 더욱 성행할 것이다. 사교육 근절을 위해서 수리과목을 수능에서 아예 빼면 어떨까. 수학이야말로 가장 큰 규모로 사교육 시장을 움직이고 있으니 논술축소 정책보다 훨씬 파급효과가 크지 않겠는가. 분명 웃기는 이야기다. 논술축소라는 교과부의 방침은 바로 이런 넌센스이다.
교육에 관해서 여러 시도가 있었다. 과거 평준화정책, 본고사폐지, 내신강화, 앞서 밝힌 수능과 논술고사 실시, 그리고 현재 첨예한 논란 가운데 있는 무상급식과 체벌철폐까지. 그 중엔 국민적 호응을 받았던 정책도 있고 저항에 부딪힌 정책도 있다. 그러나 그런 정책 모두 실시 시기의 완급조절상의 논란, 시행과정에서의 부작용 논란, 현실적용의 곤란함에서 오는 논란의 문제이지 적어도 방향설정만은 옳다는 것에 다수가 동의한다고 생각한다.
논술 폐지는 어떤가. 과연 10년 20년 후 복잡한 정보화, IT, 로봇공학이 발달할 미래까지도 여전히 컴퓨터 칩 하나에 다 들어갈 단답형 암기에 전국의 모든 학생을 가두어 둘 것인가. 어떤 교육철학을 가졌더라도 교육이 창의적인 사고력, 문제 해결 능력, 주체적인 비판능력을 기르는데 일조해야 한다는 데에 동의하는 사람이라면 논술 교육, 쓰기 교육에 반대할 어떤 명분도 발견할 수 없을 것이다.
쓰기 교육을 공교육의 교실에 끌어들여 사교육이 필요 없는 환경을 만들어야지 논술 폐지로 밀어붙이는 것은 교육철학도 미래에 대한 비전도 없는 근시안적인 정책이다. 과연 차기 정권에서도 이런 정책이 유지될 수 있을까. 현 정부의 3대 교육정책 중 자율고 확대, 수능 EBS 연계가 다 실패로 귀착되자 입학사정관제롤 무리하게 밀기위한 이런 졸속 정책은 재고되어야 한다.
한국해양대 국제대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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