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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칼럼] 국회를 연평도로 옮겨야 하는 이유 /권순익

북한 능가하는 전력과 입심 보유

위기 때 의원 포기 국민 대부분 찬성, 최적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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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이 인터넷판에 '2010년 올해의 사진'을 올렸는데 11월, 12월의 사진에 우리나라 사진이 포함됐다. 11월23일 북한의 기습공격으로 검은 연기에 휩싸인 연평도를 바라보는 시민들의 모습과 지난 8일 국회에서 여야 의원들이 뒤엉켜 몸싸움을 벌이는 장면이다. 의원과 당직자들이 '계급장 떼고' 바닥에 나뒹구는 뒷편 배경으로 깨진 국회 유리문이 또렷하게 나온다. 북한도 한 건 올렸는데 10월10일 노동당 창건일 열병식에서 김정일이 자신의 후계자 김정은을 고개를 돌리고 보는 모습이다.

기자는 국회의원들의 폭력사태를 '천하에 못 볼 짓'처럼 생각하지 않는다. 세상 어디든 말과 논리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일은 있다. 정권이 바뀌면 공수만 교대될 뿐이니 시비선악(是非善惡)을 가릴 수도 없다. 단지 불타는 연평도와 의원들의 난투극 사진을 보면서 한 가지 생각은 떠올랐다. 국회를 연평도로 옮기자는 거다. 이유는 이렇다.

첫째는 국회가 대한민국에서 가장 완력이 센 사람들이 모인 곳이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의 김성회 의원은 잇단 활약으로 '괴력'이란 아호(?)까지 얻었다. 육사 럭비선수 출신인 그는 서너 사람 쯤은 가볍게 제친다. 유신 때 독재에 항거하는 신민당의 돌격대장격으로 황호동 의원이 있었다. 시위나 집회 현장, 국회 소동에서 발군의 활약으로 당시김영삼 신민당 총재의 총애를 받았다. 의원 신분으로 1974년 테헤란 아시안게임에서 역도 무제한급 은메달을 딸 정도였으니 국회에는 분명 장사(壯士)의 계보가 존재하는 것일 게다. 김성회 의원과 맞짱을 뜨다가 밀리자 국회 경위에게 손찌검했다는 민주당의 강기정 의원도 파이팅은 남못지 않다. 여성의원들도 상황이 발생하면 두발당성을 쉽게 날린다. 전직이나 성별, 연령을 불문하고 모두를 K-1 파이터로 만드는 용광로가 바로 국회다.

둘째는 북한의 공갈협박이 먹힐 수 없기 때문이다. 협박은 그런 걸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사람에게나 통하는 법이다. 그런데 똑같은 걸 두고 "희다" "검다"로 다르게 말하고 까마귀를 백로로, 백로를 까마귀로 우기는 게 우리 국회다. 3월에 터진 천안함 폭침을 놓고 아직도 북한의 소행인지 아닌지 여야가 같은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다. 이러니 폭탄이 의사당 기둥을 때려도 불꽃놀이가 맞다며 설왕설래할 것이다. 그 중엔 폭탄주를 말자며 양주병을 들고 오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탄피로 보온병을 만들어 특허 출원에 나서는 이도 있을 게다. 북한으로선 제풀에 지칠 수밖에.

셋째는 국회는 북한의 연안포나 방사포, 심지어 실크웜 미사일보다 더 위력적인 무기를 갖고 있다. 입으로 쏘는 포, 구두탄(口頭彈)이라 한다. 병장이나 일등병 출신은 물론 병역기피혐의자도 육군대장을 앞에 놓고 자기류의 군사전략을 설하는데가 국회다. 군사상 기밀도 아무렇지 않게 언론에 대고 말하는 국회의원들이다. 자신들의 입 펀치를 믿는 것이다. 국민이 투표로 뽑은 대통령을 탄핵도 하고 "독재자"로 매도하기도 한다. 뭇사람의 입은 쇠도 녹인다는 중구삭금(衆口鑠金)이란 말이 있다. 의원들이 입을 모으면 북의 방사포 따위야 포신을 녹슬게 하는 건 일도 아니다.

마지막으로, 사실 이게 가장 중요한데, 여차하면 포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나라가 위기에 처하면 의원들을 포기하자는데 '눈물을 흘리며' 찬성할 사람이 대부분이다. 의원 지망자는 셀 수 없이 많기 때문에 충원하는데 아무 어려움도 없다. 어쩌면 이 방안을 가장 반기는 게 의원 보좌관들일지 모른다. 게다가 두꺼비가 뱀에게 먹혀 자신의 독으로 뱀을 죽이듯 북한군도 연평도의 국회의사당을 접수하는 순간부터 뱀 꼴이 될 것이다. 일사불란한 독재체제에서 자란 북한군 병사들이 자유분방에다 무책임의 극치인 국회의원들 앞에서 대혼란에 빠질 게 틀림없다.

이 모든 사정을 고려하면 국회는 여의도가 아닌 연평도에 있는 게 백번 옳다. 전해 오는 이야기인데 국회의사당 앞 해태상 밑에는 포도주가 100병 묻혀있다고 한다. 1975년 의사당 건립 때 해태상을 기증한 해태제과가 100년 후인 2075년에 꺼내기로 하고 묻었다는 것이다. "그때쯤 돼야 한국의 민주주의가 만개할 것"이라 생각해 그랬다니 그 예지력에 감복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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