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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칼럼] '매미 잡는 사마귀 뒤에 참새가 노리고 있다' /박희봉

중국과의 냉전, 바람직하지 않아…진심어린 배려가 최선의 윈윈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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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경제난이 한창이던 지난해 11월, 부산항만공사에 한 장의 편지가 도착했다. 유럽의 한 해운회사가 보낸 편지에는 구구절절 감사의 마음이 묻어났다. 뉴욕발 금융위기로 해운 경기는 사상 최악이라 선사들의 자금난은 극심했다. 부산항만공사는 이들 선사의 입항료, 접안료 등 부산항의 항비를 1년간 유예해 줬다. 고통과 위험을 함께 나누겠다는 의지를 내보인 셈이다. 절박한 순간에 다가온 도움, 우정어린 손길은 큰 울림으로 다가왔다. 감동을 파는 감성경영은 이후 물동량 급증으로 이어졌다.

세계적으로도 부산항의 사례는 각별했다. 유럽 언론들은 발상의 특이성에 주목해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당장의 이익보다는 미래의 이익을 추구하는 방식은 대성공이었다. 위기 극복 과정에서 끈끈한 유대와 신뢰가 싹텄으며 선사들과 부산항을 잇는 튼튼한 동아줄이 됐다. 이 사례는 위기 대응의 전범을 보여 준다. 서로의 이익을 보장하면서 호혜적 관계의 순도를 높였으니 이보다 나은 방책이 또 있겠는가. 하나의 위기는 더 큰 위기를 예고한다. 하나, 잘만 관리하면 전화위복이 될 수도 있다. '위기는 곧 기회'라는 말은 그래서 유효하다.

부산항의 성공사례는 최근 일련의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 보인 정부의 행태와 뚜렷하게 대비된다. 북한의 연평도 포격과 뒤이은 중국과의 갈등은 '악몽의 시나리오'이다. 연평도 사건을 둘러싼 어수선한 대응은 우리의 실체를 여지 없이 드러냈다. 우리의 진짜 실력이 허망함을 확인하는 건 뼈가 시리고 아플 정도다. 대한민국이 과연 이것밖에 되지 않는가. 자탄을 금할 수 없다. 어쨌든 군사 문제는 일단 정돈 국면으로 접어들었지만 중국과의 갈등이란 돌부리에 또 걷어채인다. 연평도 사건이 가져온 파장은 비단 인명과 재산의 손실에 그치지 않았다. 한미 군사훈련을 비롯한 맞대응 방식은 동북아를 한미일과 중북의 대결 국면으로 몰고갔다. 연평도 사건과 중국 어선 침몰사건. 두 사건에서 드러난 중국의 속내는 한마디로 적대적이었다. 환구시보는 연평도 사격훈련과 관련해 '북한이 반격하지 않은 것에 박수를 보낸다'고 했다. '중국은 한국을 손봐줄 지렛대가 많다'고도 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의 자매지가 보도한 것이니 중국의 뜻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중국 정부도 한국의 배타적 경제수역(EEZ)를 침범해 불법조업하다 달아나던 중국 어선이 한국 경비정을 들이받고 침몰하자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는 괴이한 행동을 보였다. 그들에게 균형감각이나 보편적 이해력이 있는지 의심케 한다. 가해자를 피해자로 둔갑시키고, 이치에 닿지 않는 언설들을 늘어놓는 것은 상대가 안중에도 없기 때문이다. 적어도 군사적으로는 그렇다. 현시점에서 한국의 군사적 입지는 사마귀가 앞발을 들고 수레에 대항하는 당비당거(螳臂當車) 형국이다. 중국이라는 수레바퀴에 두 발을 들고 대항하는 사마귀. 생각만 해도 기가 막힌다. 당랑포선 황작재후(螳螂捕蟬, 黃雀在後)라. 현재의 형국을 적확하게 묘사하는 말이다. '매미를 잡으려는 사마귀 뒤에 참새가 노리고 있다.' 눈앞에 닥친 일에 마음을 빼앗겨 정작 더 큰 위기가 다가오고 있는 줄 모르는 꼴이다. 우리 스스로 사마귀 신세임을 확인하는 건 참으로 따갑다. 우리의 실체와 맞닥뜨리는 건 당혹스러운 일이지만 그래도 현실은 직시해야 한다.

미국의 군사적 균형자 역할은 필요하지만 스스로를 지키지 못한다면 온전한 국가라고 하기 어렵다. 자력 방위를 위해선 무기 개발이 급선무다. 조선시대에 이미 다연장 로켓 무기인 신기전(神機箭)이나 비거(飛車)라는 날틀을 만들었던 게 우리 민족이다. 작으면서 강한 무기, 우리만의 독창성을 살려 실력을 키우지 못할 이유가 없다. 안보는 말로 되지 않는다. "북한이 공격하면 대반격하겠다"는 말은 불필요하다. 거친 말은 위기를 키울 뿐이다. '전쟁에 능한 자는 분노하지 않는다'고 했다. 지금 필요한 건 얼음처럼 차가운 이성이다. 실력은 말이 아니라 면밀한 행동 속에 싹튼다. 특히 외교는 진심어린 배려가 핵심이다. 중국의 행태가 마뜩찮지만 그래도 냉전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부산항의 사례처럼 배려를 통해 신뢰를 쌓아가야 서로 윈윈할 수 있다. 쌍심지를 돋운다고 될 일은 아무것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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