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시론] '이건희 손자 급식' 공짜밥 아니다 /제정임

무상급식 반대하는 오세훈 서울시장

준비물 무상지원에 380억 예산 편성 "밥은 왜 안 되나"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1-01-10 20:26:23
  •  |   본지 30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선생님이 칠판에 '급식신청지원서 제출'이라고 쓰셔서 가슴이 철렁했어요. 제 이름을 부르실까 봐요." "진짜 급식지원 받으라고 교무실로 부르는 거 싫어요. 교무실 가면 저랑 같이 급식지원 받는 애들도 있고 창피하거든요." "동사무소 가서 '한 부모 가정 증명서'라는 걸 떼어오라는 데 어떻게 말해야 돼요? 저 진짜 바보같이 부끄럼 많은데…." "공짜로 먹는데 많이 먹을 땐 다른 아이들에게 미안해요."

지난달 22일 EBS '지식채널e'에서 방송된 리포트 '공짜 밥'에 담긴 아이들의 목소리다. 급식비 낼 형편이 안 돼 '공짜 밥'을 먹는 아이들이 자신의 가난을 '증명'하고 '선별'되는 과정에서 얼마나 마음의 상처를 입는지 절절한 얘기들이 담겨 있다. 이 동영상이 트위터 등을 통해 퍼지면서 '이럴 줄은 몰랐다' '눈물을 참을 수 없었다'는 반응들이 폭발했다.

전면 무상급식 운동을 벌이는 시민단체들은 감수성이 예민한 나이에 '밥 한 끼' 때문에 상처받는 아이들, 혹은 수치심 때문에 그냥 굶는 아이들이 적지 않기에 절박한 심정으로 나섰다고 말한다. 초·중학교는 의무교육이라 수업료를 안 받는 것처럼, 점심도 학교에서 주어 누구도 '낙인 찍히는' 고통 없이 '따뜻한 한 끼'를 먹게 하자는 것이다. 나아가 지역 농가와의 계약을 통해 유기농 등 친환경 급식을 한다면 아이들의 건강증진과 지역 경제 활성화에도 도움이 되지 않겠느냐는 구상이다.

그런데 이 아이디어를 오세훈 서울시장 등 정부여당이 '표를 노린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이라고 공격하면서 '떳떳한 밥 한 끼'로 가는 길이 거칠어지고 있다. 오 시장은 차기 대선을 위해 보수표를 모으려는 의욕 때문인지, 앞뒤 안 맞는 주장도 서슴지 않는다. 그는 '왜 부잣집 아이들까지 공짜 밥을 먹이느냐'고 따진다. 그런데 서울시는 오 시장의 선거공약이라며 올해 예산에 초등생 '전원'의 학습준비물 무상지원 예산 380억 원을 편성했다. KBS '개그콘서트'의 '여당당' 김영희라면 이렇게 물을 수도 있겠다. "와 준비물은 되고 밥은 안 되는데? 와 그라는데?"

의무교육이라 가난한 집은 물론 부잣집 아이들에게도 학비를 안 받고, 준비물도 거저 준다면 점심을 공짜로 못 먹일 이유가 뭔가. 더 생각해 보자. 세금 낼 형편이 안되는 집 아이들은 그야말로 '공짜 밥'을 먹겠지만, 일반 납세자 가정은 부모가 낸 세금으로 아이들이 점심을 먹는 셈이다. 그렇다면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손자가 무상급식을 받더라도 시비할 필요가 없다. 부모와 조부모가 남보다 많이 냈을 세금 덕을 보는 것이지, 결코 '공짜'로 먹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정부가 할 일은 '이건희 손자까지 공짜 밥을…' 하는 공세 대신 그와 같은 부유층이 법대로 세금을 내는 지 철저히 따져 재정을 확충하는 일일 것이다.

오 시장과 서울시는 또 '무상급식 때문에 학교시설 개선 등 다른 사업을 못한다'고 목청을 높인다. 그러나 무상급식은 교육 예산의 다른 항목을 줄여서 하자는 게 아니다. 낭비성, 전시성 예산을 교육복지로 돌리자는 것이다. 오 시장의 보좌관이었던 선대인 김광수경제연구소 부소장은 언론기고에서 "서울시가 연간 1조 원이 넘는 한강르네상스 등 토건사업의 입찰 방식을 바꿔 건설사들에게 가는 잔칫상 규모만 줄여도 충분히 무상급식이 된다"고 말했다. 4대 강 사업 예산 22조 원을 모두 돌린다면 전국 초중고생 전원에게 10년간 무상급식을 할 수도 있다.

무상급식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또 '유럽은 복지병을 수술하느라 난리다' '복지를 늘리면 재정위기를 겪는 남유럽 짝 난다'는 경고도 한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복지 지출이 OECD 회원국 평균의 3분의 1밖에 안되는 우리가 유럽복지병 걱정을 하는 것은 살찐 사람이 다이어트 한다고 뼈만 앙상한 약골에게 '너도 조금만 먹어'하는 꼴이다. 또 포르투갈 등 남유럽국가들은 유럽에서 복지가 가장 낙후된 나라고, 재정위기의 근본원인은 세금을 제대로 못 걷은 것이다. 스웨덴 핀란드 등 진짜 복지국가들은 대학까지 무상교육을 하는데 고작 초중학교 급식을 놓고 이 난리라니, 우리는 정말 이 정도밖에 안된단 말인가.

세명대 저널리즘스쿨 대학원 교수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만조 때면 멈추는 광복지하도 에스컬레이터
  2. 2‘좌초 위기’ 해운대 70층 주상복합 개발 기지개 켜나
  3. 3‘부캉이’ 추워지기 전 바다로…21일 3차 외해유도(종합)
  4. 4마무리 캠프 코앞인데…롯데 감독·단장 인선 언제쯤
  5. 5사망사고 1년 만에…부산구치소 수감자 집단폭행 재발
  6. 6신공항 공사 컨소시엄 1곳 탈퇴…내달 우선착공 무산 우려(종합)
  7. 7지광(국제신문 대주주) 만난 부산노동청장 “체임 방치 땐 강력 조치”
  8. 823명 숨진 ‘아리셀 화재참사’ 기업 대표, 징역 4년형 확정(종합)
  9. 9부산시, 신임 기조실장 26일 발표…행정부시장 행안부 고위간부 가닥
  10. 10창원 구산해양단지 컨소 회생 포기…26년 표류 끝 좌초되나
  1. 1지광(국제신문 대주주) 만난 부산노동청장 “체임 방치 땐 강력 조치”
  2. 2‘청문 부적격’ 기관장들 임명 기류…田시장-시의회 협치 두번째 뇌관
  3. 3'소장품 셀프 출품' 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장 사의 표명
  4. 4교육위 국감 화두 ‘교부금 축소’…“교육감 대응도 안일” 질타
  5. 5부산회생법원 국감 “지역언론 가치 고려 국제신문 살펴야”
  6. 6부산시 국감서 전재수 시장 통일교 금품수수 의혹 설전
  7. 7李 대통령, AI에 물었다…“중수청장 국무회의 배석불가는 억지”
  8. 8與, 초광역특구법안 발의 “주 52시간 특례 숙의”
  9. 9"2026 AG 여자유도 계체실격, 남자 계체명단만 확인해 발생"
  10. 10용혜인 “부산 119구급 스마트시스템 이용률 1%, 전국 최하권”
  1. 1‘좌초 위기’ 해운대 70층 주상복합 개발 기지개 켜나
  2. 2신공항 공사 컨소시엄 1곳 탈퇴…내달 우선착공 무산 우려(종합)
  3. 3송도 바다서 만난 융드립 커피 한 잔
  4. 4부산에 둥지 수산무역협회…김 등 수출 드라이브
  5. 5가덕 6200억 증액 확약 절실…국회는 특별법 개정안 논의
  6. 6부산은행, 불꽃축제 등 지역축제 발전에 2억 후원
  7. 7관광과 지역민 함께 성장을…세계가 부산서 묘책 찾는다
  8. 8“친환경 항만 투자 100억 당, 부산 124억 생산유발”
  9. 9동남아 접수하러 ‘부산표 게임’ 방콕행
  10. 10예탁원 나눔재단, 17년째 지역상생 실천
  1. 1만조 때면 멈추는 광복지하도 에스컬레이터
  2. 2‘부캉이’ 추워지기 전 바다로…21일 3차 외해유도(종합)
  3. 3사망사고 1년 만에…부산구치소 수감자 집단폭행 재발
  4. 423명 숨진 ‘아리셀 화재참사’ 기업 대표, 징역 4년형 확정(종합)
  5. 5부산시, 신임 기조실장 26일 발표…행정부시장 행안부 고위간부 가닥
  6. 6창원 구산해양단지 컨소 회생 포기…26년 표류 끝 좌초되나
  7. 7APEC공원·금련산역 러너지원공간 문 열어
  8. 8“기존 공부량 유지하며 취약점 공략…남은 주말 수능처럼 모의고사를”
  9. 9[속보]20일 부산서 70대 남성 무궁화호 열차에 치여 사망
  10. 10피습 자작극 정이한, 모친 증인 신청
  1. 1마무리 캠프 코앞인데…롯데 감독·단장 인선 언제쯤
  2. 2유럽 강호 맞서는 김시우·임성재
  3. 331세 데이터 분석가, 최연소 MLB 구단 사장됐다
  4. 4"2026 AG 여자유도 계체실격, 남자 계체명단만 확인해 발생"
  5. 5잘 넣긴 하는데…욱하는 외인, 속 타는 구단
  6. 6전설 수지 수산티 넘은 전설…안세영 47번째 우승 ‘세계新’(종합)
  7. 73연승 KIA, LG 꺾고 23년 만에 플레이오프 진출
  8. 8KIA 내리 3승이냐, LG 반격 첫 승이냐
  9. 9국대 에이스 곽빈, 최동원상 받는다
  10. 10김태형 유임이냐, 이동욱 전 NC 다이노스 감독·조성환 해설위원 등 새 얼굴이냐
우리은행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학교 통폐합 지역 맞춤형으로 접근”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해운기업 유치, 해사법원 신설 “해양수도 부산 경쟁력 키울 것”
강동진의 도시이야기 [전체보기]
바흐를 찾아간 나, 한국을 꿈꾸는 그녀
세계유산위원회, 부산의 시간을 세계와 나누다
경제프리즘 [전체보기]
소비 아닌 문화 생산 주체 오페라하우스
한국 갯벌의 2단계 확대 등재 의미
과학에세이 [전체보기]
진짜 질문의 시작
AI 시대, 부산 R&D의 대전환
국제칼럼 [전체보기]
원칙이 흔들린 대가
‘빵과 책’·양자경·강말금 그리고
기고 [전체보기]
배의 피부를 지키는 기술은 도장이다
거장은 떠나도, 오케스트라는 남아야 한다
기자수첩 [전체보기]
금고 이사장 전횡, 지금도 진행중
엘리트 자평해온 市 공무원…생중계 회의서 능력 입증을
김준희의 클래식 인사이트 [전체보기]
여름의 끝자락, 브람스
여름날의 애상, 왈츠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다대포에서 만난 퇴계 이황
세종시대 음악이 전해진 이유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북극항로, 첫 배보다 중요한 것은 다음 배다
솔직할 수 있는 용기, 당신에게도 닿기를
도청도설 [전체보기]
주당 ‘13.7시간’ 고용
발가벗겨진 사우디
독자 투고 [전체보기]
새로운 시작 ‘황혼 이혼’
무료 화장실 깨끗하게 쓰자
메디칼럼 [전체보기]
25년을 간직한 리플렛 세 장
요추부 척추관협착증, ‘메포츠’로 극복하기
목지수의 도시브랜드 산책 [전체보기]
랜드마크 시스템의 시대
북항 돔구장에서 야구 보며 사우나를
박지욱의 뇌력이 매력 [전체보기]
건망증, 이렇게 잡자
운동으로 해마를 키우자
박진희의 컬처 픽 [전체보기]
‘부캉이’ 스펙터클에서 공존으로
부산 문화정책, 지금 필요한 선택
사설 [전체보기]
미래대응기금, 지방재정 기반 흔들어선 안 된다
단일종목 ETF 졸속 심사 인정…책임 소재 밝혀야
세상읽기 [전체보기]
문화예술의 시대
다민족 사회
안재철의 연결하는 공간 [전체보기]
지구와 도시의 연결을 묻다
해양수도 부산, ‘제3의 경계 공간’
엄길청의 문전성시 [전체보기]
말과 현실이 너무 다른 부산
반도체와 부산
이보성의 미술 현장 산책 [전체보기]
두 미술관, 각자의 역할을 묻다
시장이 강해진 것일까, 비엔날레가 약해진 것일까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복지의 ‘필요 원칙’과 포퓰리즘
보건의료에서 지방정부 역할과 ‘정책 의료’
이정구의 맛과 건강 [전체보기]
미식과 오래 씹기
이제명의 오션 드림 [전체보기]
광복 81년, 다음은 바다의 산업 주권
HMM 부산 이전, 해양수도의 시험대
이홍의 세상현미경 [전체보기]
국제질서의 지각변동과 한국의 성장경로
한국이 가진 자산
정쾌호의 부동산 탐구생활 [전체보기]
부산 아파트 10년, 이중 양극화와 위상 추락
미분양의 경고, 지방 맞춤 ‘출구전략’ 서둘러야
주재민의 명당을 찾아서 [전체보기]
사람은 갔어도 명당은 남아 있다
조선 8대 명당 중 하나인 정문도 묘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추석의 식탁, 가족을 잇는 와인
오스트리아 와인,빈의 시간을 마시다
특별기고 [전체보기]
‘해양수도 부산’ 토대부터 바로 놓아야
당론 따를지 역사 따를지 양심의 선택을
하순봉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박자와 기보
국민악파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이대원의 ‘온정리 풍경’
유영국의 1957년 작 ‘사람’
CEO 칼럼 [전체보기]
청년 떠나는 지방, 수도권 인구 분산해야
거울 속의 외계인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