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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유럽의 종말 … 세계의 판도는 달라지고 있다 /박성조

인구·경제력 감소, 유럽병 우려 고조

지구촌은 과연 아랍과 중국의 시대를 맞을 것인가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1-01-11 20:54:34
  •  |   본지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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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은 작년 12월 중순부터 계속되고 있는 폭설로 신음하고 있다. 지금 유럽의 산업과 유럽인들은 한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이 실현되면 생활의 질에 어떠한 편익이 올 것인지 별 관심이 없다. 대부분의 유럽인들은 한국과의 FTA 체결 사실조차 모르고 있다. 관심의 중심은 '유럽의 몰락'과 '유럽의 이슬람화'이다. 물론 이러한 '유럽병'은 - 부산병과 같이 - 집단병이다. 개인들은 집단병은 자신과는 관계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집단병을 치유하는 의사인 지도자가 나타나기까지 개인병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역사학자 월터 라쿼(Walter Laqueur)는 시대비평적인 저서를 부단히 쓰는 사람으로 기발한 명제로 독자들을 현혹시킨다. 그는 2006년 '유럽의 마지막 날'이라는 저서로 유럽인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그는 유럽 몰락의 징후로 유럽의 계속되는 인구감소를 꼽는다. 유럽 인구는 1900년 세계인구의 21%를 차지했으나 2010년 12%로 떨어졌고 2100년에는 불과 4%에 머물 것이다. 그나마 절반이 고령화 인구다. 대신 이슬람 이주민이 급증해 유럽 사회의 주도권을 장악하게 되고 유럽은 '서아랍권'으로 전락할 것이다. 유럽의 개별국가는 복지국가 개혁에 이렇다할 성공을 거두지 못하는 반면 유럽 통합은 경제통합을 거쳐 정치통합은 불가능하게 돼 결과적으로 유럽은 세계정치, 경제, 군사면에서 무게 있는 발언권을 가질 수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마디로 유럽은 오합지졸이라는 것이다.

지금 유럽은 남유럽 각국의 재정위기 구제를 위한 EU 지원에 따른 유로화의 약세, 냉전 이후 가속화된 유럽통합에도 불구하고 미국과 경쟁에서의 열세, 중국의 경제·정치·군사적 부상에 따른 불안, 그리고 무엇보다도 이슬람 교인의 증가에 의한 유럽 기독교문화의 쇠퇴가 '유럽병'의 징후를 표출해주고 있다.

1973~1984년 냉전 시기에 유럽통합이 진전되지 않은 상태에서 유럽경화증 (Eurosclerose)이라는 말이 유행했었다. 그때 EU 집행위원장인 들로르(Delors)의 리더십에 의해 유럽국가들이 더욱 결속하는 계기가 만들어졌다. 그러나 오늘날의 유럽병은 그 양상이 다르다. 한때 리프킨(Rifkin), 서로우(Thurow) 등 유럽을 동경하는 미국 지식인들이 있었다. 그들은 세계의 미래는 유럽에 있다고 했다. 전자는 생활의 질을 강조했고, 후자는 유럽의 통합에 의한 과학과 지식의 천국이 오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왕년의 강국인 미국, 유럽국가들, 일본의 쇠퇴는 계속되고 있다. 이들은 에너지 자원은 이슬람권에, 생산과 소비는 중국에 의존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핵심국가들은 쇠퇴일로에 있고, 주변국가들이 미래의 흐름을 장악하고 있는 실정이다. 유럽은 점차 '서아랍권'으로, 아시아는 중국의 영향권으로 각각 흡수돼 아랍권은 '종교력'으로, 중국권은 '경제력'으로 조정되는 세계판도가 새로이 짜여지고 있다. 양대 세력권은 비민주주의권이기 때문에 앞으로 민주주의는 큰 시련에 빠질 것이 확실하다. 서양 민주주의권에서 금과옥조인 인권문제가 중국권이나 아랍권에서 유린되기 시작한 지 오래다.

최근 유럽인들, 특히 독일인들에게 충격을 주고 있는 책이 있다. 작년에 출판된 '독일은 자멸한다' (Deutschland schafft sich ab)가 그것으로 수 개월 만에 120만 권이 팔렸다. 저자는 베를린정부의 재무장관을 거쳐 독일연방은행 임원으로 근무했던 틸로 사라찐 (Thilo Sarrazin)이다. 그는 필자와도 면식이 있는 양식 있고 실력 있는 경제학자이다. 저자는 독일정치와 지도자들의 현실을 냉철히 분석해 세계화 과정에서 독일의 위치를 정의하려 했다. 그는 국수주의자는 아니지만 애국자이다. 그가 주장하는 것은 독일의 인구가 감소하고, 이주민이 증가하고, 경제력이 약화되고 있는 사실을 잘 알고 있는 정치인들이 비겁한 한건주의에 휘말리고, 관료 독재의 무기력에 사로 잡혀 21세기를 향한 독일 스스로의 전략을 추진하지 못했다는 것을 통탄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그의 결론은 '독일은 자멸한다'는 것이다. 한국의 리더들을 보면 한국의 미래도 독일이 가는 길을 따라 가고 있는 것 같다.

베를린자유대 종신교수·동아대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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