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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칼럼] 부유세 매기자고? /박희봉

여야의 복지논쟁, 정치구호만 난무…'세금폭탄' 말 되나 진정성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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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래 그런 것이다. 입에 달고 몸에 좋은 음식은 드물다. 귀가 솔깃한 말은 독약에 다름 아니다. 실체적 진실이란 건 늘 거북스러울 뿐이다. 상대의 말이나 행동에서 참과 거짓을 구별하는 건 어렵다. 그렇긴 하되 하나의 잣대는 있다. 상대의 제의가 솔깃하면 그건 영락 없이 거짓이다.

정치인의 말이라면 더욱 그렇다. 다들 '반값 아파트'를 기억할 것이다. 대선에 출마한 정주영 후보가 내세웠던 공약이다. 아파트가 반값이라…. 이 얼마나 달콤한가. 가령 정 회장이 당선됐다면 이 공약이 실현되었을까. 이를 되묻는 것 자체가 어리석은 일이다.

지난 대선에서는 이명박 후보의 '747' 공약이 있었다. 연 7% 성장, 10년 내 국민소득 4만 달러, 7대 경제강국. 대통령 취임 3년이 다 되어가는 지금, 현실은 어떠한가. 구구한 설명은 필요없지 싶다.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 시절 한 의원은 연 소득 4000만 원 이하 계층의 소득세를 면제하겠다고 호언했다. 한데 결과는 부자 감세였다.

요즘 정치권에서 벌어지고 있는 복지논쟁은 가관이다. 민주당 모 의원은 "세금 없는 복지 없다"고 했다. 맞는 말이다. 하나 부유세를 거론한 건 과유불급이다. 부유세라고? 참 많이도 들어본 소리다. 솔직히 말해 보자. 그것이 가능이나 하겠는지. 물론 그런 예가 없는 것은 아니다. 프랑스는 부유세로 인구 절반을 먹여 살린다. 액면 상으로는 그렇다.

그러나 그 역작용은 만만찮다. 부유세로 살판 난 곳은 스위스다. '프랑스의 프레슬리' 조니 알리데가 스위스로 이주한 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프랑스 여배우 이사벨 아자니, 영국 가수 필 콜린스, 미국 가수 티나 터너, 독일 F1 그랑프리의 전설 미하엘 슈마흐 등 고소득자들이 줄을 이었다.

아시아도 예외는 아니다. 중국의 국민배우 궁리는 3년 전 중국 국적을 포기하고 싱가포르인이 됐다. 국민여배우 장쯔이는 홍콩으로 이주해 중국이 들썩거렸다. 천재 피아니스트 랑랑, 다이빙스타 궈징징 등 부유층의 홍콩 이주는 하나의 대세다. 모두가 세금이 주요인이다.

세금은 풍선과 같아서 이쪽을 누르면 저쪽이 튀어나오게 돼 있다. 가난한 사람은 생존을 위해 국경을 넘나들지만 부자는 세금이 낮은 곳으로 흐른다. 그러니 하기 좋다고 부유세를 입에 올릴 건 아니다.

'무상복지는 세금폭탄'이란 여당 지도부의 말도 거북스럽다. '민주당의 무상복지는 43조 원짜리 세금폭탄'이라는 게 말이 되기나 하는 것인가. 부유세나, 증세 없는 무상복지나, 세금폭탄이나 여야가 어금버금이다. 도대체가 이들의 말 속에 진심 어린 고민을 찾기 힘들다.

복지의 확대는 어차피 가야할 길이다. 지금은 진정성을 갖고 토론할 시점이지 말장난이나 할 때는 아니다. 유아를 보육하고 어린이들을 따뜻하게 먹이며 제대로 교육시키는 것은 국가의 백년대계다. 아이 낳기를 기피하는 '불임사회'에서는 더욱 그렇다. 의료 역시 고민해야 할 부분이다.

선진국병은 복지의 확대 자체로 빚어진 게 아니다. 그보다는 사후 관리가 더 문제였다. 미국의 캘리포니아 주가 파산지경에 이른 원인은 복지 예산이 엉뚱하게 줄줄 샜기 때문이다. 요즘 논의되고 있는 국민의 기본권을 확보하는 정도의 복지라면 이런 문제는 생기지도 않는다.

세금 문제만 해도 그렇다. 한나라당은 복지 확대가 마치 서민들에게 세금 폭탄을 안기는 것처럼 말하는데 이런 거짓말을 해서는 안 된다. 아예 부자 감세 때문에 못한다고 하는 게 솔직하다. 프랑스의 부유세는 소득세가 거의 70%에 육박한다. 우리의 실정은 정반대다.

소득이 많은 사람이 높은 세율을 적용받는 것은 정당한 일이다. 우리는 소득세 등 직접세에 비해 간접세 비중이 너무 높아 문제다. 부자와 서민이 똑같은 세금을 내는 간접세는 불평등하다. 과세 강화에서 중요한 건 사회적 합의다. 부자와 서민이 수긍할 수준을 찾는 게 급선무다.

핀란드같은 나라에선 교통 범칙금조차 부자와 서민이 차등화돼 있다. 소득이 많은 사람은 교통법규를 위반했다가 스티커를 끊기면 수만 달러를 내야 한다. 세금뿐만 아니라 벌과금조차 소득에 맞게 부과해야 한다는 게 그들의 논리다. 능력에 맞는 세금과 벌과금, 이 얼마나 정의로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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