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시론] 한국사 교육에 대한 생각 /전진성

이미 민족경계 넘은 우리의 전통과 문화, 차이 못 받아들이는 역사교육은 피해야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1-02-07 20:31:29
  •  |   본지 30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현재 고등학교 선택과목으로 되어있는 한국사가 내년부터는 필수과목으로 지정된다고 한다. 개정 교육과정이 올해부터 시행되어 고교 전 과정이 선택교육과정으로 전환되면서 원래 고1 공통필수 과목이던 한국사도 예외 없이 선택과목이 될 상황이었다. 초등학교에서도 6학년 사회 교육과정에 있던 역사교육 부분이 올해부터 5학년으로 내려가게 되어 여타 부분들과의 시수 조정 문제로 역사수업 결손이 염려되던 터였다. 들끓는 비판 여론에 정부와 여당이 발 빠르게 나섰다. 여타의 현안에서는 국민의 여론에 별로 개의치 않던 정부가 이처럼 전향적으로 나오는 것도 그렇고 한때 껄끄럽던 여당과도 손발을 착착 맞추어가는 모습이 눈길을 끈다.

정부와 여당의 신속한 움직임도 그렇지만 더욱더 눈길을 끄는 것은 소위 보수 진영의 한국사교육강화론이다. 우리 사회의 보수 진영은 역사에 있어서 항상 이중적인 잣대를 사용해왔다. 북한을 논할 때는 '감상적 민족주의'를 버려야한다고 선을 그으면서도 중국의 동북공정이나 일본의 독도영유권 주장에 직면해서는 민족주의에 호소한다. 대한민국의 성공신화를 문제 삼는 것은 '자학사관'이라고 폄훼하면서도, 민족의 과오에 대한 반성의 목소리를 '자학사관'이라고 처음 이름 붙였던 일본 우익의 태도는 '역사왜곡'이라고 비난한다. 하지만 이번에는 보수 진영의 논조가 실로 단호해 보인다. "세계 어느 나라가 우리처럼 자국의 역사를 기피하고 홀대하는가?" "국가 브랜드를 높이기 위해선 한국사 교육이 대단히 중요하다" 등등 나름 진지한 의견들이 개진되고 있다. 사실 이러한 의견은 우리 국민의 정서적 혈관을 건드리는 측면이 있다. 이미 여론조사에서도 드러났듯이, 확고한 국민적 정체성의 확립과 단결을 위해 우리 역사에 대한 자긍심을 키워야 한다는 데 반대하는 국민은 그리 많지 않다.

그러나 국민 대다수의 공감대를 얻고 있는 이러한 생각은 근본적으로 재고될 필요가 있다. 우리의 전통과 문화에 대해 자긍심을 갖는 것은 좋지만 적어도 그 '우리'가 폐쇄된 공동체여서는 곤란하다. 굳이 다문화 사회로의 변화를 논하지 않더라도 우리의 전통과 문화는 본래부터 민족의 경계를 넘어서 있었다. 예컨대 불교와 유교만 해도 외래의 기원을 가질 뿐만 아니라 이 땅에 정착되어서도 사회를 이루는 다양한 계층 및 분파들에게 상이하게 받아들여지고 실행되어왔다. 따라서 역사를 통해서 배우고 얻을 수 있는 것은 '우리'라는 고정된 정체성이 아니라 오히려 현재의 '우리'와는 다른 상황에 처했던 다양한 '인간'의 풍부한 경험들이다. 우리는 역사를 통해 우리와 같은 것이 아니라 차이를 발견하고 그로부터 우리의 좁은 세계를 확장할 기회를 얻게 된다.

기존의 한국사 교육이 갖는 가장 큰 문제점은 우리를 넓히기보다는 좁힌다는 데 있다. 이 땅에서 다양한 인간들이 겪은 고통과 기쁨의 이야기가 보편적인 인간적 감수성과 만나지 못하고 그저 자민족에 대한 자화자찬에 그친다면 그런 교육은 차라리 하지 않느니만 못하다. 중국을 보라. 머나먼 과거사에까지 무소불위의 패권을 주장하는 동북공정과 인(仁)의 정신과는 한참 거리가 먼 국수주의적 '공자 부활' 현상은 과연 어떠한가. 아니면 일본 우익들처럼 자국민과 타국민 모두에게 큰 상처를 안겨준 전쟁을 '백인종 식민지 지배에 대항한 해방전쟁'으로 호도하는 그들 식의 '자유주의 사관'은 또한 얼마나 소아병적인가. 이들과 비교해볼 때, "한국사, 필수과목으로 하자"는 캠페인을 벌이면서 "한국의 산업화 경험에서 중심적인 역할을 한 5·16과 박정희 대통령의 공적을 전 세계인에게 설명할 수 있는 현대사 지식을 갖추는 게 글로벌 경쟁력"이라고 역설하는 한국의 보수언론은 과연 얼마나 나아 보이나? 이러한 식이라면 설령 한국사교육 대신 세계사 교육의 강화를 내세운다 한들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다. '세계'를 아는 것이 기껏해야 세계 앞에 나를 돋보이게 하기 위해서라면 말이다.

위대한 역사가 야콥 부르크하르트는 역사를 통해서 우리는 어떤 실리를 얻지도 그렇다고 남달리 똑똑해지지도 않지만 적어도 인간적으로 성숙될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자신과 다른 것을 받아들일 줄 아는 어른으로 성장시키기보다 오히려 소아병을 키우는 역사교육이라면 아예 하지 않는 편이 옳다.

부산교대 교수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도시철 화명·수정역 사이 중간역 무산…용역비만 날렸다
  2. 2빚더미 회사에…돈 더 빌려줘 체불 해결하려는 능인선원
  3. 3수의계약 vs 경쟁입찰…북항 돔 부지매입 공방
  4. 4동남아 선정 미식여행지 부산 ‘금정산+온천’ 첫선
  5. 5부산대, 아시아대학평가 76위…韓 국립대 1위
  6. 6‘블루 웨이브’ 환호한 美증시, 퍼렇게 질린 韓증시(종합)
  7. 7시민공원서 버스킹 즐긴다…전용 공간 추진
  8. 8“한국 핵 잠수함·전작권 전환, 美 민주 승리로 제약 커질 듯”
  9. 9부산으로 이주하고, 먼 여행 떠나고…두 여자 그림이 달라졌다
  10. 10국내양식 향어 20여년간 간흡충 감염 ‘0’
  1. 1빚더미 회사에…돈 더 빌려줘 체불 해결하려는 능인선원
  2. 2김민석, 신천지 논란에 “죄송…조사결과 공개해도 문제”
  3. 3청해부대 임무, 호르무즈 650㎞ 앞까지 확대…해상초계기도 투입(종합)
  4. 4회생인가 촉구 시민 목소리 1차분 6일 법원 제출
  5. 5홍익표 정무수석 사의 표명…후임에 최인호 HUG 사장 거론
  6. 6[속보] 이 대통령 지지율 소폭 반등한 41%…민주36%·국힘 28%
  7. 7'조작기소 특검법' 오늘 與 주도 국회 본회의 처리 전망
  8. 8김민석, 신천지 논란 재차 사과…“상처 입은 모든 분께 죄송”
  9. 9곽규택 “산은, 대한항공이 통합 LCC 부산 설립 거부시 호반지원해야”
  10. 10신천지 의혹 역풍 휩싸인 김민석…계파갈등 격화(종합)
  1. 1동남아 선정 미식여행지 부산 ‘금정산+온천’ 첫선
  2. 2‘블루 웨이브’ 환호한 美증시, 퍼렇게 질린 韓증시(종합)
  3. 3국내양식 향어 20여년간 간흡충 감염 ‘0’
  4. 4팔란티어 AI와 함께 만든다…부산 신발업체 창신 ‘혁신 점프’
  5. 5비수도권 미분양 적체…LH 매입 신청 86% 탈락
  6. 6비에 화약 젖을라 손길 분주…400m 대형 불꽃 ‘카운트다운’
  7. 72005 APEC 이벤트서 대표축제로…100만 인파관리 ‘근육’ 키웠다
  8. 8수능날 증시 10시 개장…애프터마켓 오후 5~8시
  9. 9한 달 새 금융사 37곳 47만 건 해킹…털린 돈도 10억
  10. 10부산 ‘에이지테크’ 해외 노크…日 시니어 시장 진출 길 열어
  1. 1도시철 화명·수정역 사이 중간역 무산…용역비만 날렸다
  2. 2수의계약 vs 경쟁입찰…북항 돔 부지매입 공방
  3. 3부산대, 아시아대학평가 76위…韓 국립대 1위
  4. 4시민공원서 버스킹 즐긴다…전용 공간 추진
  5. 5금정구 제2체육센터, 중투심서 또 고배
  6. 6황령산 봉수대 영문 안내판 설치키로
  7. 7문 전 대통령 거제생가 복원, 진통 끝 시의회 통과
  8. 8오늘의 날씨- 2026년 11월 6일
  9. 9왼쪽 팔·다리 못 써 휠체어 의존…홀로 병마와 싸우는 60대
  10. 10김해·전주시장 “특례시 기준 낮춰달라”
  1. 1승부는 원점…‘홈런 공장’ 대구서 거포들의 전쟁
  2. 2태권도, 北 전통무술로 각인될라
  3. 3페이즈 신들린 블로킹 9개…읏맨, 시작부터 웃었다
  4. 4거인 4인방 APBC(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 첫 우승 이끈다…한동희·최준용 중책
  5. 5롯데 전설 故 최동원, 야구인 최초 ‘올해의 스포츠영웅’
  6. 6코르다, LPGA 올해의 선수상 조기 확정
  7. 7동의대 미식축구부 타이거볼 4강 진출
  8. 8레이예스 맑음…이이무라 흐림…‘로·비’ 안갯속
  9. 92027 아시안컵 내년 12월로 연기…차기 감독 선임 여유
  10. 10KLPGA 상금왕·대상 놓고 ‘림-솔(서교림·김민솔) 대전’
우리은행
주민자치 모범현장 가다
‘주민대표’가 건축 세부사항까지 의견…지방의회 심사 반영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학교 통폐합 지역 맞춤형으로 접근”
강동진의 도시이야기 [전체보기]
바흐를 찾아간 나, 한국을 꿈꾸는 그녀
세계유산위원회, 부산의 시간을 세계와 나누다
경제프리즘 [전체보기]
소비 아닌 문화 생산 주체 오페라하우스
한국 갯벌의 2단계 확대 등재 의미
과학에세이 [전체보기]
코뿔소 없음과 진공
지역이 기획, 국가가 지원하는 R&D 시대 열자
국제칼럼 [전체보기]
국조 대상은 조희대가 아니라 증시 참사다
개·고양이 학대는 이제 그만
기고 [전체보기]
부산 관광 다음 키워드는 ‘건축관광’
‘성범죄 취업제한’의 사각지대
기자수첩 [전체보기]
금고 이사장 전횡, 지금도 진행중
엘리트 자평해온 市 공무원…생중계 회의서 능력 입증을
김준희의 클래식 인사이트 [전체보기]
세레나데, 다정한 위로
여름의 끝자락, 브람스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다대포에서 만난 퇴계 이황
세종시대 음악이 전해진 이유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탈서울’ 안 된다던 원안위, 세종행에 왜 침묵하나
AX·반도체 전시회 5개 동시에 열렸는데…
도청도설 [전체보기]
공공재
선출 권력 통제
독자 투고 [전체보기]
새로운 시작 ‘황혼 이혼’
무료 화장실 깨끗하게 쓰자
메디칼럼 [전체보기]
왜 제대로 비워지지 않는지 살펴야
개정 응급의료법이 ‘미수용 방지법’?
목지수의 도시브랜드 산책 [전체보기]
랜드마크 시스템의 시대
북항 돔구장에서 야구 보며 사우나를
박지욱의 뇌력이 매력 [전체보기]
건망증, 이렇게 잡자
운동으로 해마를 키우자
박진희의 컬처 픽 [전체보기]
‘부캉이’ 스펙터클에서 공존으로
부산 문화정책, 지금 필요한 선택
사설 [전체보기]
능인선원, 체불임금마저 대여금으로 처리하려 하다니
미 민주당 상·하원 장악…통상·안보 전략 재점검해야
세상읽기 [전체보기]
낯설고도 궁금했던 부산과의 첫 만남
일상으로의 초대
안재철의 연결하는 공간 [전체보기]
오래된 건축이 만드는 새로운 연결
지구와 도시의 연결을 묻다
엄길청의 문전성시 [전체보기]
말과 현실이 너무 다른 부산
반도체와 부산
이보성의 미술 현장 산책 [전체보기]
두 미술관, 각자의 역할을 묻다
시장이 강해진 것일까, 비엔날레가 약해진 것일까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복지의 ‘필요 원칙’과 포퓰리즘
보건의료에서 지방정부 역할과 ‘정책 의료’
이정구의 맛과 건강 [전체보기]
미식과 오래 씹기
이제명의 오션 드림 [전체보기]
기다림에도 비용이 든다
광복 81년, 다음은 바다의 산업 주권
이홍의 세상현미경 [전체보기]
대규모 대미 투자, 기회인가 위협인가
국제질서의 지각변동과 한국의 성장경로
정쾌호의 부동산 탐구생활 [전체보기]
부산 아파트 10년, 이중 양극화와 위상 추락
미분양의 경고, 지방 맞춤 ‘출구전략’ 서둘러야
주재민의 명당을 찾아서 [전체보기]
사람은 갔어도 명당은 남아 있다
조선 8대 명당 중 하나인 정문도 묘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와인은 어떻게 마음에 남는가
추석의 식탁, 가족을 잇는 와인
특별기고 [전체보기]
‘해양수도 부산’ 토대부터 바로 놓아야
하순봉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박자와 기보
국민악파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이대원의 ‘온정리 풍경’
유영국의 1957년 작 ‘사람’
CEO 칼럼 [전체보기]
십시일반(十匙一飯), 나눔이 만드는 연말의 온도
시민 주거안정에서 지역경제 활성화까지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