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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구제역 재앙, 그 인간적 성찰 /이만열

인간의 오만과 탐욕이 빚은 결과… 자연과 공생관계 지키라는 의미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1-02-08 20:42:59
  •  |   본지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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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11월 말 안동에서 시작된 구제역은 소, 돼지 를 300만 마리 넘게 살처분하고도 언제쯤 진화될 것인지 전망이 보이지 않는다. 뒷전에 밀린 가금류 수백만 마리 처분까지 생각하면 이건 가히 대재앙이다. 거기에다 설에 이뤄진 수백만 명의 인구이동이 어떤 결과를 가져왔는지, 또 가져올지는 전혀 측량할 수도 없다. 구제역에 관한 한 예방접종을 제외하면 차단과 격리가 거의 유일한 예방수단이고 보니, 이번 설은 명절일 수가 없었다. 설로 인한 후유증이 잠복기간 14일을 경과하여 나타난다면, 이 재앙은 한반도의 축산업을 초토화시킬 것임에 틀림없다.

구제역(口蹄疫, foot and mouth disease)은 소·돼지·양·사슴 등 발굽이 두 개로 갈라진 우제류(偶蹄類) 동물에서 발생하는 바이러스성 급성전염병으로 폐사율이 55%에 이른다. 전염 통로는 감염동물과 그 배설물, 사료·차량·사람 및 황사 등이며, 아직 치료법이 없어 이 병에 걸리면 모두 도살·매립·소각한다. 구제역이 국제수역사무국(OIE)이 지정한 A급 바이러스성 전염병이고 빨리는 감염 18시간 안에 치명적 증상을 나타내지만, 아직은 감염된 고기가 인체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는 알려져 있지 않다.

구제역 발생 한 달이 안되어 몇몇 종교인에게 이게 신의 경고요 심판일 수도 있다는 것과 종교계가 이 문제를 영적으로 바라보지 않는 데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한 적이 있다. 종교계가 이 재앙을 영적으로 겸허하게 수용하여 기도주간을 선포하고 인간탐욕에 대한 대각성운동이라도 펴나가야 한다는 안타까움 때문이었다. 신이 종종 인간의 범죄에 전염병 재앙으로 회개를 촉구했던 경전기록에 비춰보아, 종교계가 구제역을 인간질병이 아니니까 문제삼지 않는 데 대해 환기를 촉구했던 셈이다. 이 재앙이야말로 종교적 차원의 의미를 갖는다.

구제역 원인의 과학적 규명이 이 글의 목적이 아니다. 이 시점에 곱씹어봐야 할 것은 그 원인에 대한 인간적 성찰이다. 구제역 재앙의 원인은 생물과 자연에 대한 인간의 오만한 자세에서 기인한다. 인간이 이 땅에서 생육하고 번성할 복을 허락받았다고 치자, 자연과 생명체를 먹을거리로 부여받았다고 하자, 이 때 중요한 것은 인간과 자연이 균형잡힌 공생관계를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그 공급원이 파멸한다. 그래서 자연의 개발권한과 보존의무를 동시에 강조한 창세기의 기록은 의미심장하다. 자연 보존의무는 자연 지배권과 양립한다. 인간이 자연정복만을 정당화하면서 공생관계의 의무를 깼을 때 각종 재앙이 나타났다. 몸살을 겪고 있는 이상 기후는 대표적인 사례다.

구제역 재앙은 무절제한 인간 탐욕의 결과다. 단백질 섭취를 가축류에 의존하는 것을 탓할 수는 없다. 그러나 돈의 대상이 되어버리면 가축들은 더 이상 인간 생명의 공급원이 아니라 인간탐욕의 대상으로 변한다. 한국천주교의 강우일 주교가 잘 지적했듯이, "육류의 과도한 소비로 인해 지구상에 수천만 명의 인간이 기아에 시달리고 있는데도 지구 곡식의 3분의 1가량이 가축의 사료로 소비되고" "가축이 더 이상 가축이 아니라 '공장 생산물'이 되어버린" 상황에서 이 재앙은 불가피하다. 한반도의 저쪽에서는 기아선상에서 헤매는 데도 청정국 유지를 위해 수백 만 마리를 살처분했다면, 그 또한 인간 탐욕이 아니라고 누가 변명하겠는가.

한반도에 덮친 금수류 재앙은 결국 인간의 오만성과 탐욕에 대한 철저한 반성을 요청한다. 인간이 절제하지 않으면 이런 재앙은 시한폭탄처럼 어디에서든 터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금수류 재앙의 원인이 자연질서에 반역하는 공장식 생산과 밀접하게 관련되었다면, 자연을 인위적으로 변조하겠다는 4대강 사업의 오만한 발상은 우리 후손들에게 또 무슨 변괴를 자초할 것인지 두렵기만 하다.

이 아침, 시인 고은의 '명복'이 아련히 우리 가슴을 후벼 찢는다. "무슨 슬픔으로 무슨 슬픔 아픔으로/ 그대들의 명복을 빌어야겠습니까./ 그대들이 풀썩 주저앉는 구제역일지언정/ 그 태반은 인간이 불러들인 것이라면/ 이제 그대 뒤의 나 또한/ 풀썩 주저앉을 수밖에 더는 무엇이겠습니까./ 아 그대들의 생무덤 평토 거기서/ 내 고향 조상 무덤을 바라보고 있어야 합니까."

숙명여대 명예교수·전 국사편찬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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