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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칼럼] '노는 정부'가 유능한 정부다 /박희봉

치적 욕심 과하면 나라살림 망쳐… 성심을 가져야 국민이 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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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불고 있는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의 추모열기는 생뚱맞다. 21세기 이 광명천지에 다른 것도 아니고 탄생 100주년이란다. 무슨 성인(聖人)도 아닌데 말이다. 1981년 대통령에 취임했으니 집권 30주년이라면 또 모를까. 얼핏 보면 황당하지만 달리 보면 그렇지 않다. 최근 들어 그만큼 살림살이가 팍팍해진 데다 흠모할 만한 대통령이 아직은 없기 때문이다.

레이건 행정부 시절 장수 재무장관이었던 도날드 리건은 "대통령과 단 둘이 1분 이상 함께한 적이 없다"고 회고했다. 정책의 목적이나 목표를 말하지도 않았고 직접적인 지시를 내린 적도 별로 없다고 한다. 언론에선 이를 '상징 통치'라 이름 붙였다. 각료회의가 열려도 그는 땅콩과 사탕만 소모할 뿐 논의에 참여하지 않았다. 그러니 '대통령직을 가장 즐긴 대통령'이란 평가가 틀리지 않다.

그야말로 '노는 대통령'이었던 그가 추모의 대상이 된 것은 이유가 있다. 훤칠한 키에 잘 생기고 푸근한 얼굴, 부드러운 음성은 편안함을 주는 장점이 있다. "머리를 숙이는 걸 깜빡했지 뭐야. 영화에서는 잘도 했는데 말이야." 저격수의 총탄을 맞고 수술한 뒤 낸시 여사에게 한 이 말은 최고의 유머로 회자된다. 그만큼 그는 푸근함과 여유로움, 사람에 대한 배려가 몸에 익은 대통령이었다.

열심히 일하지 않았지만 그의 재임시절은 영광의 시대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소련의 붕괴와 긴 호황기가 원인이었다. 물론 이런 업적이 개인적인 역량에 의한 건 아니었다. 그의 정책은 대부분 민간연구소의 보고서와 일치한다. 정책의 기본틀을 전문집단에서 가져오고 집행은 장관들에게 맡긴 게 그가 한 전부였다. 경제를 몰랐던 신군부 시절 경제가 잘 굴러갔다는 역설도 그래서 가능한 것이다. 시스템에 의한 정치, 그게 요체였다.

어찌 보면 시대가 레이건을 낳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긴 하되 다른 사람이었다면, 하고 가정해 보면 똑같은 결과를 장담하기 힘들다. 또다른 인물이 그만큼 진심으로 다가가고, 사람들을 위하며, 편안함을 가져다 주긴 힘들기 때문이다. 레이건의 부활을 보면서 결국 성공적인 정치란 국민의 마음을 모으는 것이 아닌가 한다. 국민의 마음이 모이면 간난도 해결할 수 있다는 건 민주화나 외환위기 극복의 경험이 말해 준다.

레이건과 대척점에 있는 인물이라면 조지 W 부시 대통령을 꼽을 수 있을 것이다. 자기만의 정의를 믿고, 강한 의지로 밀어붙였지만 결국 일방주의는 파탄으로 귀결됐다. 한마디로 '교조주의' 정치스타일이라 할 수 있는데 실패한 대통령의 전형이다. 이런 점에서 보면 우리의 전·현직 대통령도 닮은 점이 있다.

치적에 대한 과잉 욕심은 교조주의 대통령의 맹점이다. 이들은 방향을 정하면 물불을 가리지 않는다. 4대강 사업이 그렇고, 세종시가 그랬다. 문제는 한번 벽에 부딪히면 방향성을 잃어버릴 수도 있다는 것이다. 동남권 신공항이나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가 그 좋은 예다.

이명박 정부는 곧 취임 3주년을 맞는다. 지난 3년을 돌아보면 과연 무엇이 남았는지 궁금하다. '7·4·7' 공약은 허언이 됐고, '비핵·개방 3000'이라는 대북 정책도 물 건너갔다. 4대강 사업은 여전히 의문부호다. 각종 현안에 대해 결정을 내리지 못해 우왕좌왕하면서 '불임 정권', '식물 정부'란 말도 나온다. 이대로라면 남은 2년은 더욱 힘겹다.

이명박 정부가 잔여 임기를 잘 마무리하려면 치적에 대한 과잉의욕과 일방주의를 버리고 귀를 열어야 한다. 정권의 의지가 아니라 정부의 공적 시스템으로 돌아와야 무리가 없게 된다. 개헌 등으로 날이면 날마다 갈등과 반목이 지속돼서는 국민들이 편안하기 힘들다.

앞으로 대통령이 되고자 하는 사람은 무엇보다 성심을 가져야 한다. 역사적 평가니, 뭐니 하며 국민의 소리에 귀를 닫아서는 아무것도 이룰 수 없다. 버림으로써 지키는 지혜, 그것이 지도자의 제1 덕목이다. 세상은 지도자의 지식이나 의지만으로 바뀌지 않는다. 성심은 돌부처도 눈물 짓게 한다. 진심을 갖고 국민에게 다가갈 때 국민은 행복하고, 사회는 따뜻하며, 국가가 당당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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